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 의원 등 농어촌 의원들, 인구 기준 선거구 획정 헌법소원 청구
‘고향투표제’ ‘인구 가중치’ ‘특별선거구’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제안

새누리당 박덕흠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13명은 1일 인구 비례 선거구 획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인구 하한기준에 미달해 국회의원 선거구 통폐합 위기에 처한 농어촌 지역 국회의원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한 것. 박덕흠 의원의 지역구인 보은·옥천·영동은 도내에서 유일하게 통폐합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의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름아닌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법의 인구편차 허용기준을 완화하도록 위헌 결정했기 때문이다.

▲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 등 여야 의원 13명이 1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 등이 공직선거법 제25조 제2항 별표1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인구편차 3대 1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선거권자 1인의 투표가치가 다른 1인의 가치에 비해 세 배의 가치를 갖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는 지나친 투표가치의 불평등”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을 완화할수록 과대 대표되는 지역과 과소 대표되는 지역이 생길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결정을 통해 현행 3대 1인 인구편차를 2대 1로 줄이도록 하고 관련법 개정을 올해 12월31일까지 완료토록 했다. 이에따라 내년에 치를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구 당 인구 하한선은 13만8984명이 되고 상한인구수는 27만7966명이 된다. 남부3군(보은·옥천·영동)의 4월말 인구는 13만7913명으로 인구 하한선에 못 미쳐 통합 선거구 대상이다.

충북도는 도내 8개 국회의원 선거구 지키기에 직접 나서 남부3군 주민등록 인구 증가를 시도했다. 하지만 인위적인 주민등록 이전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통한 농어촌 지역 배려 방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대 명분은 비수도권과 농어촌지역의 정치력 비대칭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대로 인구편차를 2 대 1로 줄일 경우 내년 20대 총선에서 수도권 선거구가 비수도권 숫자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균형발전의 대의보다는 수도권 위주의 정책 왜곡이 우려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인구뿐 아니라 지세· 면적· 행정구역 등을 고려해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만 기계적으로 적용되고 나머지 요건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그동안 선거구 인구편차는 4:1→ 3:1→2:1로 축소돼 왔다. 앞으로 ‘2:1은 어떻게 합헌이냐? 1:1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인구 이외의 구체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농어촌지방 주권지키기 모임’ 의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도 “인구 외 부분들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하지 않은 법안은 위헌”이라는 법리를 내세우고 있다. 교육·보건의료·노인복지 수요가 도시에 견줘 상대적으로 다양한 농촌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책실장은 지난 5월말 국회에서 열린 선거구획정 기준 등에 관한 공청회에서 새로운 제안을 했다. 농어촌 선거구 유지 방안으로 농어촌 인구수에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법과 농어촌지역 기본의석 배정 후 시·도별 의석 배분 방식을 제시했다.

인구 이외 선거구 기준 필요

윤실장의 제안대로 농촌지역 인구수에 10% 가중치를 적용하면 충북의 의석수는 기존 8석 그대로다. 하지만 20~30%의 가중치를 부여하면 9석으로 늘어난다. 남부3군의 독립선거구 유지가 가능하고 별도로 1석을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충남도 10% 가산하면 현재와 동일하고, 20%는 1석, 30%는 2석이 증가한다.

이밖에 3개 시군으로 구성할 수 있는 ‘농촌지역 특별선거구’, 비례대표 54석의 일부를 ‘농어촌 지역의 비례지역 혼합선거구’로 할당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농어촌 지방 주권지키기 의원모임’이 제안한 ‘고향투표제’ 도입이다. 고향투표제는 주민등록과 관계없이 유권자 본인의 고향에서도(등록기준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농어촌 선거구 감소를 막을 수 있어 농어촌 주권유지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선택에 따라 현 주민등록 주소지에서 투표할 수도 있고 등록기준지(고향=호적지)에서도 투표가 가능하게 된다. 몇개의 시군을 강제로 묶지 말고 인구가 남아도는 대도시에서 선거 인구가 모자라는 농어촌 고향으로 선거인을 꿔주는 셈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채택된 선례가 없는 제도라서 법개정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가장 가능성이 큰 대안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꼽고 있다. 현행 ‘소선거구’ 하에서는 1등 후보자에게 던진 표 외에는 의석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표로 버려지게 된다. 반면에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에 지역구 후보자와 함께 비례대표 후보자를 동시에 공천하면 비례대표로 당선한 입후보자는 광역이긴 하지만 지역대표로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경우 인구비례로 하원의원을 선출하고 인구와 무관하게 각 주마다 2명씩의 주 대표를 선출해 상원을 구성하고 있다. 상,하원 모두 해당지역 주민의 권익을 대변하지만 상원의원들은 인구수가 적어 과소대표의 우려가 제기되는 델라웨어나 몬태나, 하와이 같은 작은 주의 지역 대표성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20대 총선, 수도권 > 비수도권 의석 비율 역전될 듯>

최근 20년간 농어촌 지역 선거구가 50석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또한 예외가 아니다. 14대 국회에서 14석에 달하던 전북 선거구는 16대 10석으로 감소, 17대에 익산시가 분구돼 11석으로 늘었지만 20대 총선에선 다시 농어촌지역 선거구 통폐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구 변동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농촌지역 선거구는 1992년 14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73곳에서 2012년 19대에는 23곳으로 무려 50곳이 줄었다. 반면 도농복합지역과 도시지역은 각각 42곳, 17곳 증가했다”고 밝혔다. 14대 총선 당시 농촌지역 선거구 비율은 전체 선거구의 30.8%에 달했지만 19대에선 21.5%p로 축소됐다.

이에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율도 지난 20년간 격차가 줄었고, 20대 국회에서는 역전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14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155곳이던 비수도권지역 선거구는 19대에서는 134곳으로 21곳이 줄어든 반면, 수도권지역은 82곳에서 112곳으로 무려 30곳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선거구 비율은 14대 총선 당시 35(수도권)대 65(비수도권)에서 19대 46(수도권)대 54(비수도권)로 격차는 30%p에서 8%p로 줄었다. 결국 수도권 중심의 정치 지형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조정대상에 오른 59개 선거구 현황을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비율의 역전이 확실시 된다. 상한 초과 선거구 35곳 가운데 23곳이 수도권인 반면 하한 미달 선거구 24곳 가운데 22곳은 비수도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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