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더위, 참으로 대단합니다. 10년 만이라는 폭염은 연일 기승을 부리며 체감 온도를 40도까지 올려놓고 있으니 차라리 뜨거운 한증탕에 앉아있는 느낌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 합니다. 더위에 탈진한 할머니들이 잇달아 숨을 거두고 있으니 아닌게 아니라 ‘살인폭염’입니다.

 겨울 추위를 동장군(冬將軍)이라 하면서 여름무더위를 염제(炎帝)라 하는 말뜻을 비로소 알만합니다. 30일이 중복, 열흘 뒤 9일이 말복이니 더위는 이제 절정을 치닫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선조 들은 요즘 같은 삼복이면 냇물에서 천렵(川獵)을 하거나 계곡에 들어가 탁족놀이로 한여름 더위를 식혔다고 합니다. 탁족(濯足)이란 흐르는 물에 발을 씻는 것으로 중국 초나라 가요집 초사(楚辭) 어부편과 맹자 이루장(離樓章)의 동요 ‘창랑의 물이 맑거든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리거든 발을 씻으리라’한데 어원을 둡니다. 동국세시기에는 삼복에 삼삼오오 숲 속으로 들어가 청간옥수(淸澗玉水)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혔다고 적고 있습니다.

 휴가철을 맞아 또 민족의 대이동이 한창 입니다. 버스터미널과 역, 공항은 피서객들로 만원이고 그러잖아도 막히는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는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바다와 강, 명산은 전국에서 모여드는 피서객들로 연일 인산인해입니다.

 땀 흘린 뒤의 휴식은 노동의 신성한 의미를 일깨워 줍니다. 다람쥐 쳇 바퀴 돌 듯 하는 도시 생활의 판에 박힌 일상을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 일은 쌓인 피로를 씻고 심신의 밸런스를 되찾게 해 주는 계기가 됩니다. 여름 휴가는 재충전의 기회가 되어 일상으로 다시 돌아 왔을 때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는 점에서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바캉스는 조용히 쉬면서 휴식을 취하기보다는 한바탕 판을 벌여 흥청대는 것으로 잘못 인식돼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앉으면 고스톱 판을 벌이고, 볼썽 사납게 술 취해 떠들고, 노래방에서 고성방가로 밤을 지새우는 비뚤어진 바캉스풍속도가 되어 있습니다.

 바가지상혼에 시달리고, 불편한 잠자리, 쓰레기로 덮인 불결한 환경, 소란 속에 몇 밤을 보내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휴가, 그것이 바로 우리 바캉스문화의 현주소입니다. 쾌적하게 편히 쉬는 것이 아니라 고역을 치른다는 말이 더 적합할 듯 합니다. 그러기에 휴가후유증이라는 희한한 증세마저 겪어야 되는 것입니다.

 여름 휴가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생산적인 것이 되어야 합니다. 더욱이 지금 우리 경제는 6년 전 IMF때보다도 더 어렵다고들 말합니다.

 휴가를 즐기되 검소하고 차분하게 심신을 쉬게 하는 선진국형 바캉스가 되어야합니다. 또 폭염아래 땀흘려 일하는 농민들, 노동자들, 생업에 얽매여 여념이 없는 어려운 이웃들도 생각할 줄 아는 나들이가 돼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동시대를 사는 국민 각자의 도리요, 무더위를 이기는 진정한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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