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우 평등교육실현을위한충북학부모회 사무국장

▲ 조장우 평등교육실현을위한충북학부모회 사무국장

아침부터 무더웠던 7월의 어느 날, 처음 만난 그의 왼쪽 가슴 달린 이름표를 보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아빠였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아이가 매일 달고 다녔을 이름표에 나는 자꾸만 눈길이 갔다. 같은 반에서 함께 공부하고 생활했던, 이제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대답 없는 아이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적혀 있는 옷을 입고 있던 그의 등에는 아직 오전인데도 하얗게 소금꽃이 피어있었다.

내가 만난 아빠와 엄마들은 수학여행을 떠났던 자신의 아들, 딸들이 왜 살아서 품안으로 돌아오지 못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여전히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힘 없는 부모들은 전국을 다니며, 특별법 제정을 위해 서명을 받는 일이라도 한다고 했다. 국민의 힘을 빌려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우리 사회에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416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해 전국적으로 600만여 명이 서명으로 절실한 마음에 힘을 보태 주었다. 충북에서도 참사 이후 시민분향소를 차리고, 서명을 받고, 기자회견, 동조단식, 집회와 촛불문화제 등 많은 활동을 하면서, 잊지 않고 행동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해 4월 16일 이후, 우리 사회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금요일에 돌아오겠다면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과 각자의 삶에서 행복을 꿈꾸던 304명의 사람들이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벌써 1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진상규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진실은 여전히 차디찬 바다 속에 갇혀있다.

구조에 실패한 정부는 노골적으로 진실규명을 방해해 왔으며, 대통령의 약속은 모두 거짓이었다. 무수한 의혹과 아픈 마음을 다 담아내지 못한 반쪽짜리 4·16세월호특별법 조차 시행령안을 통해서 휴지조각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세월호 수색을 중단하고 인양하자더니, 인양에 대한 말 바꾸기가 계속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고 진실을 외치는 희생자 가족들 앞에 돈을 흔들며 모욕을 주고,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으며 전국적인 추모와 행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세월호의 아픔을 외면하면서까지 해외순방을 나가려 한다. 희생자 가족은 다시 상복을 입고 삭발을 했으며, 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다.

304명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작은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과 권력의 탐욕 때문에 수장된 것은 세월호의 영혼만이 아니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더 많은 이윤을 위한 욕심 때문에 힘겨워 하고, 침몰하는 삶들이 있다. 가만히 있는다면 비극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 날 수 밖에 없다.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싸우는 현장과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자본과 권력에 맞서 먼저 용기 낸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고 연대하는 것 아닐까?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