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교사

▲ 이정민 교사

최근 서점가에서는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외)라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 교양서가 베스트셀러로 각광받고 있다. 저자는 플라톤의 대화편을 활용해 한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 양식으로 아들러의 이론을 대중에게 쉽게 설명해 주는 특별한 재능을 이 책에서 발휘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노력은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상처받은 영혼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고 있다.

그런데 책의 제목만 얼핏 본 사람들이 이것을 타인에게 미움 받을 행동을 해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큰 착각이다. 이는 ‘욕 많이 먹는 사람이 오래 산다.’ 거나 큰일을 하려면 그에 대한 반목과 질시는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는 엉뚱한 결론으로 이끌 소지도 있다. 이러한 표피적 판단의 해석이 선무당이 사람 잡는 꼴이 되어 도처에 존재하는 속칭 ‘나쁜 사람들’을 합리화시켜주는 역할을 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들러는 기본적으로 타인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과 타자 신뢰, 타자공헌을 강조하였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며 다른 사람과의 신뢰 관계를 통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삶도 타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자녀 양육에서도 이러한 그의 이론은 공부의 목적과 어떠한 인생을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는 모든 인간의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것이며 이러한 고민이 없다면 어떤 불행도 고통도 없을 것이라고 감히 단정한다. 그런데 그 관계 속에서 남을 구속하지 않고 행복해지려면 다른 사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인정이 타자신뢰이며 그것은 자신을 인정한 사람만이 이끌어낼 수 있는 행복한 철학적 사색의 종착점이다.

아들러는 자신(또는 타인)이 60점짜리임을 인정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럴 때에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함부로 말할 수 없으며 그것은 자녀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임을 역설한다. 아들러에 따르면 모든 인간관계는 수평관계이다. 수직 관계라고 생각할 때 권력투쟁에 발을 들여 놓게 된다는 것이다. 그 권력 투쟁에서 자신이 일시적으로 이긴 것 같아도 상대는 나중에 다른 어떤 방법으로 복수할 준비를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청소년들의 비행과 부모에 대한 반항임을 꽤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이 시점에서 이제 우리의 삶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그동안 우리 어른들의 모습은 어떠하였는가? 자녀를 수직관계로 보고 제압하려 하였으며 어린 사람들의 불만 표출이나 이의 제기를 버릇없음으로 치부하고 단죄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또한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그것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마치 권력의 우위를 차지하는 것인 양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러한 태도는 열등감의 발로임을 아들러는 말한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공직자들의 부정하는 자세,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인한 국민들의 불신감과 분노, 그리고 부도덕함으로 인한 문제는 인정하기 싫은 자신의 60점짜리 모습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빚어지는 비극의 실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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