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별 연 3억원 이상 수의구매 … 2000억원대 시장 형성
업체, 종합유통상사 등록…쓰레기봉투에서 컴퓨터까지 취급

16억원 상당의 재원이 추진된 충북교육청 스쿨도우미로봇 사업. 이 사업과정에 10억원 가량이 리베이트로 제공돼 파문이 일었다. 전체 사업규모의 60%가 리베이트로 제공된 사상 초유의 사건.

이 사건의 중심에는 제천시 소재 모 복사용품 대리점이 연관돼 있다. 업체 대표 A씨는 납품업체로부터 7억원 가까운 금액을 리베이트로 받았다.

사건의 충격파에도 불구하고 A씨의 일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정상적으로 전화를 받고 반바지 차림으로 가게 주변을 돌아다녔다. 사무실 직원은 2명. 경찰 수사결과가 발표됐지만 거래처인 학교는 크게 불편해 하지 않았다.

그는 350만원 상당의 복사기를 수의계약으로 학교에 납품했고 등사용 원지와 잉크는 예전처럼 주문이 계속됐다.

청주시 소재 △△정보기술. 이 업체는 도내 소재 B학교 유도부의 도복 1000여만원 어치를 수의계약으로 납품했다. 인터넷으로 업체 정보를 검색한 결과 건물 관리업으로 소개됐다. 상호와 업체정보, 실제 납품 취급 품목이 쉽게 연결되지 않았다.

본보는 충북도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중 2015년 1월1일 이후 진행된 수의계약 정보 2935건과 8개학교 홈페이지에 게재된 1000여건을 별도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진행해 분석해 봤다.

이에 따르면 학교 별 최소 연간 3억원 이상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 납품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 20여 곳의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봤다. 이 업체 중 절반 이상은 후미진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

매장 규모는 5~6평 정도에 불과했고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짙은 선팅 용지로 포장돼 있었다. 연간 10억원 가량되는 매출 규모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에 2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학교 납품 수의계약 시장 구조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편집자)

▲ 본보는 충북도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중 2015년 1월1일 이후 진행된 수의계약 정보 2935건과 8객학교 홈페이지에 게재된 1000여건을 별도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진행해 분석해 봤다. 이에 따르면 학교 별 최소 연간 3억원 이상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로 빌딩을 짓는다.” 혹자는 학교 납품 시장을 빗대어 이렇게 표현했다.

이 말은 학교에 복사용지만 납품하더라도 빌딩을 지을 정도로 큰 수익을 남긴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말을 뒷받침 하듯 관내 학교를 전문으로 인쇄물을 취급하는 업체 사장은 최근 상당한 양의 토지를 매입했다. 이 업체 대표의 재산은 50억원이 넘는다고 주변 관계자는 전한다.

그렇다면 학교를 상대로한 납품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각 학교의 예산은 규모별로 차등돼 있다. 6학급 정도의 소규모 학교는 7억원에서 10억원 정도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규모가 큰 학교는 연간 15억원에서 20억원 정도다.

이 예산에서 교사를 포함한 교육 공무원의 인건비는 제외돼 있다. 다만 정규 공무원이 아닌 공무직 노동자들의 인건비는 예산에 포함된다.

현재 충북도내에는 총 495개의 학교가 있다. 초등 273개교, 중등 130개교, 고등학교 83개교, 특수학교 9개교가 존재한다. 본보는 충북도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S2B(학교장터) 수의계약 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올해 1월에는 전체 540건 20억6279만원이 수의계약으로 지출됐다. 2월에는 809건 36억4674만원등 5월 25일 현재 2909건 114억50004만원이 지출됐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25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S2B자료는 수의계약 전체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학교가 수의계약을 통해 물품을 조달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다. 조달청이 운영하는 G2B 나라장터를 통하거나 교직원공제회가 운영하는 S2B를 통해 수의조달을 할 수도 있다.

일선 학교가 위 2곳을 통해 물품을 구매하면 정기 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혜택을 받게 돼 있다. 위 방식 이에도 교직원이 관련 업체와 1:1 방식으로 직접 연결해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교육청과 각 학교는 이렇게 체결된 수의계약 중 100만원 이상되는 계약에 대해서 학교와 교육지원청, 도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청주권만 최소 560억원

본보는 S2B자료 외에 청주시(옛 청원군 포함) 소재 8개학교의 2014년 1월 1일부터 올해 3월30일까지 수의 계약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청주고는 이 기간 동안 6억1781만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충북체고가 4억9831만원으로 나타났다. 흥덕고가 1억5931만원으로 수치가 낮게 타났지만 이는 수련활동이나 교과서 구입, 급식비용등이 빠진 자료다.

8개학교의 지출 규모를 합산 해 연간 평균을 도출해보니 각 학교별로 연간 3억원 정도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지출했다. 하지만 실제 지출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공개된 자료가 100만원 이하의 수의계약은 포함돼 있지 않는 금액이다. 또 샘플 대상인 고등학교가 초‧중등학교에 비해 수의계약 규모가 적다는 점도 지적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고등학교보다 초‧중등 학교의 수의계약 규모가 더 크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형성된 도내 각 학교 연간 수의계약 시장을 추정해보면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현재 도내에는 초등273개교, 중등 130개교, 고등 83개교, 특수 9개교 등 총 495개가 있다. 학교별로 3억원만 적용해도 1500억원대의 규모가 나온다.

학교가 밀집해 있는 청주시만 하더라도 그 규모가 최소 560억원에 이른다. 현재 청주시 관내에는 초등 94개교, 중등 46개교, 고등 37개교가 있다.

수의계약 대상은 물품, 공사, 용역등 3가지로 대분류된다. 보통 학교별로 연간 100여건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88건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청주고의 경우 총 17개업체와 계약을 맺어 한 업체와 평균 5건 정도를 체결했다.

이중 2개업체와 각 12건, 1개업체 11건, 1개업체 10건 등 4개 업체와 50%건 넘는 45건을 체결해 특정업체를 몰아준 흔적이 나타났다. 금천고의 경우도 비슷했다. 본보가 분석한 86건 중 금천고는 9건, 6건, 6건 등 특정업체에 집중돼 있다.

해당 물품은 스포츠의류용품, 인쇄사, 컴퓨터 소모품 등으로 특정 업체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S2B를 통해 체결된 수의계약도 특정업체 쏠림현상은 그대로 나타났다. 컴퓨터 관련 물품 구입은 2개 업체에 집중됐다. 각 24건과 22건으로 1억원 내외로 집중됐다. 인테리어 공사는 L 업체에 급식기구나 청소용품은 S, HD업체에 집중됐다.

청주시 관내 학교 중 30% 가량이 상품권을 구매하면서 거래처로 삼은 업체는 청주 업체가 아니라 천안에 있는 업체였다. 이 업체는 동네에 있는 소규모 문구점으로 확인됐다.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는 특정 물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기 보다 쓰레기 봉투 등 청소용품, 급식조리기구, 과학 실헙 교구 등 물품에서 설비 공사까지 복합적으로 취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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