그리운 그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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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그곳은...
  • 정명숙
  • 승인 2004.08.12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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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

여름으로 접어들어 원추리가 새파란 꽃대를 뻗어 노란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산딸기가 빨갛게 익기 시작하면 습관처럼 유년시절을 그리워 한다, 마당끝에 서면 들판을 가로질러 길게뻗은 철길을 따라 기적을 울리며 큰솔밭 넘어로 사라지던 기차가 남긴 흰연기가 산자락 끝에서 뭉게구름 처럼 피어 났었다, 그것을 바라보노라면 어린 마음에도 먼곳으로 떠나고싶은 생각이 가슴을 채워었다, 기차소리와 뒷산에서 울던 뻐꾸기 소리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던곳, 유년과 소녀의 꿈이 남겨져있는 고향의 옛집,

내가 태어나 자란 마을은 큰솔밭이라고 부르던 지금의 솔밭공원을 지나 언덕에 서면 맨먼저 보이는 방죽과 마을입구 우물곁에 서있는 향나무가 눈에 뜨인다, 방죽은 봄,여름,가을까지 동네사람들의 매운탕 거리를 마련해 주던 곳이며 아이들에게는 수영장이 되고 한겨울에는 썰매장이 되었다.

깊은 계곡도 없고 높은산도 없으니 잘사는집도 뼈저리게 가난한 집도 없었다, 서로 큰소리 내는일 없이 정 만 많은 전형적인 농촌이다.
앞산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펼쳐져 있어 사철 푸르렀고 마을 뒷산을 감싸고 있는 야산에는 오월이면 아카시 꽃이 하얗게 피여 그 향기는 온동네를 취하게 하고 그 꽃이 지고나면 노란 원추리꽃이 지천으로 피기 시작한다.

초여름만 되면 나는 원추리꽃에 반해서 산속을 헤메다 때국절은 얼굴로 노란 꽃다발과 붉은 노을을 한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오고는 했었다, 저녁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굴뚝사이로 들판의 벼는 진놋색으로 일렁이고, 마당가 한쪽에는 타작을 끝낸 보릿단이 작은 산이되어 쌓여있던 그곳, 산비탈 넓은 밭에 원두막이 세워지면 참외는 서서히 익기 시작한다,그때부터 아버지는 서리꾼들 때문에 밤잠을 설치셨다.

유난히 단맛이 짙었던 참외,수박 때문에 다른 밭 보다 더 습격을 받았던 것 같다, 하늘 맑은날 마당에 멍석을 펴고 누워 밤하늘을 보면 금방이라도 쏱아질듯 반짝이는 별들,희뿌옇게 흐르던 은하수는 어린 내게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게 했었고 소녀시절에는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게도했다.


누구든 삶의여정이 아무리 고해라 하더라도 고향의 옛집을 돌아보노라면 유년시절이 그 고해를 조금은 보상할수 있지 않을까?
나의 유토피아는 다름아닌 유년시절이었기 때문에 힘들고 지쳤을때 꿈을꾸면 초라한 아줌마의 모습으로 고향의 옛집을 서성이고는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사랑했던 옛집으로의 통로는 오직 기억으로만 존재할뿐 돌아갈수가 없다, 원적지는 있어도,지명은 남아있어도 집과 논과 밭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거대한 공장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고향은 마음대로 갈수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몽롱한 유년과,소녀의 해맑음, 반짝거리던 처녀시절이 그리워지고 삶의무게가 너무도 버거워 위로받고 싶을때면 회귀하는 연어처럼 간절하게 그곳으로 가고싶어 솔밭길을 찿는다, 산을 넘어서면 옛고향 옛집이 있을것 같아 산길을 걸으면 길은 중턱에서 끊어져 있고 앞을 가로막는것은 공장 뿐이다.

여학교에 입학하고 부터 새벽의 여명속에서 뛰어넘던 솔밭길,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다행스럽게도 가까이에 조그만 간이역이 있어 시내로 기차통학을 했었다, 산 모퉁이 돌아오면서 울려주던 기적소리는 기관사 아저씨의 배려였었고, 솔밭길 등성이에 올라서면 기차는 벌써 역에 정차해 있고 아저씨는 솔밭을 바라보시며 빨리 뛰어오라고 기적을 울리신다.

하교후 통학열차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붉은 노을이 소나무 가지마다 걸려있어 솔밭 오솔길을 걷는 것은 꿈결같았었는데......
아름다운 추억과 그리움으로 가득찬 솔밭길, 그러나 더 이상 갈수없다는 슬픔과 허허로움은 푸른하늘만 바라보게 한다.

지금은 생산의 현장으로, 풍요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나의 태생지는 사라진다는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그러나 내마음속에 담겨져 있는 그곳은 여전히 풋풋하게 살아있는 그리운 고향이고 꿈속에서 찿아가는 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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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동아줌씨 2004-09-02 08:44:50 , IP:*****
정말 가슴이 아리도록 그리운 고향입니다. 나의 고향도 아마 그곳 어디쯤 일것 같은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죠. 고향이 그리울 때 부모님이 갑자기 생각날 때 전 정명숙씨께로 달려간답니다. 정명숙씨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아픈데는 없는지요? 건강하셔야 해요 그래야 좋아하는 산행도 계속하시고 외로운 한 아줌씨의 고향이 되어 주실것 아닙니까? ^-^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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