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백년대계/ 엄경출 충북교육발전소 사무국장

없는 살림에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쪽박을 깬다는 말이 있다.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보여주는 행태가 딱 그 짝이다. 안그래도 모자란 시도교육청 재정을 정부가 또 줄이겠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자신이 책임져야 할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떠 넘겼다. 이로 인해 시도교육청 예산은 파탄 지경에 이르고 있다. 시도교육청이 정부보증 지방채를 통해 누리과정대란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그 돈은 교육청이 갚아야 할 부채로 고스란히 남는다. 전국의 모든 시도교육청은 예산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도 정작 꼭 필요한 곳에 쓸 돈이 없다. 무상급식 분담율을 가지고 충북도와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다 돈이 부족해서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설치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재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가 교부하는 돈이다. 충북도교육청 2015년 예산의 78%가 교부금이다. 전체 예산 2조400억 원 중 1조5900억원에 해당된다.

현행 교부금 배분 기준은 학교수 55.5%, 학생수 30.7%, 학급수 13.8%이다. 이중 학교 수와 학급 수 비율을 줄이고 학생 수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새롭게 내놓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충북처럼 농촌지역의 소규모 학교가 많은 시도는 교부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13년 4월 기준으로 학생수가 6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는 충북이 114곳으로 전체 학교의 23.7%를 차지하고 충남 184개(25.4%), 대전 6개(2.0%), 세종 4개(10.3%) 등이다. 충북과 충남의 경우에는 도시 지역보다 재정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학생 수 비중을 최대 50%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그럴 경우 충북은 최대 300억원 정도가 삭감될 수도 있다고 한다. 충북교육청의 지갑은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충북도교육청의 인건비등의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고 나면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더욱 줄어드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교육 재정의 축소가 더욱 심하다. 특히 시도교육청 예산을 다양한 방법으로 옥죄고 있다. 전국 13개 시도에서 소위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이후 예산을 통해 교육청을 통제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충북교육청의 경우만 보더라도 누리과정으로 인해 1천억원이 넘게 구멍이 생겼다. 교부금 배분 기준이 변경된다면 또 몇백억원이 줄어들게 된다. 김병우 교육감이 새로운 변화를 위한 교육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기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교육예산을 더 줄여 시도교육청의 손발을 묶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것은 교육감들에게 새로운 것을 하지 말라는 것이며, 정부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으라는 협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정부는 농어촌 지역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통해 운영비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학교통폐합 여부 등을 평가해 시도교육청에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고 지난 3월에 밝힌 바도 있다.

하지만 교육의 문제를 경제논리만으로 밀어부쳐서는 안될 일이다. 농촌의 경우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공동체가 유지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은 지양되어야 한다. 특히 학생들의 교육 출발선이 단지 도시냐 농촌이냐에 따라 차별이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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