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사람들/ 김동진 청주삼겹살 ‘함지락’ 대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상생은 과연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디까지 가능한가? 지난 15일 청주시 상권활성화재단에서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상생 및 균형발전 방안을 찾기 위한 만남이 있었다. 청주지역 14개 전통시장 상인회장과 20개 대형마트 지점장들이 올 들어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다.

사실 청주지역에서 이런 자리는 이전부터 있었다. 지난 13년 9월 처음으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 1:1 상생협약식이 개최된 이후 구체적인 방법이 모색 되었고, 지난해에도 3차례나 만남의 자리를 갖기는 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상생발전 방안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그런 가운데 몇 개 대형 점포와 전통시장이 상생발전을 도모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현대백화점 충청점은 육거리 시장에 3차례에 걸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백화점 자체 홍보물을 제작하면서 1면에 육거리 시장을 배치한 것은 그런대로 파격적인 것이었다. 이어 시장발전기금 700만원을 전달하고 온누리 상품권도 2500만원 어치나 기탁했다. 그러나 이것은 상생발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차원보다는 일방적인 지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밖에 추진된 상생발전 내용을 봐도 장기적이거나 체계적이라기보다는 일회성 행사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롯데아울렛은 인근 직지시장의 청결활동에 참여한 뒤 사은품을 지원했으며, 이마트 청주점은 두꺼비 시장에 온누리상품권 400만원을 전달했고, 흥업백화점은 상인들에게 조끼 40벌을 기증했다. 또한 농협충북유통은 원마루 시장에 종합 안내관을 제작해 기증했으며, 롯데 영플라자는 북부시장에 경로잔치 물품을 지원했다. 이외에도 홈플러스 동청주점은 자체 인력으로 내덕자연시장의 안전시설을 점검해주기도 했다.

이에 비해 타 지역에서 진행되는 우수 사례를 보면 상생발전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노력들이 엿보인다. 인천의 경우 올 초 1월에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3사 간에 ‘사회공헌 협약식’을 가졌다. 전통시장의 우수상품을 대형마트 내에 전시하고 분기별로 간담회를 열어 대형마트의 경영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한편 전통시장의 경쟁력 있는 사업 발굴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세계 그룹도 지난해 7월 소상공인진흥공단과 ‘공감. 동행. 상생 협약식’을 갖고 전통시장의 우수 핵점포에 대한 리모델링 사업을 지원하는 한편 유통 노하우와 마케팅 기법을 전수하고 있으며, 특히 전통시장 우수상품에 대해서는 판로제공 및 상품 공동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강원도 평창의 봉평시장이 시사해주는 바는 적지 않다. 대형 점포가 아닌 현대카드사와 함께 추진한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에 따라 봉평시장은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고, 업종 별로 천막 색을 다르게 하고, 상품마다 자체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감각적인 사업을 전개했다. 그 결과 유동인구가 두 배 이상 늘어나고 매출도 30% 이상 오르는 효과가 생겨났다. 이 사업의 일부 내용은 현재 복대가경시장에서 시범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상생발전 방안은 없었다. 대신 서로 인접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상생 및 균형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원론적인 얘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정기적으로 만나 방법을 찾아보자는 게 가장 생산적인 결론이었다. 어쩌면 대형 점포 입장에서는 상생발전 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없고, 전통시장에서는 상생발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자리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간담회가 아닌 상견례에 그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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