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종사자는 위촉할 수 없다”는 조례에도 불구, 임명‧활동
“도시마피아가 위원회 장악” ○○상인회 유출 문건에도 언급
마피아는 국제적으로 악명 높은 이탈리아 범죄 조직을 일컫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부적절한 권력 집단이나 고위공무원이 퇴직 후 공기업이나 유관기관의 요직을 독점하는 것을 뜻해 사용된다. 한마디로 척결해야할 사회적 병폐쯤으로 정의할 수 있다.
최근 청주시가 때 아닌 마피아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2월 최진현 청주시의원이 시의회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기획경제위원회는 용역마피아와 전쟁을 선포한다”며 세간의 화제가 된 마피아란 단어는 한 달 뒤 청주지역 한 상인회 문건에서 실명까지 거론하며 도시 마피아란 표현으로 이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대·생산되고 있다.
이 상인회 문건에서는 8명의 지역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도시 마피아로 규정했다. 이들이 비하동 롯데마트 입점을 주도해 결국 청주시 상권을 말살시켰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이들이 도시계획위원회를 장악해 패거리로 채워 넣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충북대가 도시마피아 핵심?
그러면서 “실제 25명의 심의 위원중 청주시 공무원3명, 도교육청1명, 도로공단1명, 청주시의회 의원 2명, 청주동부 소방서1명 을 제하면 17명이며 이중 충북대가 8명, 충청대1명(H 교수 동문), 청주대 3명(이중 한명은 H교수 대학 후배), 교원대 1명, 한국교통대 1명, 서경대1명,충북발전연구원1명(H교수 제자) 미래도시연구원 1명(H교수 제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청주시는 당시 도시계획위원회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위원회가 각종 개발행위허가와 관련된 안건을 심의하는 기구라는 점에서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건을 유포한 상인회 측도 근거없는 자료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본보가 입수한 명단 확인 결과 상인회 문건 속 근거 없다는 자료는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도시계획위원들은 조례에서 정한 위촉 불가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부적격자라는 것이다. 도시마피아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시계획위원회 구성의 문제점은 드러난 것이다.
도시계획위원회의 구성 등을 정해 놓은 청주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르면 “건설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청주시의원이나 기술사, 건축사 등의 민간전문가 가운데 관내 현업종사자는 위촉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재 청주시 도시계획위원회 25명 가운데는 최소 2명이 이 같은 조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청주시는 이 같은 사실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연재수 도시주택국장은 “현재 검토 중이다”라고만 짧게 대답했다. 해당 부서 관계자도 “각 학교나 단체 등으로부터 전문가들을 추천받아 위촉한다. 누가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이라며 답변을 얼버무렸다.
해당부서 공무원도 충북대 출신
최근 청주시청 앞에서는 청주시민권익지킴이 소속 회원들이 10여일째 도시마피아 척결을 외치며 도시계획위원 전원을 교체하라고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도 앞선 상인단체 문서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도시계획위원회가 일명 도시마피아의 철저한 영향력 속에 구성됐다는 것이다. 또한 도시마피아의 핵심세력으로 충북대 특정학과 교수들을 지목하고 있다.
도시계획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해당학과 H교수를 비롯해 B교수, L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 앞서 상인회 문건에 명시돼 있듯 H교수의 제자와 동문도 25석 가운데 한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에 해당부서 공무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해당학과를 졸업했거나 석‧박사과정을 거친 것으로 나타나 도시마피아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들은 반박했다. 한 부서 관계자는 “일단 이런 표현들이나 시각이 청주시민 전반의 우려인지 묻고 싶다. 교수나 공무원 모두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건을 통해 지목된 충북대 H교수도 “전문가로서 지역사회에 작은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열심히 임하고 있고, 참여한 결과가 도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H교수는 도시계획을 담당하는 학교가 많지 않고, 전문가들이 충북대에 집중해 있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상인회 문건에서 거론된 일부 공무원과 사제간 인연에 대해서도 “우리 학과를 졸업했다고 해도 모두 직접적인 사제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거론된 사람들의 지도교수도 아니었고, A공무원의 경우 한 과목 수업을 들은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일부의 주장처럼 도시마피아가 지역 내 각종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근거없는 억측일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북대 특정학과 쏠림현상이 지나치다는 지적은 힘을 얻고 있다. 한 관계자는 “도시계획이 특정학과 전문가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 현재 도시계획관련 행정은 특정학과와 연관성을 지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