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6기 공신들 산하기관 입성 많아···체육회 가장 노골적
“‘인사특위’ 후폭풍으로 선거공신 심기 점점 어려울 것” 여론

충북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이 결국 이시종 지사에 대한 인사특위 구성을 철회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지사에 대한 인사특위를 감행할 경우 청주시의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승훈 청주시장에 대해 똑같이 인사특위를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시의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새누리당 소속 시장의 인사를 검증하겠다는 것이었다.

도의회 인사특위는 집행부에서 해당자 인사자료를 내놓지 않고 재의요구를 하는 등 버티면 계속 추진하기가 어렵고,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 직원들은 이사회나 법인 정관에 따라 채용됐기 때문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점 때문에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여론이다. 또 한편으로는 시의회가 이승훈 시장 인사를 문제삼으려 한다는 여론이 작용했다는 소문도 있다. 충북도 못지않게 청주시 출자출연기관에 이 시장 선거 공신들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럼 이런 인사가 얼마나 이뤄졌을까.
 

▲ 이시종 도지사

이시종 지사는 민선5기 때 지사로 취임하면서 이영규 비서관과 백상진·김문종 정책보좌관을 임명했다. 이후 김진식 정무특별보좌관, 김진오 미디어홍보팀원, 황명구 사회복지 보좌관이 들어갔다. 이 비서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모절차를 거쳤다. 민선6기 들어서는 백 보좌관이  사퇴하고, 김진오 씨가 홍보보좌관으로 이동한 것 외 그대로다.

이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두 번의 지방선거 때 캠프에서 활동한 공신들이다. 그러나 비서관과 보좌관은 업무 특성상 단체장과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을 쓰는 게 관행이라는 점에서 별다른 논란이 없었다. 지사 가장 측근에서 분야별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 다만 이 지사는 취임 이후 정무·정책·홍보·사회복지 등으로 보좌관의 영역을 대폭 넓힌 게 특징.

문제는 최근 김홍성 충북인재양성재단 사무국장과 유행열 충북지방기업진흥원 사무국장 때문에 터졌다. 청주YMCA 사무총장을 지낸 김 국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처장을 거쳐 지난해 지방선거 때 이 지사 캠프에서 조직관리를 맡았다. 유 국장은 선거 캠프에서 기획본부장으로 뛰었다. 이들도 공모절차를 거쳐 임명됐으나 업무와 관계없는 인사들을 영입했다는 점에서 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인사특위 설치를 제안했던 강현삼 의원(새누리·제천2)은 이를 겨냥해 “도지사 선거캠프에서 일하지 않았더라도,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니었더라도, 퇴직 공직자가 아니더라도 그에 맞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적소에 배치되는 투명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지사는 최근 도체육회 인사를 하면서 체육인인 이종찬 상임부회장과 송석중 사무처장을 내정해 뭔가 달라졌다는 평을 받았다.
 

청주시 체육회 주요간부 ‘싹쓸이’
 

그런가하면 이승훈 시장은 맨 처음 고일준 정책보좌관을 임명했다. 고 보좌관은 청원군·청주시·충북도 공무원을 지냈다. 전 충북도의회 운영위 전문위원으로 퇴직했다. 이 자리는 이 시장이 처음 신설했다. 고 보좌관은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지 않았는데 발탁돼 모두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이 시장이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청원군에서 수습사무관 할 때 고 보좌관을 만났다는 후문이다. 이후 이 시장은 이태만 전 청주시 평생학습원장을  자원봉사센터장, 이승철 씨를 세계직지문화협회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모두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 이승훈 청주시장

그러더니 지난해에는 시 산하 체육단체 주요자리를 선거 공신들로 채워 뒷말들이 많았다. 체육회 사무국장에 이경호 선거 캠프 상황실장, 장애인체육회 사무국장에 유호정 선거 캠프 사무국장, 그리고 생활체육회 사무국장에 장석호 선거 캠프 조직국장을 임명했다.

더욱이 이 시장은 위 3개 체육단체를 총괄하는 상임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유경철 정우택 국회의원 보좌관을 임명했다. 유 부회장은 충북도 체육회 출신으로 체육단체에서 일했으나 없던 자리를 만든 게 인구에 회자됐다. 단체장들이 가장 빈번하게 선거공신들을 심는 게 체육회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청원경찰을 뽑는 공채에서 이 시장의 후보시절 수행비서 겸 운전기사였던 박승수 씨가 합격해 논란이 일었다. 서류심사와 면접으로 뽑는 시험에서 내정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후문이다. 김용규 시의원(새정치민주연합·가경 개신 성화동)은 임시회에서 선거공신들을 시 산하기관에 대거 임명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쨌든 도·시의회의 인사특위 시비는 끝났으나 자치단체장들이 측근인사들을 관련기관에 배치하는 것은 과거처럼 쉽지 않게 됐다. 모 인사는 “단체장들이 과거에 그 자리에 적합하든 안하든 선거공신들을 밀어넣는 건 정말 문제였다. 전체적으로 훑어보니 민선6기에도 부적합한 인물들이 들어갔다. 이제는 이런 불합리한 관행들이 사라져야 한다”며 “다만 능력있는 자기 사람을 배치하는 건 크게 문제삼지 않았는데 이 또한 눈치를 보는 시대가 됐다. 사회가 더 투명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공무원출신 단체장은 공무원을 좋아해
개방형직위 취지 팽개치고 공무원 임명···겉으로는 공모

공무원 출신 단체장들은 공무원을 좋아한다? 이시종 지사와 이승훈 시장은 둘 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정부부처에서 고위 공무원을 지냈다. 그래서 그런지 개방형 직위를 여전히 공무원들로 채우고 있다. 개방형 직위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공직사회 변화를 유도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알음알음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이 차지해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관행은 과거에도 빈번했고 지금도 여전하다.

이 지사는 민선6기 들어 충북지식산업진흥원장에 신필수 전 충북도 균형건설국장, 충북개발공사 본부장에 정시영 전 도로과장, 감사관에 송재구 전 균형개발과장, 보건환경연구원장에 이주원 전 보건정책과장, 생활체육회 사무처장에 한흥구 전 총무과장, 청주의료원 기획실장에 한수환 전 균형개발과 균형정책팀장을 임명했다.

그리고 이 시장은 감사관에 김은용 전 청원구청 총무과장, 테크노폴리스 대표에 이춘배 전 도시건설국장,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한권동 전 상당구청장을 임명했다. 양 지자체 모두 내부 직원들의 잘못된 일을 끄집어내 감사해야 할 감사관은 대대로 공무원이 하고 있다. 이들이 임명될 때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적했으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이 시장은 시설관리공단 전임 이사장인 강대운 이사장이 임기가 남았음에도 무리하게 내보내고 한 이사장을 임명해 논란이 일었다. 모 시의원은 “전임 시장 때 임명된 강대운 이사장에게 특별감사를 하고 직원비리까지 들추겠다는 식으로 몰아붙여 그만두게 한 건 너무 심했다”고 지적했다. 한 이사장은 지난 3월 31일 이사장 임명장을 받았으나 이 날 인사혁신처에서 시설관리공단을 공직자 취업제한 기관으로 지정, 충북도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소위 ‘관피아(관료+마피아)’ 방지를 위해 정부는 퇴직일로부터 3년 이내에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하려면 제한여부 확인 심사나 승인을 받도록 했다. 한 이사장 인사에 대해 충북참여연대는 “청주시의 행정편의적이고 무원칙한 인사가 빚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위에 거론된 사람들은 모두 공모절차를 밟아 서류상으로는 문제되지 않는다. 내정해놓고 형식만 공모형식을 취한 것이다. 때문에 민간인이 개방형직위를 통해 행정기관에 들어가는 것은 정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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