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학교 운동장 3곳에서 검출 확인…사용 중단 조치
교체시기 임박해 예산 폭탄 우려…“흙으로 환원”주장도

▲ 복대동에 위치한 진흥초는 지난 1월부터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진흥초는 2009년 인조잔디가 설치됐지만 최근 검사결과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사진/육성준 기자

복대동에 위치한 진흥초는 지난 1월부터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진흥초는 2009년 2572m²에 2억 8234만원을 들여 인조잔디가 설치됐지만 최근 검사결과 유해물질이 검출돼 사용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지난해 말 교육부는 국민체육공단과 함께 전국의 운동장에 설치된 인조잔디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조사 대상은 2009년 이전에 설치된 인조잔디였다. 인조잔디에 유해성 논란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2010년부턴 유해물질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충북은 현재 총 73개 운동장에 인조잔디가 설치됐다. 그 가운데 이번에 유해물질이 검출된 곳은 진흥초를 비롯해 가덕초(상야분교), 유리분교(현재 유리체육공원) 3곳이다. 검사 결과가 나온 이후 이들 시설에 대해서는 사용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진흥초의 경우만 학생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가덕초는 그 사이 폐교가 돼 청주교육지원청이 관리하고 있고, 유리분교 또한 지역민들의 체육시설로 활용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용 연한 평균 7~8년

 

진흥초는 학생수가 1100여명이다. 진흥초는 강당이나 체육관이 없고 운동장 공간도 협소한 데 이번에 유해물질마저 검출돼 체육활동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현재 진흥초는 무용실로 쓰는 교실 한 칸을 빌려 체육수업까지 병행하고 있다. 진흥초 관계자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체육활동을 원활하기 위해서는 빨리 시설을 갖춰 운동장 문을 열어야 한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예산을 받지 못해 학생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이번에 유해물질이 검출된 인조잔디에 대해 교체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시 인조잔디로 교체할 경우는 m²당 7만 7000원, 마사토로 바꿀 경우는 m²당 4만 4000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성립 전 예산’이라고 해서 시급한 사안에 대해 먼저 예산을 편성하는 항목에 인조잔디 교체 비용을 신청했다. 교육부에서 조만간 예산이 내려올 것”이라고 답했다. 가덕초(샹야분교)는 인조잔디를 걷어내고 마사토를 깔기로 했고, 유리체육공원과 진흥초는 인조잔디로 교체키로 했다.

인조잔디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는데 또 다시 인조잔디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진흥초 관계자는 “진흥초는 공간이 다른 학교에 비해 협소하다는 특이점이 있다. 만약 마사토를 깔면 비가 오면 다음 2~3일은 운동장을 사용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인조잔디가 나을 것 같다. 또 인근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진흥초가 인조잔디가 설치돼 있어 체육대회가 이곳에서 열린다.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여러가지를 고민한 끝에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축구 밖에 못하는 운동장

 

현재 누리과정예산 삭감 등으로 지방 교육재정이 열악해진 가운데 충북에선 인조잔디 교체 시기가 돌아와 예산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 재설치 비용은 시간이 지나 단가가 상승해 초기 설치비용과 맞먹는다. 무엇보다 인조잔디의 유해성 논란이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또 다시 인조잔디를 택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갈등이 남아있다.

일례로 2011년 샛별초는 인조잔디 설치 여부를 놓고 학부모들의 반대가 거셌다. 샛별초 학부모 모임이 결성돼 인조잔디 설치 반대운동을 벌였고, 당시 도교육청이 학부모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해 벌금형을 맞기도 했다. 결국 샛별초엔 인조잔디가 설치됐다.

당시 반대운동을 했던 손현준 샛별초 학부모 모임회장은 “인조잔디의 유해성에 대해 이미 나온 자료가 많다. 유해성 논란을 떠나서라도 몇 년 지나니까 인조잔디 운동장의 문제가 확연히 드러났다. 샛별초는 인조잔디를 깔았고, 인근 산남초는 그냥 운동장이다. 인조잔디를 깔아놓으면 축구밖에 할 수 없지만 산남초에서는 다양한 체육활동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조잔디는 배수시설을 갖춘 후 위에 카페트를 까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인조잔디로 다시 교체하는 게 아니라 카페트를 걷어내고 그 위에 마사토를 깔면 오히려 배수시설을 갖춘 운동장이 된다. 다시 인조잔디로 교체하는 것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광희 충북도의원은 “청주시의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가 열섬현상이다. 도시가 뜨거워지고 있다. 인조잔디 운동장은 열기가 70도까지 올라간다. 도심 속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는 흙운동장으로 돌려놔야 한다. 인조잔디를 걷어내고 마사토를 깔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마사토 운동장을 반대한다. 흙이 날리고 옷이 더럽혀진다는 이유다. 반면 인조잔디 운동장은 유해성 논란 외에도 운동장을 한 가지 용도로만 독점하게 된다는 오류가 있다.

교육부는 2008년부터 다양한 운동장 조성사업을 벌이면서 인조잔디 조성에 설치비용을 지원했지만 이후 교체비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예산이 확정된 게 없다.

----------------------------------------------------------------------------------------------------

2005년 한벌초 시작…10년 동안 73곳 인조잔디 시설

충북에선 2005년 한벌초, 가덕초(상야분교)에 인조잔디가 처음 설치됐다. 이후 2007년 5군데, 2008년 6군데, 2009년 16군데, 2010년 19군데, 2011년에 12군데, 2012년에 8군데, 2013년 2군데, 2014년 2군데, 2015년 1군데 등 총 73군데에 설치가 됐다. 총 73개 인조잔디 운동장을 설치하는 비용은 485억 789만원이었다.

하지만 인조잔디는 영구적이지 않다. 보통 업체들은 인조잔디의 사용연한을 7~8년으로 봤다. 이미 한벌초는 2005년 4억 6000만원을 들여 설치 한 후 2012년 다시 4억원을 들여 인조잔디로 교체했다. 덕성초는 현재 인조잔디 교체를 위해 특별교부금을 신청해놨지만 아직까지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사용 연한이 학교마다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한 학교 관계자는 “풀 부분이 플라스틱 소재인데 많이 닳았다. 덕성초는 축구로 특화돼 있는 곳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용 마모 속도가 빨랐을 것이다. 인조잔디가 몸에 유해하다는 것은 인지해도 선호도가 높으니 어쩔 수가 없다. 학교 구성원들 외에도 동창이나 지역민들이 원한다. 조기축구회 동호회원들도 인조잔디 축구장을 원해 장단을 맞추기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