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선거 때만 되면 난무하는 공약, 정치인의 약속을 얼마나 신뢰하시나요? 흔히들 정치인의 공약은 공염불, 사탕발림이라고 말합니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고 찍는 게 선거라고 하지만 현실에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것이 지속되면 정치에 환멸을 느끼기도 합니다. 저는 최근 청주시 상징물 조례 개정안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그러함을 느꼈습니다.

7월 1일이면 통합청주시 1주년입니다. 그에 따라 청주시의 새얼굴인 CI작업을 하는 것은 큰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갈등과 반목으로 힘들게 이룩한 통합청주시가 상징물을 만드는 과정이 갈등으로 시작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과정에서 찬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갈등으로 몰아붙여 봉합할 게 아니라 충분히 의견수렴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가 CI를 선정하는 과정도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서울시민의 날에 맞춰 선보이려고 한 CI가 문제가 되자, 서울시의 조치는 달랐습니다. 먼저 충분한 공감대 형성을 위하여 발표 시기를 연기하고, 거리 홍보단, 여론조사, 공청회 등 다양한 매체와 방법을 이용하여 의견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친 후 CI 선포를 했다고 합니다. 같은 상황인데 대체하는 방법은 180도 다릅니다. 저는 서울시가 혹은 서울시장이 목표의식이 없어서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청주시가 절차와 과정의 문제를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의견 수렴보다는 상징물위원회의 자문과 업체의 전문성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이어령 전 장관의 일갈도 있었다지만 진위여부는 정확치 않습니다. 이렇게 소수 전문가 중심, 최소한의 절차 중심으로 과정을 진행시켰습니다. 물론 과정을 아예 생략한 것은 아닙니다. 세 가지 시안에 대한 투표도 있었고, 홈페이지에 입법예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중적인 방법으로 진행하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잘 몰랐으니까요. 홈페이지 역시 마치 열려진 공간처럼 착각하기 쉬운 곳인데 사실은 일상적으로 시청 홈페이지를 드나드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것을 소통행정이라고 하면 불통행정을 자임하는 거겠지요. 제대로 알리고 제대로 듣고 싶어 하지 않았거나 성의가 없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정작 중요한 주민의견수렴 기능인 공청회는 생략했습니다. 의회 보고 때 문제 지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청주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조례안을 부결시켰습니다.

저는 청주시가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절차와 과정이 문제였다고 인정한 만큼 충분히 경청하면 될 일입니다. 만약 마음에 꼭 맞는 시안이었다면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면 될 일입니다. 그것이 정치인의 역할이고, 그것을 원만히 풀어내는 게 역량이지 않겠습니까?

더 이해되지 않는 건 청주시의회의 정체성입니다. 주민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고 시정을 비판, 견제해야 하지만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오히려 상임위에서 부결된 의안을 의장 직권으로 상정하려다 의원 연서를 받아 안건을 상정하는 해프닝을 벌였습니다. 집행부 견제와 비판은커녕 일방적인 집행부 편들기였고, 내부 의원들의 의견 존중은 없었습니다.

이 문제가 여야가 대립할 사안이었나 여전히 의문이 들지만, 정치적으로 풀려다보니 결국 표 대결을 택했습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모두 퇴장이라는 강수를 두자 나머지 새누리당 의원 전원 찬성으로 CI관련 모든 갈등을 덮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갈등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의 시작일 것입니다.

초심을 들여다보십시오. 시장님도 시의원님도 지역주민을 존중하고 의견을 잘 듣어 행정, 의정을 펼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사안 앞에 지역주민은 없었습니다. 정치적 논리만 남은 것이지요.

이 얼룩진 결과가 정녕 지역발전 혹은 지역주민을 위한 일이라 말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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