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의심자 2명 '음성' 판정, 62개 학교 휴업단행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바이러스보다 더 빠른 공포심이 충북의 구석구석을 엄습하고 있다.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부친(2일 확진 판정)과 접촉했던 20대 초반의 청주 A초등학교 교사 이모(24)씨가 일주일간 수업을 진행하고 임용고시 동기인 다른 학교 교사들과도 장시간 어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 교사에 대한 1차 검사(2일)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막연한 불안감 때문인지 휴업을 결정하는 학교는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내 아이 못 보내" 휴업 학교 속출

3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청주·충주·진천·영동 등 4개 시·군 62개 유·초·중·고교가 휴업을 단행했다.

A초교를 비롯 청주에서 30개 유·초·중학교, 충주에서 2개 유·초등학교, 영동에서 18개 유초중고교, 진천에서 11개 유초중학교가 이날 하루 또는 5일까지 사흘간 휴업에 들어갔다.

하루만 쉬기로 했던 일부 학교도 임시휴업 일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동·충주지역 초등학교가 휴업을 결정한 것은 이씨가 임용고시 동기인 청주·영동·충주지역 교사 4명과 긴 시간 접촉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씨에 대한 2차 검사는 잠복기(접촉일로부터 14일)가 끝나는 6일 진행된다.

◇"내 증상 어떤가요" 일부 병원 '북적'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전염병인데도, 일부지역 병원 진료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찾아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충북대 병원에는 어제 오후 6시 이후 늦은 밤까지 20여 명이 응급실에 찾아와 "메르스 진단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충북대 관계자는 "지역 보건소를 통해 일정한 절차를 밟지 않으면 진단 자체가 불가하고, 아무런 의심증세가 없는데도 무조건 진단해 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학교가 '과장·유언비어' 유포 물의

청주의 한 중학교가 '청주에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이란 유언비어를 학생, 학부모에게 유포했다가 뒤늦게 정정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학교는 전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청주 일부 학교에 휴교령이 떨어졌다고 알려 불안감을 스스로 키우기도 했다.

이 문자가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전달될 당시엔 5개 초교가 이튿날부터 '휴업'하기로 했는데도, 마치 교육청 차원의 휴교령이 내려진 것처럼 과장한 셈이다.

◇개인 위생용품 '품귀'

약국과 대형 유통업체에선 메르스 덕분에 귀한 존재가 된 손세정제와 마스크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보건용 마스크 N95에 대한 관심도가 치솟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일반인용 마스크보다는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바이러스를 차단하는데 좋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

네티즌들은 이 제품을 '메르스 마스크'라고 부르고 있다.

◇"미루거나 취소" 대규모 행사 '주춤'

지자체와 대학은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거나 취소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다음 주 일주일간 도내 모든 학교의 단체활동을 자제하라고 학교장들에게 권고했다.

청주대는 5일 본관 세미나실에서 열려고 했던 68주년 개교기념식을 취소했다. 교육부가 대중집합 행사를 가능하면 자제하라고 요청한데 따른 조처다.

충북도 역시 같은 날 청주체육관에서 4000여 명이 참석하는 '제33회 충북도 적십자봉사원대회'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제천시는 매주 금요일 오후 개최하는 '금요힐링콘서트'를 잠정 중단했고, 6~7일 개최 예정인 '박달재 산악자전거대회'도 무기한 연기를 적극 검토하는 등 대규모 행사를 잠정 중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증평들노래축제(13~14일) 개최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던 증평군은 이날 축제를 전격 취소했다. 증평새마을금고는 12일 보강천체육공원에서 열기로 한 이사장기 게이트볼대회를 취소했다.

진천군은 7일 경기도 안성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3도(충북·충남·경기도) 자율방범대 화합 행사를 취소했고 음성군은 4일께 지역 내 대규모 행사 개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보은 법주사도 13일 개최 예정인 금동미륵대불 회향식을 3일 괴산 각연사에서 열리는 49재가 끝난 뒤 결정할 예정이다. 다음 달 2~4일 청주에서 열리는 54회 충북도민체육대회도 메르스 여파가 길어지면 대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 접촉 등 2명 '음성' 판정

현재 메르스 의심환자와 접촉했거나 메르스 발생지인 중동을 방문해 정밀검사를 받은 충북인은 2명이고,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충북도는 3일 "메르스 확진 환자나 격리대상인 밀접 접촉자는 현재 한 명도 없다"며 "의심환자를 접촉한 20대 교사는 1차 검사에서, 중동지역을 다녀온 30대 남성은 2차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공식 발표했다.

30대 남성은 5월 15~21일 두바이 출장을 다녀왔고 지난 1일 보건소에 이런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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