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예산 절반 ‘싹둑’… 충주예총 “삭감 배경 밝혀라” 발끈

▲ 충주의 대표적 향토 문화제인 우륵문화제의 예산이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삭감된 가운데 지역 예술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우륵문화제 길놀이 장면과 예산 삭감에 반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충주예총 회원들(사진 아래).

충주의 대표적 향토 문화제인 우륵문화제의 올해 예산이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깎이자 지역 예술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또 예산삭감으로 행사내용이 부실해질 우려가 크다며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충주지회(충주예총)은 최근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주시는 우륵문화제 축소를 원하는지 발전을 원하는지 명확한 입장을 천명하고, 충주시의회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우륵문화제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충주시와 충주시의회는 그동안 충주의 예술문화를 대표했던 축제인 우륵문화제의 근간부터 흔드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충주의 예술문화 발굴 보존과 혼과 맥을 잇는 발전된 미래의 충주 예술문화 중흥을 위해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또 “충주시의회는 아무런 설명 없이 45회 우륵문화제 예산 50%를 삭감한 이유와 추경예산 1억 원 마저도 안건으로 채택조차 안한 이유, 회의록에 기록조차하지 않고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충주시의회는 개인의 감정이나 정쟁에 따라 예산을 의결하지 말고 정당하고 형평에 맞는 진취적이고 발전적이며 대의를 위한 방향으로 예산을 의결하라”고 했다.

시의회 “예산보다 콘텐츠 개발 먼저”

이에 대해 충주시의회는 즉각 반박했다.

충주시의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40여 년간 우리나라 6대 문화제로 사랑받아온 우륵문화제가 최근 불거진 주관단체의 불미스러운 예산운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염려스럽다”며 “우륵문화제는 예산보다 ‘콘텐츠 개발’을 먼저 해야 하고, 충주예총은 자기반성과 제도 개선을 통해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반격했다.

시의회는 “애초 예산 심의 당시 전년도 우륵문화제 보조금 정산이 미흡했고, 우륵문화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발전된 콘텐츠 등 개선에도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않아 예산이 삭감됐다”고 했다.

이어 “시의회는 그동안 주관단체가 수년에 걸쳐 규정을 위반하고 부실한 보조금 예산운영으로 시민에게 걱정을 끼치고, 행사보조금 환수조치와 사법처리까지 받은 것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많은 시민이 걱정하는 상황에서 우륵문화제의 예산심의는 의회 규정에 의해 밀도 있는 심의,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처리했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지금은 충주예총이 우륵문화제 예산 50% 삭감을 운운하기보다는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자기반성과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개선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시의회가 제기한 보조금 정산 미흡은 지난해 9월 불거진 문제다. 충주예총 임원 A씨는 당시 예총이 주관하는 보조금 사업의 전면 감사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파문이 일었다.

A씨는 “충주시와 충북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충주예총 주최 사업들의 보조금 편취 관련 감사원 감사와 충주예총의 기부금 영수증 발부 관련 국세청의 특별감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12·2013 사진촬영대회 당시 충주사진협회가 충주시와 충북문화재단으로부터 보조금을 이중 지원받은 사실과 2012국제퍼포먼스 미술실기대회 또한 이중 지원받은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충주예총 예술인협회가 행사 시 가수들의 출연료 중 일부를 협회로 재입금시킨 의혹, 문인협회의 백일장 행사 시 충주시와 충북문화재단으로부터 이중지원 받은 의혹, 충주음악협회의 특별기금 편취 의혹 등에 대해 감사를 요구했다.

충주시는 일부 협회의 보조금 이중지원 사실이 드러나자 해당협회의 중복지원금 환수조치 등 후속조치에 나섰다.

이 밖에도 충주예총은 특별기금 및 회관 건립기금 의혹 등으로 전·현직 임원 간 고소·고발이 이뤄졌고, 경상비 부당집행 논란 등 극심한 내우외환을 겪었다.

부실행사 대비책 마련 필요

이에 대해 안재열 충주예총 회장은 “논란이 많았지만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은 충주사진협회의 보조금 이중 지원뿐이었다”며 “콘텐츠를 개발하라고 하는데 예산을 줄이고 무슨 개발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예산 삭감 때 반발하지 않은 이유는 ‘예총 길들이기’를 의회에서 한다고 해 거기에 맞춰주기 위해서였다”며 “내가 그만두면 예산을 정상적으로 준다는 말도 들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안 회장은 “문화·예술축제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적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이라도 시의회 및 전문가, 시민들이 모여 대토론회를 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륵문화제 예산삭감이 이뤄지면서 행사내용의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예술인은 “우륵문화제는 그동안 지역의 예술 유망주들을 키워왔는데 예산삭감으로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예총은 예산삭감에 따라 행사 날짜를 줄이고, 개·폐막식 축소, 길놀이 및 새로 생겨난 프로그램 폐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예총 관계자는 “난타경연대회 등이 대표적으로 새로 생겨난 프로그램인데 호응도 좋았고, 성공적이었는데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며 “행사내용이 부실해질 경우를 대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총의 의견을 반영해 올해 추경예산에 1억 원을 요구한 시는 시의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예산보다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조길형 시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충주시의회에서 우륵문화제 예산이 삭감된 것은 안타깝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시장은 “시의회가 워낙 완강해 절충안으로 1억 원을 예산에 올렸는데 그것도 삭감됐다”며 “시장이 절충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도 맞지만 시의회도 존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 시장은 “5월 어린이날 행사 때 부스 100개 설치했는데 부스마다 하루종일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무술공원에 그날처럼 많은 인파가 몰리기는 처음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어린이날 예산은 5000만 원 들었다”고 했다.

조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논란이 되고 있는 우륵문화제 예산과 관련, 충주예총의 요구대로 예산을 더 늘리지는 않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충주시의회와 충주예총 갈등이 어떻게 귀결될지, 절반의 예산으로 올해 우륵문화제를 무사히 치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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