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장

▲ 육성준 사진부장

회사가 청주시 수동으로 이사 온 지 5개월째가 되어간다. 이전에 충북도청 맞은편에 사무실이 있을 때는 성안길이 필자의 주 활동무대였지만 지금은 북문로의 차 없는 거리로 반경을 옮겼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청주시청 뒤편을 시작으로 성안길 초입까지를 말한다. 그런데 그 거리의 매력이라면 성안길과 다르게 현재와 과거가 함께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북문로 거리는 나이 지긋한 사람에서 학생들까지 지나는 길목이 되었고 건물과 상점은 그들의 취향에 개별적인 맞춤서비스로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예전에 주차장을 방불케 했던 거리는 이제 나무를 심어 안락하고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로 만들어졌다.

그 길에서 중앙시장 상가건물 1층에 자리 잡은 ‘중앙서점’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부터 쌓인 책들이며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날 정도의 통로가 이곳이 중고책방이란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책들 사이로 주인의 얼굴이 보여 서점에 들어섰다. 자칫 중심을 못 잡고 책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높게 쌓인 책들이 와르르 무너질까봐 염려하는 주인장의 소리가 이어진다.

주인은 이 서점을 물려줄 사람이 없고 이어받아도 잘 안 될 것이라고 하면서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는 두 달 전 주인이 세상을 떠 문이 닫힌 ‘보문서점’을 예로 들었다. 순간 ‘아차!’ 했다. 언젠가 꼭 카메라에 담아야할 곳이라 생각했는데 문을 닫다니……. 이곳 북문로에는 40년 된 중고책방들이 세 곳 있는데 한 곳은 사진취재를 했고 곧 나머지 두 곳을 취재하려던 참이었다. 눈으로만 사진을 찍고 미뤄온 결과다.

▲ ‘중앙서점’에 들어서자 높게 쌓인 책들이 와르르 무너질까봐 염려하는 주인장의 소리가 이어졌다.

현재 중고책 시장은 대형화 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추세다. 그 흐름에 맞추지 못한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부산 보수동 중고책방골목은 관광코스 중 하나가 되었고 충북 지역의 경우 단양군 산골짜기에 위치한 ‘새한서점’은 이 지역의 명소가 되었다. 100만부 39쇄를 기록한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초판본(1978년)이 5만원에 거래되는 현장도 부산 보수동 서점에서 목격했다.

헌책방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책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기억 속에 잊혀질 뻔한 반가운 저자와 추억을 만나기도 한다. 또 다른 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속의 메모의 흔적들을 보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기도 한다. 북문로의 ‘대성서점’ ‘중앙서점’ ‘보문서점’ 에서 각각의 서점이 보유한 중고책은 5만 여권에 달한다고 한다. 그 책속에 어떤 기억의 보물이 숨어있을지 모른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빛바랜 책에 우리의 지난 날 역사와 시간이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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