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중문에서 인도식당 ‘타지마할’의 운영하는 오말 씨
한국인 아내와 가정 이뤄…“나는 김오말, 이제 한국사람”

100명 중 3명, 외국인들 한국살이
파키스탄 공동체

충대 중문에는 인도 식당 ‘타지마할’이 있다. 타지마할은 파키스탄에서 온 오말 씨(43)와 그의 친동생인 아스지드, 그리고 누나의 남편인 자웨이드가 함께 일하고 있다. 오말 씨는 2011년에 이곳에 가게를 냈다. 파키스탄 사람이 왜 인도 커리 식당을 낸 것이냐 묻자 그는 “사실 우리 할아버지는 인도 사람이에요. 할아버지 때 인도에서 일부는 네팔로, 일부는 영국 글래스 고우에 정착했어요. 전 시크족(sikh)이에요”라며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 속 시크족 사람들의 특별한 머리 장식을 보여준다.

▲ 가족과 함께 인도 커리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오말 씨(앞줄 가운데)는 이슬람 센터에 가면 한국이 잘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잊지 않는다. /사진=육성준 기자

“사실 파키스탄이나 인도사람이나 먹는 것은 다 비슷해요. 사람들이 인도 커리에 대한 호감이 있으니까 대부분 인도 식당 간판을 내걸죠. 인도 사람들은 정작 식당을 운영하진 않아요.”

오말 씨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95년 한국에 왔다. 처음에는 홍콩에서 무역업을 하려고 하다가 우연치 않게 한국에 왔고, 이후 IMF가 터지면서 더 이상 한국에 머물 수 없었다고 한다. 다시 한국을 떠났다가 2000년에 들어온다. 이후 그는 한국인 아내를 만나 2003년 결혼했고, 몇 년 전 기관지가 약한 아이의 건강을 위해 오창으로 이사를 왔다.

오말 씨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의 아내 또한 영어 강사다. 사실 그의 결혼은 종교를 초월했다. 파키스탄은 전통적으로 이슬람 국가이고 오말 씨 부부 또한 이슬람 신자다. 그의 장인은 개신교 목사. 국제결혼에 종교문제까지, 처음에 반대가 심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처음에 반대야 있었죠. 그건 다 지나간 일이고요. 지금은 장인어른이 나이가 있으셔서 목회활동을 하지 않지만 주말마다 교회를 모시고 가요. 우리 가족은 종교 때문에 싸우지 않아요. 각자 자신의 종교를 존중해요. 하나님은 다 똑같아요.”

장인어른은 목사님

이슬람 사람들은 술과 고기를 먹지 않는다. 청주시내에는 기도할 장소가 마땅치도 않다. 최근 진천에 ‘이슬람 센터’가 생겨서 그는 주말 시간이 되면 기도하러 간다고 했다. “물론 집에서 기도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센터에 가면 더 맘이 편하죠. 이슬람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해 먼저 기도해요. 한국의 경제가 좋아져야 우리도 여기서 돈 벌고 잘 살 수 있잖아요. 한국을 위해 항상 기도해요. 그게 이슬람 문화에요,”

타지마할 가게에는 파키스탄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집트, 캐나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많이 온다. 주말마다 작은 파티가 열린다. 하지만 가게를 운영하다보니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처음엔 이곳에 식당을 낼 때는 오말 씨네 부부뿐이었지만 이후 파키스탄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동생을 데려왔고, 누나의 남편마저 한국에 오게 했다. 동생인 아스지드 씨는 한국 생활에 대해 “좋아요”라고 짧게 말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롯데월드를 간 게 가장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다음번엔 에버랜드를 갈 예정이라고. 제주도, 부산으로도 여행을 떠났다.

자웨이드 씨는 운동을 좋아한다. 식당에서는 주로 인도식 전통 빵을 굽는다. “우암산 등산을 좋아해요.”

“소통이 제일 어려운 문제에요”

오말 씨는 “문화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죠. 가족경영이니까 함께 편하게 지내야죠. 맘이 편하면 돼요. 그게 제일 중요해요. 한국에서는 나이도, 서열도 많이 따지지만 파키스탄 사람들은 그런 걸 덜 중요하게 여기죠. 함께 행복하게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아죠. 전 이제 한국사람이니까요”라고 말했다. 오말씨는 주민등록증을 꺼내보여줬다. 그의 주민등록 이름은 김무함맏아프잘이었다. 그는 다들 김오말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부천에서 살다가 청주에 온 오말씨. “청주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서울 사람들이 좀 빠른 것 같고 분주해 보여요. 여기 사람들은 여유가 있는 것 같아요. 외국에 살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소통이 되지 않는 거에요. 말이 안 통하면 서로 오해하는 부분이 생기죠. 한국사람들도 이런 부분에 대해 좀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

오말 씨는 오전에 시간이 날 때마다 파키스탄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다. 임금체불로 고통을 겪거나 퇴직금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병원, 출입국 관리소, 이주노동인권센터로 연결시켜 준다.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도와줘야죠. 마음이 아픈 일들도 많아요. 일을 시켰으면 월급을 제 때 줘야 하지 않나요.”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