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자로 선정된 청주병원 “노조 인정 못해” 입장차 여전
“수탁 포기할 수도” 강경발언에 노조도 “실망감” 대립각

우여곡절 끝에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새로운 운영자가 선정됐다. 청주시는 26일 수탁자 선정심의위원회를 열고 청주병원을 최종 낙점했다. 이로써 청주병원은 앞으로 한 달 동안 현 운영자와 인수인계 작업을 진행한 뒤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다음 달 예고된 임시폐업도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청주시는 26일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하며 “그간 병원 폐업 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마음 졸였을 노인병원 입원환자 및 보호자와 근로자들이 불안감을 떨치고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지만 쟁점인 노동환경 등 노사간 합의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특히 사전 협의과정에서 노조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청주병원과 결별을 선언한 노인병원 노조 측은 청주시의 결정을 압박하는 등 수탁자가 결정되기 전부터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

▲ 청주시가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수탁자를 선정한 다음날인 27일 청주시청에서는 관련 기자회견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은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기자회견.

선정날보다 더 긴박했던 다음 날

새로운 수탁자가 발표된 다음 날 수탁자인 청주병원은 물론 시청 앞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노조, 사태를 지켜보던 시민사회단체 등은 일제히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가장 먼저 입장을 밝힌 곳은 청주병원이다. 청주병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원 등 노인전문병원 재직 근로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조원익 청주병원 행정총괄팀장은 “근로자는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지고 화합과 이해, 양보를 바탕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노인전문병원 운영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청주병원이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그 다음에 이어졌다. 조 팀장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지만 끝내 노조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탁 자격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둘러 이야기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노사관계가 조성되지 않으면 운영권을 포기하고 그 책임은 노조에게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권옥자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조 분회장은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 운운하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청주병원이 말한 소기의 목적이란 향후 2년간 노조활동 중단과 정년에 대한 청주병원의 입장(60세 정년 후 촉탁 고용)을 관철시키는 것을 말한다. 노조는 이와 관련해 노조법을 위반하는 무리한 요구라고 촌평했다. 노조는 같은 날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고 “사전 협의 과정에서 이 같은 이야기가 나왔고, 그렇기 때문에 청주병원 위탁을 반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서로의 입장차가 분명하고 양측 다 물러설 생각이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양측 다 대화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어 향후 진행될 협의과정에서 양측이 의견차를 좁힐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은다. 조 팀장은 이날 “공모에 응하기 전에 노조와 벌인 세 차례 협상이 결렬됐다”며 “하지만 대화가 단절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마지막까지 대화를 통해 노인전문병원을 정상 운영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권옥자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분회장 또한 “청주시가 나서지 않겠냐”며 청주시가 중재하면 청주병원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병원운영위에 지역사회 참여해야

한편 같은 시각 시청 정문에서는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노인병원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병원운영위원회의 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충북연대회의는 “현재 청주시가 입법예고한 것을 보면 위원 구성을 시장 추천 의료인 2명, 수탁자 추천 2명, 시의원 2명, 담당공무원 2명으로 하고 있다. 지역 사회 내 목소리를 대변할 비영리단체나 주민들의 대표는 참여에서 배제되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들의 청주병원과 노조 양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노조의 입장을 지지했다.

쟁점화 된 정년에 대해서는 50대에 시작하는 간병사라는 직업의 특성을 이유로 20대에 시작하는 간호사 등 병원 종사자들과 동일한 60세 정년 적용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주병원이 제시한 60세 정년 이후 촉탁 고용은 비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인데 이 주장에는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조활동 또한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향후 진행될 협의과정에서 양측이 끝내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했을 경우다. 이럴 경우 청주시는 당초 계획대로 조례 개정(현재 입법예고 중) 등 전국을 대상으로 3차 공모 절차를 밟겠지만 현 운영자인 한수환 원장이 다음달 10일로 예고한 병원 폐쇄는 막을 수 없게 된다.

 

 

당연한 결과? 일각에선 특혜 의혹도

노조협상 결렬에도 고용승계 높은 점수…노조 점수공개 요구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청주시가 진행한 2차 공모에 청주병원과 안윤영정신과의원이 신청했고, 26일 진행한 심사에서 청주병원은 합격 기준인 70점 이상을 받은 반면 안윤영의원은 기준치인 70점을 넘기지 못했다.

1차 공모에도 한 차례 탈락 경험이 있는 안윤영의원은 우진교통과 협력을 통해 당시 지적됐던 자금력과 행정능력을 보완했다. 하지만 병원과 개인이라는 체급 차이가 존재했다. 개인 자격인 안 의원과 달리 내과·외과·신경정신과·성형외과 등의 진료과목과 노인병동, 장례식장을 갖춘 종합병원인 청주병원은 대부분의 객관적 심사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지만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통합시청사 부지문제가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청주병원 부지가 청주시청사 부지로 수용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자리를 비운 청주병원의 병원기능은 노인병원 운영으로 대신하고, 현 청주병원의 최대 수익모델인 장례식장을 청주시가 보장해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26일 결과를 발표한 윤재길 청주부시장은 “특혜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청주시가 수탁자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청주병원이 고용승계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한 부분이 다시 문제가 됐다.

노조 측이 이미 안윤영 의원과는 노조간 협약을 통해 재직자 및 부당해고자 고용승계, 시립병원 재직기간을 합산한 연차 적용 등을 합의한 반면 청주병원과는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27일 기자회견에서 노조 측은 이 같은 이유로 청주시에 고용승계와 관련해 청주병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근거를 제시하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그렇기에 청주시는 심사위원회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적어도 청주병원이 제시한 고용승계 방안에 대해서라도 밝혀야한다. 윤 부시장의 언급대로 편파, 특혜가 없었다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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