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오옥균 경제부 차장

▲ 오옥균 경제부 차장

2010년 3월 9일 첫 번째 사고가 발생했다. 눈길에서 승용차가 전복됐다. 그리고 두 달 뒤 첫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2009년 11월 개통된 명암지-상당산성 간 도로(이하 산성도로), 지금까지 이곳에서 31차례 사고가 발생했고, 73명이 죽거나 다쳤다. 최근에도 지난 21일 트럭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의 원인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고의 원인은 급경사와 급회전이다. 3.75㎞인 산성도로는 시작점과 종착점의 고도차이가 250m에 이른다. 상당산성에서 명암지 방향으로 진행할 경우에는 급회전과 함께 급경사를 마주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는 개통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당시 취재과정에서 만난 ‘도로 및 공항 기술사’는 6번의 회전구간 중 일부는 회전반경이 법적 요구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설계속도 40㎞로 건설된 산성도로는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근거해 회전반경을 최대 90m, 최소 60m두어야 하는데 선형상 그렇게 못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회전반경이란 회전구간을 이어서 원으로 만들었을 때 반지름을 말하는 것이다. 원이 작으면 반지름(회전반경)은 작아지고, 반지름이 작아지면 그만큼 급회전 구간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회전반경 90m보다는 60m가 회전이 급하다는 것이다. 만약 60m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시속 40km로 차량이 진행할 때 원심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도로를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산성도로는 선형이 좋지 않다. 건설당시에도 지금보다 회전반경을 늘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대한 완만하게 건설한 것이 지금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력에 의한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의 도로환경에서는 속도를 줄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결국 제한속도를 30㎞로 줄였다. 과속방지턱과 교통안전시설물도 곳곳에 설치했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줄지 않았다. 이유는 과속방지턱과 교통안전시설물로만은 속도를 줄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도차이가 250미터에 이르다보니 내려오는 내내 브레이크를 잡지 않으면 제한속도를 유지할 수 없다. 문제는 일부 직선구간에서 탁 트인 시야가 운전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특히 초행길 운전자는 다음 회전 구간을 경험하지 못해 이 같은 우를 범한다. 막상 회전구간에 다다라서는 급브레이크가 사고 위험성을 더 높이는 역할을 한다.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규정 속도 30km이하로 서행하는 방법뿐인 만큼 청주시와 경찰청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서행을 유도해야 한다. 과속방지턱뿐만 아니라 시설유도시설, 조명시설 등을 더 촘촘히 설치하고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미 건설된 도로를 바꿀 수는 없지만 여러 종류의 보완장치를 통해 사고 위험성을 지금보다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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