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의림포럼, ‘강원도 편입 주민투표’ 폭탄선언

 전국의 지방 방언, 사투리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로 충주를 손꼽는다. ‘~유’라고 끝이 늘어지는 충청도 사투리조차 만나보기 힘든 곳이다. 충청도 사투리를 안쓰는 또다른 도시가 박달재너머 제천이다. 제천은 오히려 강원도와 경상도 사투리의 중간쯤에서 생겨난 특유의 말씨가 두드러진다. 감성적인 지역 기질 또한 충청도의 그것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다릿재, 박달재가 가로막혀 충북 내륙과 소통이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천은 중앙선 철도에서 태백선의 분기역이 되면서 강원도, 경북 북부지방과 소통이 원활했던 곳이다. ‘강원남도’라는 우스갯 말이 나돌 만큼 충청도와 일정한 정서적 거리감을 유지해왔다. 그런 제천이 신행정수도 정국을 맞아 그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고 있다. 아예 강원도 편입론을 제기할 만큼 충청도 변방지역의 서러움을 호소하고 있다.

 제천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1세기 제천발전 시민모임 의림포럼'은 지난 20일 충북도의 제천에 대한 ‘홀대’ 정책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반대운동과 함께 제천시의 강원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제를 실시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이같은 선언을 단순한 엄포용(?)으로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제천시공무원노조(지부장 경갑수)의 심상치않은 움직임 때문이다.

 지난 3월 시공무원노조가 861명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충북도가 제천 발전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응답이 50%로 나타났고, 제천시의 미래를 위해 '강원도에 편입되는 것이 낫다'(35.8%)거나 '충북이나 강원도나 별 차이가 없다'(28.8%)는 등의 부정적인 응답이 64.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천 출신의 이원종 지사가 아연실색할(?) 정도로 도정에 대한 불만족도가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원종지사 ‘역차별론’까지 등장-

 시공무원노조는 이미 지난해 8월 지역 홀대론에 대한 의견을 공론화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제천-청주간 국도4차선 확장공사가 20년이 지나도록 완공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북부지역 소외론에 불을 지폈다. 당시 성명발표 배경에 대해 경갑수 노조지부장은 “충북은 북부, 중부, 남부로 구분이 되는데 북부지역은 충북이면서도 서울생활권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북도가 청주권 위주의 개발전략에 집중하다보니 북부권의 충북권 편입이 어려웠다. 이제라도 제천을 북부권 거점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완공된 제천지방산업단지로 먼 지역의 문제로 수수방관하지 말고 도차원의 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관광자원이 풍부한 제천이 청풍 수산 덕산 한수를 잇는 도로망이 열악해 확장공사를 수차례 건의했지만 작년에 일부 공사를 하고 올해는 아예 예산조차 세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역 홀대론은 인구감소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 지난 95년 시군통합 직후 14만9000명에 달했던 인구가 올들어 13만9000명으로 1만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제천 단양의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시멘트 업체의 호황이 내리막 길을 걷게된 것과 무관치않다. 또한 수년전부터 조성사업에 착수한 제천지방산업단지도 중견기업 유치실적이 전무해 인구 유입동기가 없었다.

 의림포럼 윤성종 사무국장은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시민 5200명의 서명만 받으면 발의할 수 있다.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정치적으로라도 충북과 단절하겠다는 것이 우리들의 의지다. 미래형 혁신도시 선정과 공공기관 10개 이상 유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지역민심을 추스르기 곤란할 것이다. ‘공공기관 유치 제천시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오는 30일 범시민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천시는 충주댐 건설에 따른 수몰지역에 포함돼 이에따른 상실감도 만만치않다. 상당수의 청풍읍 주민들이 정든 고향을 등지고 청주, 충주로 삶터를 옮겨야 했다. 특히 ‘충주다목적댐’이라는 명칭처럼 수몰에 따른 각종 지원대책도 충주 편중현상을 보여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다는 것이 지역인사들의 분석이다.

-행정수도 예정지과 원거리, 기대 전무-

 과거 관선시절에는 제천 단양으로 발령난 공무원들 사이에 ‘울고 왔다 울고 간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북부 최변방으로 가야하는 설움 때문에 울고 왔다가, 솔직담백한 지역인심에 정이 붙어 울면서 떠날 수밖에 없다는 비유였다. 실제로 초임발령 교사들이 가장 많은 곳이 제천 단양이었고 ‘뿌리없는 교사’들에 대한 우려감으로 지역 민간단체가 도교육청에 인사관행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제천시 역시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 이전방침에 따라 그동안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산림과학원, 한국산업안전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접촉했고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을 유치대상 1순위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들어서면 연관된 5개기관(한국정보보호진흥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한국전산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위해 IT산업 클러스터화를 통한 미래형 혁신도시 조성이 정부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엄태영 시장은 “제천은 신행정수도권과 100km이상 떨어져 있고 태백권의 관문도시이기 때문에 공공기관 이전 당위성이 충분하다. 또한 중부내륙 물류유통 허브도시 육성을 위한 5만 2000평 규모의 제천물류유통단지 조성 사업에 착수했다. 건설교통부로부터 개발촉진지구 지정도 받았기 때문에 지역내 균형개발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지역특산품인 한방약재를 이용한 에코세라피단지와 천혜의 자연자원을 바탕으로 영상문화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와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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