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부부, 아내는 우체국보험 피해·남편은 임금체불 피해
가해자는 정부보조 받는 자활기업…인권단체, 제도 보완 ‘목소리’

▲ 장애인 부부 중 아내는 우체국이 운영하는 보험 58개에 가입해 1700여만원의 원금손실을 입었다. 남편인 정부가 지원하는 자활기업에서 임금을 떼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은 해당 부부를 지원한 다사리장애인권센터 전경

우체국의 과도한 보험 영업으로 1700여 만원의 원금손실을 입었던 여성의 장애인 남편도 임금 갈취를 당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가해자는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는 자활기업인 것으로 확인돼 공공분야까지도 장애인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본보는 지난 865호에서 심각한 보험 금단 현상을 보이고 있는 장애인 여성 A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본보 보도 이후 우체국과 A씨 간에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그의 남편인 B씨가 자활기업 C사에서 7개월 동안 일했지만 급여를 받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체장애인인 A씨의 남편은 지적장애와 청각장애등 복합장애를 가진 장애인이다. A씨 부부를 잘 아는 장애인권 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B씨는 중증장애인이지만 단순반복 작업은 무리 없이 수행했다고 한다. B씨는 성실하고 집중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특히 동물을 잘 다뤄 그 이전에 토끼를 사육하는 곳에서 오래 일했다는 것이다.

이런 B씨가 문제가 된 자활기업 C사에서 일하게 된 것은 지난 해 3월. B씨는 3월부터 10월 24일까지 일했다고 한다.

A씨와 B씨를 지원하고 있는 다사리인권연대(이하 다사리)에 따르면 이 기간중 B씨는 단 한차례도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다사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월에 B씨의 통장을 확인한 결과 이 기간 동안 지난해 7월경 단 한 차례 100여만원이 입금된 것이 전부였다.

월급도 안주고 돈까지 빌려
 
뒤늦게 이 사실은 안 다사리는 B씨에게 관련 사실을 확인한 결과 월급을 한차례도 받지 못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다사리는 고용노동부청주지청에 사건을 의뢰해 사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문제는 B씨와 C씨 사이에는 작성한 근로계약서도 없었고 출근기록부도 없었다는 것이다.

노동부 조사과정에서 C사 대표와 B씨의 주장은 서로 엇갈렸다. C사 대표는 3월부터 일했다는 B씨와는 달리 5월이라고 주장했고 또 퇴사시기도 훨씬 이전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태에서 B씨와 다사리는 관련 사실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B씨의 장애 특성상 자신의 주장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단지 B씨와 다사리가 내민 것은 지난 해 3월 12일부터 10월 24일까지 동그라미 처진 달력뿐이었다.

그리고 B씨가 지난해 3월까지 일했던 토끼 농장의 주인이 “3월 초경 C사 대표가 B씨를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는 말 뿐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다. C사 대표가 B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해 A씨 부부가 이에 응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대해 다사리 관계자는  “당시 돈이 없었지만 동생에게 100만원을 빌려서 이를 다시 빌려줬다. 그때는 남편을 취직시켜준 것만도 고마워서  그랬다고 A씨가 말했다”고 밝혔다.
 

장애특성에 맞는 보호장치 제공해야

현재 이 사건은 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 중재로 양측이 합의한 상태다. 다사리 관계자에 따르면 “자활기업 C사 대표는 B씨에게 4월 중순까지 전체 금액 4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B씨와 다사리는 근로기준법의 금액보다도 훨씬 적게 합의했을까. 현행 최저임금 93여만원을 적용해도 7개월로 환산하면 체불임금만 600여만원을  초과한다. 여기에 주휴수당 등 기타 금액을 적용하면 700만원이 넘는다.

이에 대해 다사리 관계자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받지 못한 임금을 산정하는데 정확한 입증 자료를 제출하기 힘들고 또 상대방이 그것을 부인하면 민사소송까지 가야한다. 그러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재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신석준 사람플러스 대표는 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도 거론했다. 그는 “장애인들은 공공기관에 다니는 것 자체를 두려워 한다”며 “공공 기관에 가서 장애 등급을 받지 못해 수급자격을 박탈 당하는 등 나쁜 기억이 많다 보니 이들을 무서워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들은 온전한 권리구제 보다는 적은 금액이더라도 빨리 받고 그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은 이미 신체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펴기도 어렵다. 하지만 노동부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을 고려한 수사인력이나  상담인력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A씨의 보험피해사건을 거론하며 “장애인 특성에 맞는 자산설계 지원 시스템도 없고 일자리를 안내해주는 고용센터도 없다”며 “장애인에 맞는 지원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아주 우연적인 가능성. 좋은 사람 만나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대한민국 장애인이 겪는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

본보 867호 보도 ‘우체국 보험 폭탄영업 사건 처리 결과는?
한 장애인 가족 58개 가입…또 다른 10 여명도 수십개
배후에는 보험설계사…우체국, “원금 보상하겠다” 밝혀 


본보는 “A씨가 2004년부터 58개 우체국 보험에 순차적으로 가입했고 지금까지 36개 보험을 해지했다”며 “3월 현재까지 납입한 보험료만 해도 7000여만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어 “ A씨가 해약한 보험의 전체 납입액 4328만9500원 중 원금보다 1634만원이 적은 2692만원을 돌려받았다”고 보도했다.  다사리인권연대는 58개 보험에 가입한 A씨 외에도 10여명의 장애인들이 우체국 보험에 대랑 가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본보는 이 과정에서 장애인인권단체의 입장을 빌어 우체국 소속 보험설계사가 판단 능력이 비장애인에 비해 떨어지는 점을 악용해 과잉영업을 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인권 단체인 다사리 관계자에 따르면 지체장애인 C씨도 30여개의 우체국 보험에 가입했으며 현재 10개를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중도 해약한 상태였다. 이 외에도 지체 장애인 D씨는 10여개의 보험에 가입한 상태 였으며 10여명의 장애인이이 B씨의 권유로 우체국 보험에 집중 가입한 사실이 있었다.

당시 다사리는 B씨의 권유로 보험에 가입한 장애인은 공통적으로 해지와 가입하는 현상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다사리 관계자는 “보이스피싱과 다를 바가 없다.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 장애인을 자극해서 보험가입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보험 중독 현상까지 발생했다”며 “가입해도 불안하고 해약해도 불안에 떨고 있다. 정신과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한편 본보 보도 이후  중증장애인 A씨가 입은 피해에 대해 우체국에선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를 대리해 협상에 나선 다사리인권연대(대표 송상호)는 “우체국은 A씨가 우체국 보험 가입을 통해 입은 금전적 피해를 보상하고 정신적인 치료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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