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속 세상/ 신중호 우진교통 운전기사

2~3개월 전 쯤 있었던 일이다. 여느 때처럼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을 향해 서서히 진입해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던 중 “아저씨 차비가 없어서 그러는데 한번만 태워주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앞문에는 건장하고 멀쩡하게 잘생긴 청년이 서 있었다. 어떤 말 못할 일이 있으리라 혼자 생각하며 웃으면서 “우진교통 이예요. 담엔 2배로 내세요…”하니 “예” 웃으면서 승차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흐뭇하고 좋은 일이고 종종 발생하는 일이기에 특별할 것이 없다.

며칠후에 터미널에서 다시 만난 청년은 똑같이 인사를 하며 차비를 구걸 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봐도 나이도 젊고 멀쩡히 생겼고 청바지에 징도 박고 멋도 아는 사람이었다. ‘이건 아니다’하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저번에 태워줬는데 생각 안나?”하니 웃으면서 올라서다가 나를 바라본다. “선행을 악이용하면 안 되지! 돈 내고 타”라고 단호히 말을 하니 멀뚱히 쳐다보다가 홱~하니 내려 버린다. 내가 너무했나? 진짜 말 못할 일이 있는 건 아닌가? 혼자 생각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 생각은 나의 부질없는 생각임이 금새 드러났다. 종점지에 와서 이야기를 하니 다른 기사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 청년 태워 주지 마. 상습이야 상습! 오늘 안태워 줬으니 담에 봐라. 네 차는 안탄다”고 말했다. 기사들이 하나같이 당했다고 태워주면 안된다고 입을 모으는 것이 아닌가! 기사들의 선한 마음 아니 사람으로서 갖는 최소한의 배려를 이용해서 무임승차라니…에라이….

며칠 후 정말로 터미널에서 다시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유심히 바라보며 일부러 앞에다 차를 세웠다. 또 타려고 “안녕하세요? 아저씨 저기…”웃으며 인사를 하다가 나를 바라보고는 휙 하니 자리를 뜨는 것이 아닌가! 다른 기사 분들의 말이 사실이었다.

매번 터미널에서 만나는 것 보면 타 지역을 다녀오는 것 같은데 그러면 정신이 이상한 것도 아니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분명 사람의 선한마음을 농락 한 것이 확실하다.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 녀석이 어떠한 정신 상태를 갖고 세상을 이리 만만히 보는 것인지. 다음에 만나면 한소리 해주리라 벼르고 있는데 그 후로 내 차에는 승차를 하지 않으니 만날 길이 없다.

운행을 하다보면 교통카드에 잔액이 부족한 사람 큰 돈 밖에 없는 사람 급히 나오느라 지갑을 챙기지 못한 사람 별의별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이렇게 뻔히 들어날 거짓말을 해서 무임승차 하는 사람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청주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하시는 기사라면 300원짜리 아이를 다들 알 것이다. 이 아이 역시 건장하고 얼굴도 상남자처럼 잘생겼지만 지능지수가 부족해 항상 300원을 주고 승차한다. 언제나 씩씩하게 승차해서 300원 넣고 들어가면 “안돼! 더 넣어야지” 하면 100원 더 넣고 또 “안돼!” 그러면 100원 넣고 이내 뒤로 들어가 불러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처음엔 많이 당황해서 화도 내곤 했지만 지능지수가 부족한 아이인걸 알고는 이해하게 되었다.

최근에 이 아이를 만났는데 부모님이 가르쳐 주셨는지 재활 학교에서 배웠는지 이제는 교통카드를 가지고 다니며 승차한다. 이런 사람도 있는데 멀쩡한 사람이 이건 아닌 것 같다. 이글을 보시는 분들은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고 또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그 마음에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게 따끔하게 충고한마디 해주고 다시는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는 못된 습관을 버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그러한 사회가 오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