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시민의견수렴 제대로 안 해···부정의견 높자 밀어붙이기 총력
“개정조례안 통과는 이승훈 시장·김병국 의장 합작품” 비판여론 비등

▲ 청주시의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CI 날치기 통과를 자행한 새누리당 규탄 기자회견을 조례안 통과전, 후 두 차례 열었다.

청주시 새 CI가 날치기 통과된 뒤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청주시의회 새누리당은 지난 22일 본회의에서 ‘청주시 상징물 등 관리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채 날치기 통과시켰다. 시의회는 새누리당 21명, 새정치민주연합 17명 등 총 38명으로 구성됐다. 시의회는 숫자도 엇비슷한데다 양당간 갈등이 표면화된 적이 없어 원만한 운영을 한다는 평을 받았으나 이 일로 크게 벌어졌다.

청주시는 통합1주년을 맞아 정체성과 핵심가치를 하나의 이미지로 시각화한 새 CI 개발에 착수했다. 용역비 1억3880만원에 서울의 ‘cdr associates’와 청주의 ‘INNO·PARTNERS’라는 업체에 연구를 맡겼다. 업체측은 “청주의 대표 이니셜인 C와 J를 조합해 생명의 시작이자 창조적 가치의 원동력을 의미하는 씨앗으로 상징화했다”고 밝혔다. 통합1주년인 7월 1일에 새 CI 선포식을 해야 한다는 집행부 계획에 김병국 시의장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손을 들어줌으로써 CI가 교체되게 됐지만 과정을 살펴보면 상당히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먼저 집행부는 청주의 얼굴인 CI 개발을 하면서 공청회조차 하지 않았다. A·B·C 세 개의 안을 놓고 공무원과 시민 여론조사를 인터넷 ‘구글’을 통해 했다고 한다. 이는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매체라 여론조사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공청회를 했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것이다. 최윤정 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청주시는 시민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개 자연을 소재로 CI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다소 혁신적으로 하니 거부감이 든 것인데 자꾸보면 괜찮을 것이다. 직지에서 창조 이미지, 바이오메카 오송에서 생명 이미지, 삼국시대 융합에서 조화 이미지를 따와 씨앗에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씨앗 디자인이 나오자마자 부정적 의견이 쇄도했다. 공청회를 하지 않은 것도 이를 차단하고 일을 빨리 추진하기 위해 생략한 것 아니냐는 게 시민들 얘기다.

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에서는 이 디자인에 대해 “청주는 교육문화 도시인데 왜 갑자기 생명과 창조의 도시가 됐는가” “사전 교감이 부족했다” “특정기업(CJ)의 로고와 비슷하다” “반도체를 만드는 도시의 상징이 볍씨인 것은 말이 안된다”는 등의 반대의견을 쏟아 놓은 뒤 ‘청주시 상징물 등 조례안’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 충북참여연대는 상임위에서 부결된 CI 본회의 상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상임위서 반대하더니 본회의서 찬성

그렇지만 상임위에서 부결된 이 안건은 본회의에서 30초만에 통과됐다. 김병국 의장이 상임위 심의 전부터 본회의에 직권상정하겠다는 말이 떠돈 것을 감안하면 의장의 통과의지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새정연 의원들이 ‘새누리당은 CI 졸속추진을 멈춰라’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충북참여연대에서 비난성명을 발표하는 등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자 김 의장은 자신이 나서는 대신 의원 1/3 서명을 받아 처리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16명의 새누리당은 개정조례안 본회의 부의요구 찬성의원에 서명했고, 3선의 황영호 의원은 본회의에서 개정안 찬성토론을 했다. 그리고 21명의 새누리당 전체의원은 표결시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상임위에서 부결된 안건을 본회의에 올리는 것을 다수당의 횡포로 규정하고 반대했던 새정연 의원들은 반대토론을 한 뒤 표결에 나서자 모두 퇴장했다. 서지한 새정연 의원은 “전자투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는 것이나 의장은 이를 묵살하고 전자투표를 실시했다”고 항의했다.

찬반이 공개되는 전자투표를 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지지 못하고 모두 찬성할 것이라는 게 서 의원의 얘기다. 실제 이 날 이탈표는 없었다. 기획경제위에서 이 개정안에 반대했던 새누리당 최진현·김태수·안성현·이우균 의원은 결국 본회의 표결에서는 찬성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따라서 다수당은 앞으로 상임위에서 부결시킨 안을 당명으로 정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개정조례안 통과는 이승훈 새누리당 시장과 김병국 새누리당 시의장의 합작품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충북참여연대는 “청주시의회는 통합정신을 훼손시켰다.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의회절차도 무시했다. 시민의 공감대 없는 반쪽짜리 CI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시의회는 진정 청주시 들러리를 자처하고 있는가. 시민앞에 사죄하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소통과 화합 청주시의회’는 죽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공식일정 불참·보직사퇴 ‘초강수’

 

“새누리당 이승훈 시장의 CI 졸속 추진과 이에 대한 비판을 막아주려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졸렬한 합작품” 새정연 의원들은 본회의 CI 통과후 새누리당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통과 화합’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청주시의회가 상임위를 무시하면 의회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향후 모든 일정에 불참하겠다고 공언했다.

최충진 새정연 원내대표는 “28~29일 단양에서 열리는 시·군의회 연찬회와 앞으로 예정된  기획경제위 해외연수에 불참한다. 그리고 6월에 가는 상임위별 비교견학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다수당이라고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리도 협조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이 이렇게 되면 시의회는 양당으로 쪼개져 향후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시의회를 거쳐야 하는 집행부 업무도 추진이 어렵다. 김병국 의장의 리더십도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김 의장은 지나치게 집행부와 가깝다는 비판을 받고 있던 차에 이런 일이 터졌다.

모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의장 말 한마디면 다 움직인다. 의장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의장은 시장 말이라면 거의 수용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시장과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의장이 집행부 일이라면 내놓고 찬성하니 의회의 위상이 서겠는가”라고 비꼬았다.

새정연은 항의 수준을 높여 지난 27일 모든 보직을 사퇴했다. 김기동 부의장, 김성택 운영위원장, 육미선 복지문화위원장, 신언식 농업정책위원장, 최충진 원내대표, 김은숙 원내 대변인 등은 모든 보직을 내려놓고 다수당의 횡포에 맞서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 시의회는 새정연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들끼리 새 CI 조례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했다. 이름 옆에 녹색불 들어온 건 찬성, 아무것도 없는 건 기권표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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