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서 부결된 ‘상징물 등 관리조례’ 과연 본회의에 상정될까
“의장과 집행부 지나치게 가까워” 의원들 이구동성 불만토로

▲ 청주시의회 기획경제위는 '청주시 상징물 등 관리조례' 개정안을 부결시켰으나 본회의에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사진은 기획경제위원회 의안심사 장면.

청주시의회가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은 이승훈 청주시장과 같은 당이기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원들이 모두 분열돼 집행부 견제에 손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의회에는 의장의 목소리만 있다는 얘기들이 돌고 있다. 의회는 의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이 의견을 모아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여야 함에도 의장 개인 의견에 따라 시의회가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다.

모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은 하반기에 위원장 자리 차지하려고 조용히 있고, 재선의원들은 의장·부의장 하려고 지나치게 ‘몸조심’하고 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구심점 없이 분열돼 있다. 그런가하면 의장은 집행부와 지나치게 가깝다. 청주시 사무국장이라고 폄하하는 여론도 있다. 그러니 누가 집행부를 견제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청주시 공무원들은 지금 어느 때보다 편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안은 어느 때보다 많다. 청주시 청사 문제, 노인병원, CI 개발, 오송역 개명 등 결정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들이 수두룩하다. 더욱이 이승훈 시장은 ‘툭 던져보고 반대파가 많으면 수정하거나 유보하는’ 식으로 일처리를 해 시민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게 최근 청주시의 상황이다. 또 중요한 사안마다 의견수렴을 제 때 하지 않은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시의회가 감시자 역할을 게을리하니 집행부는 편하다는 것.

기획경제위(위원장 최진현)는 지난 15일 청주시가 제출한 ‘청주시 상징물 등 관리조례’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최진현 위원장은 “지난 4월 6일 집행부로부터 새 CI 첫 설명을 들은 뒤 부정적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새 CI가 통합청주시를 대표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아 부결됐다”고 말했다. 기획경제위원회는 새누리당 4명, 새정치민주연합 4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날은 표결하지 않고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 무력화, 누구 생각일까

의원들은 이 날 “청주는 교육문화 도시인데 왜 갑자기 생명과 창조의 도시가 됐는가” “사전 교감이 부족했다” “특정기업(CJ)의 로고와 비슷하다” “반도체를 만드는 도시의 상징이 볍씨인 것은 말이 안된다”는 등의 의견을 쏟아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안건을 다시 22일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하고 전체의원 표결에 부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지방자치법상 상임위가 폐기한 의안이라도 의장 직권이나 재적의원 1/3 이상이 요구하면 본회의에 다시 상정해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하고 자동 폐기된다.

모 의원은 “집행부가 상임위에 ‘상징물 등 관리조례’ 개정안을 올리고 이후 전체의원들을 대상으로 CI 설명회를 열었다. 이것은 상임위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상임위가 결정도 하기 전에 전체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했다. 집행부와 의장간에 교감이 있었다고 본다”며 “이 때부터 상임위에서 부결돼도 본회의에 올리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현 기획경제위원장은 “CI는 청주시 전체의 일이기 때문에 전체회의에서 결정하자는 게 의장 생각이다. 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본회의에 올리는 것을 양해한다”고 했으나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게 의원들 말이다.

이번 CI 선정과정에서 김 의장의 독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모 의원은 “새 CI에 대해 찬성하는 의원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의장이 총대를 메고 본회의에 직권 상정하겠다고 하자 같은 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고 비꼬았다.

오는 22일 표결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새 CI를 받아들이자고 하는 일부 의원들은 오는 7월 1일 통합1주년 때 무난히 CI 선포식을 치를 수 있게 하자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청주시는 이 날 선포식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만일 개정안이 부결되면 선포식을 못하게 되는 것. 하지만 행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랫동안 쓰일 청주시 상징을 제대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청주시의회 관계자는 “이 개정안을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올릴지, 의원 1/3 동의를 얻어 올릴지 결정되지 않았다.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낮은 점수 받은 게 결국 1등?
‘창조’와 ‘생명’은 이어령 전 장관에게서 나온 듯

CI를 바꾸면 많은 걸 바꿔야 한다. CI는 각종 서식·사인·깃발·광고홍보 등에 두루두루 쓰이는 아주 중요한 이미지이다. 시는 “통합청주시의 정체성과 핵심가치를 하나의 이미지로 시각화하여 도시 경쟁력 제고를 높이기 위해 CI를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래서 시는 지난해 12월 서울의 C업체와 청주의 I업체를 선정하고 기본디자인·응용디자인·캐릭터·슬로건 개발을 맡겼다. 예산은 1억3880만원. 업체 측은 “청주의 대표 이니셜인 C와 J를 조합해 생명의 시작이자 창조적 가치의 원동력을 의미하는 씨앗으로 상징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씨앗 이미지는 선호도 조사에서 이들 업체가 내놓은 세 개 안 중 가장 낮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1882명, 시민 961명 등 총 284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씨앗 이미지는 875명, 전체 30.7%의 지지를 받았다. B안은 35.2%, C안은 34.1%의 지지를 얻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공무원 지지는 낮았지만 시민 지지가 가장 높았고, 상징물관리위원들이 가장 좋다고 평가했다.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B안은 행복도시건설청 이미지와 너무 유사하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 여론조사는 ‘구글’을 통해 했으나 현재는 남아있는 자료조차 없는 상태여서 정확한 조사가 이뤄졌는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

그런가하면 상징물관리위원회는 부시장이 위원장이고 기획경제실장, 모 시의원, 출입기자 모 씨, 시각디자인 교수 5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무원 2명에 새누리당 의원 1명, 출입기자 1명 등 친 집행부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절반 가까이 들어가 이 또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집행부가 CI 교체비용을 시의회에 6억여원 올린 것에 대해서도 “그 돈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건가. 문제가 될 것 같으니까 일부만 올렸다”는 불만들이 의회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집행부가 시의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슬로건을 수정 보완한다며 ‘이어령 전 장관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명시했다. 슬로건에도 ‘창조’와 ‘생명’이 들어가 있다. CI와 슬로건 제작에 이 전 장관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소문이 입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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