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연체문제, 법정다툼 비화 조짐

제천시 명동에 위치한 제천백화점(대표 최윤숙)과 한국전력 제천지점(지점장 원유광) 사이에 빚어지고 있는 전기료 연체 문제가 양측간의 첨예한 감정 대립 양상으로 비화돼 자칫 법정 다툼으로 확산될 조짐을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천백화점 측은 자신들이 이미 납입한 전기요금 1100만원을 한전 제천지점 요금 관련 직원이 횡령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서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 당국의 개입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전력 제천지점은 제천백화점이 전기 요금을 장기간 연체하여 현재까지 납입하지 않은 전기요금 원리금이 3월말을 기준으로 2990여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전 측은 제천백화점 측을 상대로 채권 추심 절차를 진행 중이며, 그 일환으로 전기 공급 중단 등 특단의 조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한전 측은 지난 8일과 9일 이틀 동안 제천백화점 매장에 대한 전기 사용 실태 등을 촬영했으며, 이와 관련해 매장 관계자와 한전 직원 사이에 한두 차례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제천백화점 측은 “한전이 주장하는 것처럼 3000만원 가량의 연체료를 미납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전기요금 미납 전액을 변제하러 한전 제천지점을 찾았으나 이미 한전에 납입한 1100만원까지 추가로 납부하라는 억지를 부리며 수납을 거부해 총1890여만원의 금액을 납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제천백화점 측은 1100만원을 납부했다는 것이고 한전 측은 받지 않았다고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논란이 일게 됐을까.
이 같은 문제는 어처구니없게도 양측이 밀린 전기요금을 수수하는 과정에서 영수증이나 입금표 교환과 같은 기본적인 현금 거래 증명 수단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데서 비롯됐다.
제천백화점 측은 한전 제천지점이 그동안 밀린 전기요금을 수납하면서 전기요금이 완납되지 않는 한 어떠한 납입금에 대해서도 영수증을 작성해 줄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기요금을 납입할 때마다 백화점 관련자 2명 이상이 한전 제천지점을 직접 방문해 한전 직원들이 확인하는 가운데 전기요금을 납부해 왔다는 게 백화점의 주장이다.
즉 한전측이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아 명시적 납입 근거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전기요금 납입 사실은 한전과 제천백화점 직원 상당수가 공개리에 확인한 명백한 진실이므로 그동안 제천백화점이 납입한 전기요금 중 한전 측이 인정하지 않는 1100만원은 수납 직원 중 누군가가 횡령한 것이 분명하다는게 제천백화점의 주장인 것이다.
제천백화점 측은 문제의 1100만원이 지난해 7월 28일 백화점 대표 최윤숙 씨가 직원과 함께 한전 제천지점을 방문해 요금 과장 등 관련 직원들이 입회한 가운데 담당 직원에게 납입한 200만원과 같은 방법으로 10월 27일 납부한 600만원, 그리고 11월 한전 요금과장에게 납부한 300만원 등 3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전측은 7월 28일 수납한 200만원은 수령한 사실이 있지만 이는 당시 회수하지 못한 5월 분 전기요금(191만 4000원)으로 대체 처리했기 때문에 사실상 소멸된 금액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제천백화점이 10월과 11월에 각각 납입했다는 600만원과 300만원은 수납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전은 지난 3월 11일 제천백화점 최 대표가 직접 나서서 올 1, 2, 3월까지 납입하지 못한 미납 요금 2990여만원(제천백화점이 기 납입했다는 1100만원 포함) 중 1, 2월분 2030여만원은 3월 22일까지, 3월분 950여만원은 3월 25일까지 전액 납부키로 하고 이를 이행치 않을 경우 단전 등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한 만큼 1100만원을 납부했다는 제천백화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제천백화점 최 대표는 “당시 한전측이 각서를 통해 요구한 2990여만원은 1, 2, 3월에 납부해야 하는 전기요금의 총액일 뿐”이라며 “반대로 지난해 내가 한전에 낸 1100만원은 한전의 요구에 의해 그때그때 내어 준 금액으로 확인 결과 내가 돌려 받아야 할 금액이므로 내가 한전에 작성해 준 각서의 실질적 유효 채무는 1890여만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사법 기관이 수사 등의 방법을 통해 법적 판단을 내리기 전에는 사실상 진실 관계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양측의 주장 중 7월 28일 제천백화점으로부터 200만원을 받았으나 밀린 5월분 전기세로 처리했다는 한전의 설명만큼은 제천백화점이 최근 확보한 6월 29일자 직납 영수증으로 인해 거짓으로 드러났다.
영수증에는 수납 일자가 6월 29일로 돼 있고 금액도 한전측이 5월분으로 대체 수납했다는 191만 4000원으로 적혀 있다. 더욱이 이 영수증에는 납부 주체가 제천백화점(대표 최윤숙)이 아닌 전영대로 기재돼 있어 7월 28일 납입금과는 자금의 성격이 전혀 다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7월 28일 제천백화점으로부터 200만원을 받아 이를 5월분 전기요금으로 처리했다는 한전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나머지 600만원과 300만원도 밀실이 아닌 한전 제천지사 건물의 공개된 공간에서 한전 직원 전원과 제천백화점 직원들이 동석한 가운데 수납처리 됐다는 것이 제천백화점의 주장이어서 향후 전개될지도 모르는 수사당국의 조사에 따라서는 싱겁게 진위 여부가 판가름 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진실이 어떠하든 수백만원의 금액이 오가는 상황에서 돈을 수령한 한전측이 제천백화점에게 영수증을 작성해 주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게 사실이다.
또한 이처럼 많은 금액을 영수증 없이 쉽게 건네준 제천백화점의 판단도 적절치 못한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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