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지난 1일 현행 조례대로 공모, 재공모에도 신청자 없으면 폐쇄
해법 찾은 시민사회단체 “공모지역 제한 풀고‧사회적 합의체 구성해야”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이 새 주인 찾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1일 주사위가 던져졌다. 15일까지 신청서를 교부하고, 2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접수받는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1차 공모 성사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바로 신청자격 때문이다. 청주시는 해당 공고를 내면서 ‘공고 게시일 현재 청주시에 소재한 요양병원 및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운영하였거나 운영하고 있는 자’로 제한했다. 청주시로 지역을 제한한 공모에서는 쉽게 나서는 의료기관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청서를 교부하고 있는 청주 서원보건소에는 14일 현재까지 수일에 한번 꼴로 응모자격 등을 묻는 전화가 걸려올 뿐 이렇다 할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토론회서 다양한 의견 나와

이번 공모에서 신청자가 없을 경우 청주시는 지금과 같은 형태로 한 번 더 공모한 뒤 그때에도 신청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미 지난달 24일 윤재길 부시장이 “1, 2차 공모 결과 수탁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민간 노인병원이 충분하기 때문에 시노인전문병원은 폐쇄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이 같은 청주시의 행정을 두고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청주시가 폐쇄라는 결론을 내리고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청주시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도 시도하지 않고, 지역 제한을 풀어야 새 주인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게 그 근거다.

충북시민사회단 연대회의는 설사 지금의 조건에서 신청자가 나타난다고 해도 공공병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의료기관이 선정된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사익보다는 공공성을 추구할 새 주인이 나타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이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8일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토론회를 열였다. 제갈현숙 민주노총정책연구원장은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현장 조사 결과에 대해 발제했다. 제갈 원장은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이 두 번이나 실패했지만 타 노인병원과 차이점은 수탁업자가 법인이 아닌 개인이라는 점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던 원인인 조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제갈 원장은 또 "청주시가 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민간 위탁 과정에서 부정·편법 운영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갈 원장에 앞서 문정주 서울대 의대 교수도 "시립 청주노인병원은 완벽한 공공병원으로 사업 목적은 공공 보건의료다. 위탁은 기관의 사업을 위한 운영 방식일 뿐 그렇다고 공공병원의 본질을 훼손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민간위탁을 하더라도 공공병원의 기능을 약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갈 원장은 “지역에 적합한 요양병원을 위해 조례 개정안 마련이 필요하다. 환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적절한 보상과 노동환경을 제공해야 서비스가 개선된다. 결국 노인병원의 소유·운영의 공공성 강화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폐쇄는 시장의 공적 책임 회피”

이에 대해 서지한 청주시의원은 "조례가 문제라면 고치면 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 의원은 모든 것을 시장이 관리·감독하도록 돼 있는 조례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지원을 하면 되는 것인데 한 번도 이 문제를 의회와 상의하지 않았다”며 시의회와 집행부가 원점부터 다시 논의하자고 말했다.

송재봉 충북시민재단 이사도 청주시의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송 이사는 “의료원만 하더라도 민간위원들이 참여하기도 하고 주요 결정에 지자체가 관리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반면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관리 시스템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사문제라 하더라도 못 풀면 문 닫는 것이 맞나”고 반문한 뒤 “ 병원 폐쇄문제는 시장이 공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이사는 또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청주시로 제한하고 있는 수탁자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고, 공적인 관리시스템도 조례를 통해 명문화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기존 의료법인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면 별도의 노인병원 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토론회 참석한 본보 김남균 기자 또한 “청주시가 두 차례의 위수탁 과정에서 관리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자체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면 시민사회에 관리권을 넘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2차 공모 연기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불거진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조례 개정이 선행돼야 하고, 지역사회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 조건도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만 진행한다면 그 결과 또한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합의와 이를 바탕으로 한 조례 개정을 거친 후 2차 공모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지난 14일에도 같은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청주시노인병원 공공성 확보를 위한 범시민사회노동계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폐쇄로 가는 편의주의적 행정이라고 비난받고 있는 청주시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설명-14년간 병원 운영한 강대행 삼동회 법인 이사

 

공공병원 평가 1위 ‘전주시노인복지병원’ 비결은?

원불교 사회복지법인 삼동회 위탁 운영, 노인복지 전문가 내세워

전국의 모든 시립 노인병원이 청주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을까. 지난 8일 토론회에 참석한 문정주 서울대 교수는 전주시노인복지병원을 공공병원의 모범사례로 꼽았다.

지난 2000년 문을 연 전주시노인복지병원은 치매요양병원으로 지난 연말에도 전국 최우수 공공보건의료사업기관으로 선정됐다. 보건복지부가 노인병원 66곳을 포함 전국 공공병원 170곳을 대상으로 4개분야 18개 항목으로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95.7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전주시노인복지병원은 각종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명실상부한 대표 노인병원이다. 2013년에는 요양병원 대상 병원경영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2012년에는 사회복지의 날 기념 사회복지 대상을 수상했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전주시노인복지병원 관계자들은 지난 1월 정년퇴임한 강대행 법인 이사(병원장)의 역할을 꼽았다. 전주시는 1999년 원불교가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삼동회와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2000년 전주시노인복지병원 초대 원장으로 부임한 강 이사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는 평생을 사회복지, 특히 노인복지 관련 활동을 해온 인물로 1991년부터 전주지역 사회복지관장을 역임해왔다. 특히 노인무료급식, 수의제작 보금, 이동목욕서비스, 재가 치매노인관리사업 등 노인복지 분야 전문가로 지난해에는 보건복지부 나눔국민대상에서 대한민국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그의 이같은 이력은 그가 어떤 자세로 병원을 운영해왔는지 짐작케 한다.

강 이사가 퇴임한 현재는 강 이사에 이어 정숙희 이사가 2대 이사로 선임됐다. 정 이사 또한 1995년 원광종합사회복지관장을 시작으로 정읍시 노인전문병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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