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2011년 충북도와 도교육청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초등학교·중학교·특수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충북도가 전향적인 복지정책을 선도하면서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이시종 지사와 이기용 교육감은 역사적인(?) 두 주인공으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전국구 이슈메이커가 되면서 이 교육감은 지사 출마를 꿈꿨고, 이 지사는 재임에 성공했다.

충북 무상급식의 시작은 창대했지만 해가 지나 예산편성 때마다 신경전이 벌어졌다. 특히 지방선거 코앞인 2013년 두 기관이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도의회가 중재에 나서 역시 전국 최초의 ‘무상급식 분담 메뉴얼’을 작성했다. 무상급식 예산 가운데 식품비와 운영비는 총액의 절반씩, 인건비는 교육부 지원분을 뺀 나머지 부분의 절반씩 분담한다는 게 매뉴얼의 핵심 내용이었다. 이를 토대로 2014년 933억원, 올해 913억원의 무상급식비가 편성됐다.

하지만 충북도는 지난 4월 메뉴얼의 분담 비율에 다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무상급식비 가운데 인건비를 제외한 식품비·운영비의 절반만 부담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전국 16개 시·도 중 인건비를 부담하는 곳은 충북도가 유일하다는 것. 그러자 도교육청은 인건비(400억원)를 자체부담하겠으니 식품비 541억원을 떠안으라고 역제안했다. 이에대해 충북도는 지난 13일 식품비의 70%만 부담하겠다고 공식통보했다. 도교육청은 즉각 수용불가 입장을 표명했고

“정 안되면 수익자 부담 원칙의 급식도 생각해보겠다”고 맞받았다.

‘장군멍군’식 협의 과정이 언론에 중개방송처럼 보도되면서 도민들의 피로감은 커져만 갔다. 충북학교급식운동본부는 14일 “아이들은 뒷전으로 제쳐놓고 기관의 유불리만 따지는 점에 도민은 실망을 넘어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항의성명을 발표했다. 무상급식 예산분쟁 속에 가려진 항의받을 일이 하나 더 드러났다. 두 기관의 삿바싸움으로 국비사업이 무산된 것이다. 낡은 학교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겠다는 ‘찜통·냉골없는 행복한 교실만들기’ 사업. 얼핏보면 교육감 후보 공약 같지만 1년전 이시종 지사의 선거 공약이다. 김병우 교육감은 학교에 신재생 에너지를 공급하는 ‘초록학교’ 공약을 제시했었다. 두 기관장의 공약이 일맥상통한 가운데 기재부 국비지원사업을 공동추진하기 위해 두 기관 실무자들이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예산분담율에 대한 합의가 지연되면서 내년도 국비지원 신청기간이 종료되고 말았다. 닭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격이 되버린 것이다.

이 지사는 기회있을 때마다 ‘무상급식은 의무급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작년말 간부회의에서 “초·중·고 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은 헌법(31조)이 정한 국민의 권리이고, 국가의 의무다. 무상급식을 무상복지의 일환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정확히 보면 국가의 의무, 교육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의 무상급식 철학이 이 정도라면 무상급식 예산에도 반영돼야 마땅하다. 실무자들을 내세워 간보기 하듯 소모전을 벌이는 것은 누가봐도 민망한 일이다. 두 기관장이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면 타협의 여지는 충분하다.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한 결코 양보못할 예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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