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오 씨 딸 정다린의 특별한 성년례

▲ 다린이의 성년례에는 30여명의 축하객이 모였다.

“성년례는 고려시대부터 역사적으로 행해졌어요. 관혼상제 의식 가운데 제일 먼저 치르는 행사였죠. 지금은 5월 셋째 주를 성년의 날이라고 정해놓지만 행사를 따로 하지는 않죠. 예전에는 당연히 했던 일인데요.”

지난 26일 괴산군 사리면 고택에서는 정순오씨의 딸 정다린의 성년례가 열렸다. 아버지 정순오 씨는 딸 다린이에게 특별한 성년례를 열어줬다. 정 씨는 “옛날 방식을 고집하지는 않았어요. 처음엔 차를 올렸고, 그 다음 다린이가 찾아온 손님들에게 술을 한잔 건네며 덕담을 받았어요. 남동생이 누나에게 꽃다발을 전해줬고, 엄마는 시낭송을 했죠. 저는 딸에게 유필무 선생의 붓을 선물했어요. 2부에서는 시조, 해금, 노래 공연이 이어졌죠”라고 말했다.

▲ 정다린 양은 손님들에게 앞으로의 인생 포부를 밝혔다.
▲ 정순오 씨네 가족

다린이는 지금 보은에 있는 회인서당에 다니고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가지 않고 서당에서 7년째 한학을 공부하고 있다. 남동생도 같이 서당에 다닌다. 한학을 공부하는 딸은 손님들에게 “성년이 됐으니 이제 나만의 글을 어떻게 써내려갈지 고민이 돼요. 어떻게 헤처 나갈지 지켜봐주세요”라고 공손히 인사했다.

정순오씨는 2002년 귀촌했다. 서울에 있는 고택을 괴산군 사리면으로 옮겨왔다. 그림같은 집에서 그는 처음에는 농사를 짓다가 지금은 바둑강사가 주된 일이 됐다고 한다. “성년례를 거치면 아무래도 자신의 삶에 더 진지해질 것 같아요.”

이날 다린이를 축하하는 손님들에게 정순오 씨네 가족은 백숙을 대접했다. 화창한 날 성년례를 치른 집에는 정 씨가 직접 쓴 만장과 글씨가 걸렸다. ‘행복한 앵두나무 꽃이 벙글어졌네!’. ‘행복한 앵두나무’는 다린이의 인디언 식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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