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폭 줄자 타 업종서 도서취급 신고…납품업체 난립에 동네서점 ‘직격탄’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넉 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정착되지 못한 채 논란 중이다. 특히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도서관 납품 도서 최저낙찰제가 사라진 뒤 제약회사와 주유소까지 도서관 납품에 뛰어들면서 충주지역 동네서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마련이 요구된다.

도서 할인율을 정가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 확대 시행이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가격 인상 효과에 대한 거부반응이 커지고 있다.

휴대전화 보조금 제한에 따른 소비자들의 단말기 교체 부담 증가에 대한 반발이 이른바 ‘단통법(단말리유통구조개선법)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것처럼 도서정가제를 놓고 ‘제2의 단통법’이라는 비판론도 일고 있다.

▲ 도서정가제가 시행에 따른 가격인상 효과에 대한 거부반응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도서관 납품 도서 최저낙찰제가 사라지자 제약회사 등 타 업종까지 납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제2의 단통법’ 비판론도

책값 할인율이 10%이고 쿠폰이나 적립으로 줄 수 있는 혜택도 5%로 제한되면서 가격 할인 경쟁을 할 수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우선 독자들은 그간 깎아주던 책값 할인이 더 이상 없어지자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임혁재(39·충주시 용산동)씨는 “기존 책값을 할인해도 출판업계는 이익이 생겨서 한 일이 아니냐”며 “현재 매겨진 도서가격이 과연 적정한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할인쿠폰이 무용지물된 것에 대한 원성도 크다. 직장인 서용범(44·충주시 금릉동)씨는 지난달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책 13만원어치를 사면서 할인쿠폰을 사용하려했지만 이용할 수 없었다.

서씨는 지난해 6개월간 70만 원 이상 책을 구매해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등급을 받아 매달 3000원, 4000원, 5000원 쿠폰을 1장씩 발급받는 혜택을 누렸다.

매달 10만 원 이상 책을 구매하는 터라 쿠폰으로 쏠쏠한 할인 혜택을 받았는데 돌연 쿠폰 사용이 막힌 것이다. 서씨의 쿠폰 보관함에는 다른 이벤트에서 받은 할인쿠폰을 포함해 ‘사용 가능한 쿠폰’이 모두 13장 있다고 안내돼 있지만, 실제 결제할 때 쓸 수 있는 쿠폰은 단 한 장도 없었다.

서씨가 쿠폰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은 국내 도서의 할인 최대 폭을 15%로 규정한 도서정가제 탓이었다.

제약회사·주유소까지 도서납품 난입

동네서점도 울상이다. 서점이 신고제라서 어떤 분야 업체라도 세무서에 가서 취급품목에 도서항목만 추가 등록하면 도서 납품 입찰에 응할 수 있어 낙찰수수료를 노린 자격 없는 납품업체들이 난립하기 때문이다.

충주에서 중소서점을 운영하는 한 서점 주인은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새 바람이 부는가 했더니 납품업체 난립과 제도상의 미비점 때문에 중소서점들이 되살아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또 멀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역서점은 도서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현재는 사업장도 없는 도서 납품업체들이 난입을 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도 교육청은 지역서점을 구분하는 기준 등 법적근거가 없어 난감한 입장이다. 때문에 지역 내 운영 중인 서점과의 거래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문체부에서 발송한 공문을 토대로 지역서점 이용을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지역서점 여부를 구분하는 법적 기준이 없어 도서정가제 활용여부는 학교장의 의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지역 도서관도 직격탄을 맞았다.

싼값에 책을 구입할 수 없게 되자 구입량을 줄이고 있다. 지역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이용이 잦은 충주시립도서관은 무엇보다 도서확보가 중요한 곳이다.

그러나 시립도서관의 책 구입은 도서정가제 도입으로 할인 폭이 줄어들게 되면서 지난해보다 1000여권 줄었다. 이전에는 정가가 1만 원인 책을 8500원에 구입했지만 지금은 9000원에 살 수 밖에 없다.

시립도서관은 지난해 도서구입 예산으로 본예산 1억 6900만 원과 추경예산 8000만 원을 썼고, 올해는 2000만 원 늘은 1억 8900만 원을 확보한 상태다.

최경민 시립도서관 담당자는 “개정 전 도서정가제는 15% 할인됐는데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10% 할인돼 저희 도서관의 책 구입권수는 약 천여 권 정도 줄게 됐다”며 “더 많은 도서 구입을 위해 추경예산에 반영토록 할 것”이라고 했다.

대학 도서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도서정가제 예외 대상에서 대학 도서관이 빠졌기 때문이다.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의 경우 지난해 2만 권을 구입했지만 올해는 1만 7000여권만 구입할 수밖에 없다.

도서관들 책 구매율 저하

상황이 이렇자 대학생들도 도서정가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찬성 측에 있는 학생들은 원래 정가를 주고 책을 구입했기 때문에 가격은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이 대학 학부생 이모씨는 “다들 같은 값에 책을 사게 돼 잘 된 것 같다”며 “만일 가격이 부담이라면 학교 선배들이 쓰던 책을 물려받거나 중고로 구매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반대를 주장하는 학생들은 전공서적으로 수업을 많이 하는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 이것을 정가로 구매한다면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이 대학 대학원생 정모씨는 “과 특성상 필요한 전공서적이 많은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출판사, 소비자, 도서관, 서점주인 모두에게 득이 없는 제도인데 대체 누구를 위해 제도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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