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백년대계/ 엄경출 충북교육발전소 사무국장

▲ 엄경출 충북교육발전소 사무국장

운동하기 좋은 곳하면 집 근처에 있는 학교 운동장이 떠오른다. 학교 운동장은 학생들의 체육수업부터 학부모들과 함께하는 운동회, 주민들의 저녁운동, 주말 조기축구까지 매일매일 운동하는 학생들과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공간이다. 이런 운동장에 발암물질이 가득차 있다면? 이런 운동장이 7년에 한번 4억~10억원의 돈 먹는 하마라면? 이건 무슨 소리일까? 충북의 인조잔디 학교 운동장 이야기이다.

충북교육청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충북지역 학교에는 2005년부터 인조잔디가 깔리기 시작했다. 한벌초, 가덕초(상야분교)를 시작으로 2007년에는 5개교, 2008년에는 6개교, 2009년에는 16개교가 설치되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24개교에 설치되었으며 2015년에 옥천의 이원중학교가 설치될 예정이다. 총 72개교에 인조잔디가 깔려 있고 1개가 진행중이다.

인조잔디 설치 비용은 설치시기, 운동장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한벌초(2005년 설치, 2825㎡ - 4억6천만원)부터 대성고(2013년 설치, 8970㎡ - 13억 3천만원)까지 다양하다. 그동안 충북지역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에 들어간 예산의 총액은 4백8십5억여원이 넘는다. 편차는 있지만 학교당 4억원에서 13억까지 들었다는 이야기다.

인조잔디를 설치할 때부터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뜨거웠다. 특히 최근에 교육부와 국민체육공단에서 발표한 내용은 심각하다. 2009년까지 설치된 인조잔디 운동장에 대한 유해성 조사를 한 결과 허용기준치의 17배가 넘는 납을 포함 다량의 발암 물질이 검출되어 큰 충격을 주었다. 충북은 29개중 3개 학교(진흥초, 상야분교, 유리분교)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어 운동장 사용이 중단된 상태이다. 그렇지만 2009년 이전에 설치된 운동장 중 나머지 26개 인조잔디와 2010년 이후 설치된 43개 인조잔디가 유해물질에서 안전한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또는 사용기한에 따라 안전성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오늘도 우리의 아이들은 뛰어놀고 수업하고 있다.

인조잔디의 수명은 통상 7~8년으로 보고 있다. 충북도내에서 2007년에 설치된 인조잔디 학교는 5개이다. 올해로 8년째 운영중이다. 수명이 다했다는 말이다. 2008년도에 인조잔디를 깐 6개의 학교는 올해로 사용 7년째가 된다. 수명이 다해간다는 말이다. 2015년 예산에는 인조잔디와 관련된 예산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16년 교육예산에는 인조잔디 운동장 관련 예산이 어떤 형태로든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인조잔디 수명이 다하면 다시 깔면 되지 않느냐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을 하려면 인조잔디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성의 담보를 어떻게 할 것이며, 재설치 비용의 확보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재 설치시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전무한 상태이므로 교육청 예산의 부담은 더욱 심할 것이다.

충북도교육청은 시민, 전문가들과 토론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2007~8년에 4억 8천만원~9억 8천만원까지 들여서 만든 11개의 인조잔디 운동장이 수명을 다해간다. 교체시기가 다가온 인조잔디 운동장에 대한 해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참으로 중요하다. 남아 있는 60여개의 인조잔디 운동장에 대한 해법도 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상의 대안은 인조잔디의 장점인 물빠짐이 좋은 것도 살리면서 안전하고,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 시작은 충북도교육청이 외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토론회등을 통해 학부모, 시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함께 풀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때 충북에 맞는 대안 찾기가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충북교육청이 열린 자세로 시민들과 함께 대안을 만든다면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얻을 수 있다. 충북도교육청의 열린 행정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