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범 의원 사건 '경미한 일' 징계 유보로 비난 쏟아져

충북도의회가 윤리특위 문제로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윤리특위는 지난 4월 29일 회의를 열고 박한범 의원(새누리·옥천1)의 징계를 논의했으나 징계대상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박 의원은 지난달 11일 옥천읍 한 음식점에서 승진인사에서 누락된 옥천군 공무원 A씨에게 “왜 나한테 부탁하지 않았느냐‘며 취중 언쟁을 벌이다 맥주병을 집어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논란이 확산되자 박 의원은 스스로 특위에 안건으로 상정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윤리특위는 새누리당 5명, 새정치민주연합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장은 최광옥 새누리당 의원. 새누리당에서는 최 의원을 비롯해 강현삼·정영수·박우양·임순묵 의원,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이숙애·연철흠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날 회의에 임순묵·연철흠 의원은 결석하고 새누리당 4명, 새정치민주연합 1명만 참석했다. 때문에 새누리당에서 결정한대로 갈 수 있는 구조다.

▲ 충북도의회

회의가 끝난 뒤 윤리특위가 기본절차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폭로한 이숙애 의원(새정치민주연합·비례)과 연철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청주9)은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은 “윤리특위가 해당의원과 상대방에 대한 사실조사조차 하지 않았고, 규정에 대한 검토와 필요한 경우 해당의원을 불러 소명기회를 줘야 함에도 지키지 않았다. 이를 수차례 주장했으나 묵살당했다. 이는 의회민주주의를 스스로 실종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집행부공무원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제 식구에 대해서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포기했다고 분개했다.

이 의원은 “논란이 일었던 사건에 대해 사실조사를 한 뒤 징계수위를 결정하자고 했으나 아무런 조사없이 박한범 의원에게만 물어보고 ‘지극히 사적인 일’이라고 결론냈다. 일을 어떻게 이렇게 처리할 수 있는가. 동료의원을 어떻게 징계할 수 있느냐는 게 전체 분위기였다. 이런 특위에서 활동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사퇴키로 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충북도당과 충북참여연대도 성명서를 내고 윤리특위를 비난했다. 충북참여연대는 한 발 더 나아가 박 의원의 운영위원장 사퇴와 최 의원의 윤리특위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박한범 의원이 이언구 의장에게 자신을 윤리특위에 회부해줄 것을 요청한 것도 ‘보여주기’ 아니었느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사건 당시 새누리당에서는 이시종 지사 인사특위를 들고 나왔으나 박 의원을 윤리특위에 회부하지 않으면 인사특위가 진전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의원의 특위 회부를 주장하고 인사특위는 반대했기 때문. 그래서 일단 일을 진척시키기 위해 윤리특위 회부를 결정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최광옥 위원장은 “지방의회 운영방침에 윤리특위는 장소적 범위(장내 행위)와 사안적 범위(직무수행중)를 따져 결정하도록 돼있다. 그런데 박 의원은 의회 장내나 직무수행중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고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 회의를 열기 전 많은 의원들에게 의견을 구했더니 경미한 사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래서 징계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이 건으로 인해 어떤 연락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방자치법 36조에는 “지방의원은 청렴의 의무를 지니며 의원으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박 의원은 품위유지 조항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 위원장은 “지방자치법 36조가 있지만 지방의회 운영지침을 따랐다”고 했으나 박 의원의 행위는 의원으로서 문제가 있다. 피해자가 연락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가해자인 박 의원의 진술서만 가지고 결정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일로 도의회는 다시 한 번 도마위에 올랐고, 제 역할 하지 못하는 윤리특위는 필요없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이로 인한 비난여론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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