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사전준비, 여행사 탈피…새로운 해외연수 모델 제시
수개월 전 연수 공부 모임 결성, 현지 관계자 섭외도 직접

앞선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3년간 청주시의회가 진행한 해외연수는 대부분 관광 중심의 일정이었다. 윤송현(복지환경위) 전 시의원이 기획한 배낭여행 형태의 해외연수 정도만 모범사례로 꼽힌다. 그 밖에는 2~3곳의 형식적 기관방문과 관광일정으로 꾸려진 연수가 대부분이다. 전・현직 시의원들이 기억하는 최고의 해외연수는 어떤 것일까. 전수조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정당을 구분하지 않고 질문에 응답한 거의 모든 의원들이 2010년 재정경제위원회의 해외연수를 꼽았다. 의원들도 인정하는 재정경제위의 해외연수가 다른 연수와 어떤 차이를 보였는지 살펴보았다.

▲ 사진설명- 2010년 청주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진행한 해외연수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청주시의회 상임위 최고의 해외연수로 꼽힌다. 무엇보다 철저한 사전준비로 호평을 받았다.

2010년 청주시의회 재정경제위(위원장 박상인)는 6박 8일간 캐나다 벤쿠버와 미국 벨링햄·시애틀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이 연수가 다른 연수와 구분되는 첫째 이유는 사전 준비다. 해외연수를 주도적으로 준비했던 육미선 의원은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수를 위해 의원들이 직접 일정과 내용, 방문지 섭외 등을 준비했다. 새로운 연수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해외연수에 대한 시민여론은 긍정적이지 못했던 터라 변화가 필요했던 때였다.

 

주제 정한 뒤 목적지 선택

가장 큰 변화는 여행사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먼저 주제를 정했다. 그 결과 ‘연초제조창 내 아트팩토리 조성 운영에 따른 사례조사’ ‘청주근교에 친환경단지육성과 도시주부 텃밭 가꾸기 사업의 발전방안’ ‘전통시장 테마화와 활성화 방안 모색’ ‘자매도시 방문 및 업무협의’ 네 가지 주제가 정해졌다. 주제를 정한 기준은 당시 한범덕 시장의 공약사업 가운데 재정경제위에 해당하는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 다음으로 연수지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낙점된 곳은 캐나다 벤쿠버다. 네 가지 주제 가운데서도 방점이 찍힌 연초제조창 내 아트팩토리(동부창고) 조성과 관련돼 가장 적합한 사례가 벤쿠버의 그랜빌아일랜드(Granvilleisland)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육 의원은 “1차 연수지를 벤쿠버로 정하고 인접해 있는 국제교류도시인 미국의 벨링햄을 2차 방문지로 선정해 이동 경로와 방문지를 최소화해 심층적인 견학이 가능하도록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방문지와 기관 섭외도 의원들이 직접했다. 여행사는 항공티켓과 숙식만 대행했다. 과제와 연결된 청주시 부서에서 도움을 받았고, 사전에 연수를 위한 공부모임을 진행했다는 점도 기존 연수에서 볼 수 없었던 변화다. 동부창고·농수산물유통센터 등 현안 지역을 방문해 실상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분석해 연수과정에서 어떤 점을 확인해야 할지 논의를 진행했다.

메뉴얼북도 제작했다. 의원들이 직접 방문지와 주요 면담자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메뉴얼북으로 만들어 서로 공유하고 현장에서 활용했다. 사전준비가 이뤄진 만큼 해외연수과정도 순조로웠다.

 

육미선 의원 개별보고서 ‘화제’

그랜빌아일랜드를 방문해 장단점과 특징들을 살폈다. 미리 섭외한 캐나다 정부산하 CMHC사,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공예협회 대표이사와 면담이 이뤄졌다. 또한 인근 미술대학과 공예협회, 유리공방, 해리티지빌리지 등을 둘러보았다. 육미선 의원은 당시 개인 보고서를 통해 두 곳을 비교하고 분석내용을 상세히 기술했다.

그랜빌아일랜드를 방문한 후에는 벤쿠버의 도시근교농업을 알아보기 위해 벤쿠버시의회, 도시형 텃밭농장, 지역텃밭농장, 시민단체 ‘시티파머(City Farmer)’, ‘공공텃밭에 대한 테마전시’하고 있는 벤쿠버 박물관을 방문해 운영실태를 살펴보고 지원방안에 대한 청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벤쿠버 그랜빌 아일랜드 파머스 마켓, 벤쿠버 벼룩시장, 미국 시애틀 퍼블릭 마켓을 방문해 네가지 주제 가운데 하나인 ‘전통시장 테마화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고, 자매도시인 벨링햄시에서는 시장을 만나고 의회와 기업인들과 만남의 자리까지 마련하는 등 계획했던 네 가지 주제에서 모두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었다.

2010년 재정경제위의 해외연수는 철저한 사전 준비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육미선 의원은 연수 후 개인 보고서를 통해 아쉬움을 피력했다. 육 의원은 “현지 안내자와 이메일을 통한 사전교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방문에서 충분한 의사전달과 소통에 아쉬움이 있었다. 공예관계자를 통해 섭외하다보니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다음에 준비할 때에는 미리 방문기관에 사전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받고 현장에서는 추가 질의 내용으로 진행한다면 훨씬 효율적이고 깊이 있는 연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추가 의견은 반영되지 못하고, 2010년 재정경제위와 같은 수준의 연수는 그 후로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난 해외연수보고회

2010년 의무화 했지만, 시의원 반발로 좌절

2010년 청주시의회는 해외연수와 관련해 의미있는 변화를 진행했다.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연수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의정백서에 실어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상임위원회별로 전체의원과 공모국외연수심사위원회,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보고회를 개최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그해 10월 상임위별로 일제히 해외연수를 다녀온 청주시의회는 한달 뒤인 11월 예정대로 보고회를 진행했다. 시민단체 관계자와 공무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보고회는 성공적이었다. 내용보다도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냈다. 지방의회 가운데 최초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당시 연철흠 의장은 “의원들이 해외연수 후 보고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각 상임위원회별로 습득한 자료와 정보를 공유해 시정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자”며 한껏 고무됐었다.

하지만 시도는 여기까지였다. 의정백서에 싣겠다던 개별연수보고서는 유야무야 사라졌다. 이를 제안했던 육미선 의원만 외롭게(?) 개별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한 시의원은 “모두가 육 의원처럼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해외연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육 의원은 “간단하게라도 연수 후기를 작성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의원들 사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다. 상임위별로 내는데 각자 또 낼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반발에 부딪혀 더 진행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연수보고회도 그 해로 끝났다. 이런 저런 이유를 내세웠지만 의원들이 반발한 것이 원인이었다. 한 관계자는 “결국 귀찮다는 것 아니냐”며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해외연수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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