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민 새 구심점 ‘충북도민회’ 발족 불구, 충북협회 행사 참여 인사 ‘눈총’

<충북협회, 장기집권 논란>

지난해 12월 ‘충북도민회’(회장 서정진) 출범으로 해결의 단초를 찾았던 재경 충북협회 파문이 다시 불거졌다. 지난 14일 충북협회 제9대 회장으로 이필우 현 회장(85)을 다시 뽑았기 때문이다. 이날 충북협회 일부 대의원들은 서울 육군회관에서 제13차 대의원회의를 열고 단독 출마한 이 회장을 재선출했다. 5번째 연임을 강행하면서 전임 임광수 회장(21년 재임)에 이어 장기집권 논란에 휩싸였다.

▲ 2015년 충북협회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충북출신 고위 공직자와 이필우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

특히 이번 대의원회의는 언론에도 사전 비공개로 진행됐고 9개 시·군민회 소속 대의원만 참석해 정통성 시비가 재연될 조짐이다. 실제로 회의장에서는 항의하는 일부 대의원과 이 회장 지지자 간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것. 당일 현장에서는 차기 회장 선출 안건이 상정되자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던 일부 대의원들이 반발했다. 더구나 이필우 회장 단독 출마로 진행되자 더 격앙됐다는 것. 또한 회의를 진행한 임시 의장은 “2명이 입후보했으나 1명이 중도사퇴, 이 회장이 단독 출마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대의원들이 사퇴 입후보자 신원 공개를 요구했으나 무시한 채 회의를 진행했다는 것. 결국 이날 선거는 단독 출마한 이 회장을 박수로 추대해 4공화국 통일주체국민회의 ‘체육관 선거’를 방불케 했다.

이미 이 회장은 2013년 3선 연임 선거때 법적분쟁에 휘말려 그 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당시 대의원 회의에서 22명이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3선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회장 퇴진을 요구한 비상대책위는 “이 회장이 그를 신임하지 않는 충주시향우회를 ‘사고 향우회’로 지정한 뒤 (충주시향우회) 대의원 3명을 고의로 뺀채 재적 대의원을 46명이 아닌 43명으로 계산해 과반수 득표를 꿰맞췄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대법원은 3선 연임 과정에 불법을 인정해 당선무효라고 판단했고 이 회장의 직위는 박탈됐다.

▲ 2006년 충북협회장 선거 당시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

임광수 전 회장 이어 단체 사유화 비판

이쯤 됐으면, 팔순의 나이에 스스로 욕심을 거두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마치 법원판결에 화풀이를 하듯 잔여임기(올 8월까지)를 채우겠다며 보궐선거를 실시해 다시 회장으로 선출됐다. 1년 이상 이어진 법정다툼 끝에 대법원이 비대위 손을 들어줬으나 아무 짝에도 소용없게 됐다. 언론의 비판보도와 지역 여론이 들끓었지만 ‘치지도외’ ‘오불관언’의 태도였다. 상식을 뛰어넘는 이 회장의 전횡은 결국 새로운 재경 민간단체를 발족하는 계기가 된다.

지난해 12월 8일 ‘충북도민회’를 출범시키면서 재경 출향인 조직은 2개 체제로 분리됐다. 코스닥 신화의 주인공인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초대 회장을 맡아 향후 두 단체 통합의 전망을 밝게 했다. 출범식에는 지사, 국회의원 등 지역의 대표성있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지지의 뜻을 표했다. ‘충북도민회’ 출현으로 명분과 신뢰를 잃은 충북협회가 위상이 추락되면 통합의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지난 2월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충북협회의 신년교례회에 이시종 지사, 윤성규 환경부장관을 비롯한 주요인사들이 참여했다. 법원판결을 무시하고 보궐선거로 다시 복귀한 이 회장으로부터 두 사람은 ‘자랑스런 충북인상’을 받았다. 또한 김병우 교육감, 이재정 경기교육감,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등은 취임 축하패를 받았다. 불과 3개월전 이 회장 체제를 거부한 ‘충북도민회’에 정통성을 부여했던 주요 인사들이다. 그럼에도 ‘충북협회’ 행사장에서 수상을 받고 이 회장과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다. 당초 ‘말많고 탈많은’ 충북협회 고사전략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 셈이다.

이에대해 충북협회 비대위 관계자는 “우리 비대위는 충북도민회 활성화에 힘을 쏟고 충북협회 일은 아예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신년교례회에 지사와 고위관료들이 참석했단 얘길듣고 적잖이 놀랐다. 재경 충북인의 ‘공적’이 된 사람에게 정치인들의 ‘양다리 걸치기식’은 곤란한 것 아닌가? 결국 이 회장이 사태파악을 잘못하게 만들어 이번에 5선 연임이라는 기가 막힌 상황을 맞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선거엔 팔걷고 기부엔 등돌려

2006년 임광수 회장의 후임으로 선출된 이 회장은 돈선거 의혹에 휘말려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결국 2008년 6월 시·군민 회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차기 회장에 나서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석해 언론 등에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 4번의 선거를 거쳐 10년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퇴진압박을 받던 2008년말 정우택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충북도인재양성재단’에 10년 동안 매년 2억원씩 2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금출연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사회 상규와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지만 그가 맡은 직책은 만만치않다.

최근 지역의 원로(?) 언론인이 쓴 인터넷 기사를 인용해 본다. “이필우 전 의원은 동일그룹 총수로서 이곳저곳서 고문 내지는 회장으로 모셔 가려는 단체들이 접촉하려고 하고 있다. 이 회장은 현재 이상의 감투 자리는 배재하겠다는 것이 최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 회장은 현재 재경 충북협회장을 비롯 전국 400만명의 경주 이씨 종친회장 그리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정책학과 총동창회장, 해외책(도서) 보내기 운동 고문, 제 11대 국회의원 동우회장의 자리를 맡아 매년 사비로 수억 원씩 후원 회비를 출연하며 소속 단체를 원만하고 즐겁게 발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어 주위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이필우 5선 연임, 김정구 수석부회장의 역할은?

충북협회 이필우 회장의 행보를 둘러싸고 측근으로 알려진 김정구 괴산군민회장(63)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006년 충북협회장 선거에서 맺어졌다는 것. 당시 퇴진요구를 받던 임광수 전 회장이 사퇴하면서 자유경선을 통한 새 회장선출이 진행됐다. 임 전 회장 퇴진을 주도한 청주청원향우회측은 정종택 전 총장을 입후보시켰다. 여기에 영동 출신의 이필우 회장과 김정구 괴산군민회장이 후보등록해 3파전이 벌어졌다.

이날 대의원 1차 투표에서 이 회장은 13표, 정종택 충청대 총장 10표, 김정구 재경괴산군민회장이 9표를 얻어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1위와 2위 득표자인 이 회장과 정 총장을 대상으로 한 2차 투표가 실시돼 이 회장이 23표, 정 학장이 9표를 얻었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결선 투표에서 임광수 회장이 지원한 김 회장측 대의원들이 이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2009년 김 회장은 이필우 회장에 반기를 드는 쪽에 섰다. 12개 재경 시·군민향우회가 주축인 충북협회는 당시 청주(회장 김동기), 충주(회장 이상문), 증평(회장 김두한), 보은(회장 임병옥), 옥천(회장 박덕흠), 청원(회장 조흥연), 괴산(회장 김정구), 진천(회장 이강완) 등 8개 시·군민회가 이 회장의 독주에 제동을 걸며 양분화됐다.

이들은 2009년 6월 당시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인 박덕흠 옥천향우회장을 회장으로 선출해 2인 회장 체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후 박 회장의 ‘백의종군’ 선언으로 갈등이 봉합되면서 이필우 회장은 2012년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이때부터 김 회장은 협회 수석부회장을 맡았고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 결국 작년도 보궐선거와 올해 5선 연임선거도 김 회장의 지원사격이 주효했다는 것이 비대위측 인사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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