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노 충주담당 차장

▲ 윤호노 충주담당 차장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는 각서를 의미하는 ‘Memorandum’과 합의, 이해 등을 의미하는 ‘Understanding’을 담은 것으로 흔히 ‘양해각서’라고 부른다.

어떤 거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양 당사자의 기본적인 이해를 담기 위해 체결되는 양해각서(MOU)는 대체로 계약서와는 달리 원칙적인 합의를 내용으로 하고 법적구속력을 갖고 있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어떤 성과를 내세울 때 양해각서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자원외교’ 등과 관련해 발표된 수많은 양해각서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국외 순방을 통해 자원외교 관련 양해각서 24건을 체결했지만 18건이 성과 없이 끝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양해각서 단계에서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하며 정권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정작 본계약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투자에 실패해도 책임지지 않는다.

지방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치단체는 보여주기식 성과 수단으로 양해각서를 남발한다. 충주만 해도 세계무술공원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빛 테마파크와 인공 래프팅파크를 조성하는 양해각서를 지난해와 2013년 체결했다. 투입된다는 돈도 적게는 수백 억 원에서 수천 억 원이다.

충주시는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양해각서 체결 후 수년 또는 수개월이 지나도록 제 자리 걸음이다.

한 재일교포 사업가는 무술공원에 2000억 원을 들여 콘도와 호텔 등 민자지구 투자를 약속하며 시와 투자협약을 맺기도 했다. 당시 시는 이 회사가 쓸 토지매입비 예산 165억 원을 확보하고, 돈을 들여 부지 감정평가도 실시했다.

하지만 별다른 추진 움직임이 없었고, 이 사업가는 후에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투자협약을 맺었다. 사실상 2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조달이 불가능했다. 사업을 포기하려 했지만 주변에서 ‘MOU는 법적 책임이 없으니 그냥 진행하라’고 해 어쩔 수 없이 진행했다”고 말해 모두를 허탈하게 했다.

이 밖에도 자동차 테마파크, 프로로지스 물류단지 조성, 제약회사 유치 등 각종 MOU체결이 이뤄졌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물론 추진 중인 사업이 실제 성과로 나타날 경우 자치단체 한 해 예산을 넘는 투자금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및 관광활성화 등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협약수준에서 사업이 마무리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치단체와 시민이 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런 행태가 멈추지 않는 것은 정치적 목적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MOU 이행률이 낮은 것은 약정서가 결실을 맺지 못하더라도 MOU 체결 자체가 지자체와 단체장에게는 상당한 치적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 때문이다.

되지도 않을 일을 정치적 효과에 기대해 MOU를 체결하는 것은 사기나 다름없다. 따라서 자치단체장은 MOU를 맺고 대외에 발표할 때 신중해야 하며, 체결 건수가 줄더라도 실제 실행할 수 있는 양해각서를 맺는데 힘써야 한다.

아울러 무분별한 양해각서 체결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더 이상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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