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세황 <영통동구도>,《송도기행첩松都紀行帖》1757년경, 지본수묵채색, 32.8×53.4㎝, 국립중앙박물관.

Artist 2창수

시대가 지나면 근사한 역사 중심으로 인물의 위대함을 칭송한다. 위대하지 못한 대다수 사람은 있으나 없으나 별 득이 될 것이 없기에 역사에 기록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도 후손은 혹시 모를 역사기록이 될 수 있으니 자손 두는 것에 열과 성의를 다해왔다. 불공평한 신 때문인지는 몰라도 조선시대에 오래살고, 기록 많고, 현대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화가가 존재한다.

표암 강세황 (1713-1791)은 일찍이 시를 짓고 글도 잘 쓰며, 그림 또한 잘 그렸다. 그럼에도 가난하여 처가살이를 하였다. 안산에서 처가살이 중에 안산 남인유지들과 친하게 지내며 61세 때 비로소 벼슬에 올랐다. 영조의 배려로 처음 관직에 오르게 되었는데 서울시장격인 한성부 판윤까지 관직에 올랐다.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 대기만성 형이다. 가난하여 처가살이를 했다고 하지만 조부, 부(아버지) 모두 2품 벼슬에 올랐던 대감들이고 본인 역시 2품 벼슬에 올랐는데 가난으로 처가살이를 했다니 청렴한 선비 아니면 보증이 잘못되었는지는 기록이 되어있지 않았다. 조부와 부 모두 고위관직과 수명이 장수를 하여 원로 고위관직자들 만 들어간다는 기로소(耆老所)에 삼세에 걸쳐 등록되었다. 여느 천재적인 화가들보다 뛰어난 유전자 소유자 이다.

표암의 그림 중 특히 유명한 것은 ‘영통동구도’이다. 이 그림은 1757년 송도기행첩(松都紀行帖)에 수록된 작품 중 하나인데 기행첩에는 지금의 개성(開城)주위를 여행하며 그린 그림 16점과 글 3수가 있다. 이 그림에 대해 만족감이 있었던 45세 강세황은 ‘이 첩은 세상 사람들이 일찍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此帖世人不曾一目擊)’이라 평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세상 사람들은 분명 조선의 사람들이다. 그림은 서양의 명암법을 사용한 그림으로 조선 사람에게 그림자를 이용하여 물질적 사실감을 보여준 그림이다. 동양화(한국화)는 물질 자체를 중요시 여겨 물체 자체만 표현한다. 그림자는 시각에 따라 변화되는 것이기에 물질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그림이 주를 이룬 사회에서 경망스럽게 그림자를 그린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의미가 어찌 되었든 표암은 이 그림으로 스타가 되었다. 다른 그림도 잘 하였으나 특히 이 그림이 명품이 된 것은 당시와 어울리지 않는 파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파격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표현 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서양의 명암법을 흉내 낸 것일 수도 있으나 문화란 주고받는 것이기에 흉내 냈다고 굳이 낮게 치부할 필요는 없다.

동양화(한국화)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조그마한 사람들이 있다. 멈추어진 화면 속 움직이는 듯 작은 인물들은 이야기를 해주는 감상자의 친구와 같은 사람이다. 과거 교통이 발전하지 못해 먼 곳 왕래가 불가능하던 시절 부자집 사람은 먼 곳의 풍경을 벽면에 붙여놓고 감상을 하였다. 쓸쓸히 그림풍경만을 느끼는 것보다는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과 이야기도하고 술한잔 걸치고 말도 걸어보는 감상법을 즐겼다. 먹을 수 없다는 그림의 떡보다는 먹지 않아도 되는 풍요로운 감상의 방법을 한 것이다. 소통을 느끼고 표현하는데 나의 필요가 아니라 무생물인 그림 속 인물과도 소통을 이끌어내는 시와 같은 삶이다.

강력한 오늘날의 소통은 현실과 인터넷을 속에서 계속 된다.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기록을 남기려 노력하는 현대인은 남기는 장소가 현실을 넘어 가상공간 까지 확대 되었다. 좋은 의미로 남겨지는 것은 좋으나 급박한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오직 기록하는 것에 심취해 방치하도 한다. 그러한 비인간적 행동으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관심 끌었다는 만족감으로 더 자극적 관심 끌기에 혈안이 되기도 한다. 평범함을 넘어서는 자극적 소재 찾기를 위해 상대방에 대한 혐오를 격하게 이끌어 내는 방법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한다.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남을 무시하고 최악의 해설로 자신시각을 강조하는 독설가가 유행하고 이러한 것을 숭상하지만 거부감이 생기면 웃기자는 소리를 한 개그맨처럼 마녀몰이로 순식간에 폐인을 만들어 버린다. 현실적이지 않아야 유머가 생긴다. 최근 하고 있는 모든 개그는 장애인비하, 여성비하, 남성비하, 마른사람비하, 뚱뚱한사람비하, 추녀에 대한비하, 유명인비하 등 모든 사람들과 현실에 대한 비하다.

소통은 무생물까지도 소통을 하는 것이다. 나와 같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지 않아도 인정해 주는 그런 것이다. 동양화(한국화)는 이런 여운이 있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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