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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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5.04.09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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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민예총과 호아빈의 리본…‘和平’이라는 학교를 짓다
2007년 교사 신축, 집기 지원 이어 2015년 도서관 준공

②해원상생은 어린이를 돕는 것

아이들의 가슴마다 노란별이 빛났다. 붉은 바탕에 별을 그린 금성홍기(金星紅旗)가 어린이 공연단의 의상이었다. 그 복장보다 강렬한 것은 해맑은 미소와 재잘거림이었다. 그들은 학교 앞마당 나무그늘에 설치한 무대 위에서 교실과 도서관을 지어준 한국 사람들을 위한 공연을 펼쳤다. 꽃술을 흔들고 종이꽃을 펼쳐 보이는 춤사위는 수줍어서 더 사랑스러웠다.

▲ 충북민예총과 호아빈의 리본은 베트남 푸트군 초등학교의 교사와 도서관을 지어주었다.

충북민예총 공연단이 공연으로 답례했다. 경기민요와 4인 설장구 ‘웃기고’였다. 공연의 제목처럼 몸동작과 추임새가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어른들은 조금 웃었지만 아이들은 박장대소했다.

“선배들은 싸웠지만 후배들은 해원하고 상생하는 길을 가야한다. 우리는 그중에 어린이를 돕는 일을 택했다.” 3월31일 푸옌성 따이와현 푸트군 제2초등학교(전 호아빈초등학교, 호아빈=和平)의 도서관 준공식에 참석한 도종환 의원의 역설(力說)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2004년 충북민예총은 단체의 성격에 맞게 푸옌성과 문화예술교류를 결정한다. 베트남 중남부에 위치한 푸옌성은 인구가 88만여 명 정도로, 충북과 마찬가지로 규모가 작은 성(省)이다. 더욱이 이곳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 맹호부대와 백마부대가 주둔했던 곳으로, ‘따이한’으로 불리는 한국군에게 주민 1800명이 목숨을 잃은 곳이기도 하다. 충북민예총은 반성과 성찰의 의미에서 이곳을 교류지역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해마다 한국과 베트남을 교차 방문하며 이뤄지던 문화교류는 2005년부터 또 다른 곁가지를 뻗기 시작했다. 푸옌성으로부터 열악한 초등학교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마음”

2006년부터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콘서트와 작품판매 등이 시작됐다. 도종환 시인은 책의 인세 800여 만원을 쾌척했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 ‘호아빈의 리본’이라는 단체가 결성됐다. 판화가 이철수, 시인 도종환, 방송인 김제동, 가수 정태춘·박은옥, 원모어찬스, 만화가 고경일, 사진가 백승기, 영화제작자 김미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자신의 재능을 보탰다.

2007년 새 교사 8칸을 준공했다. 3부제까지 나누어 진행되던 수업이 2부제로 줄었다. 교실을 짓고 나니 또 다른 결여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판화를 찍고 공연을 하고 책을 팔았다. 2008~2009년에는 책걸상과 컴퓨터, 빔프로젝터 등을 지원하고 학교 조경까지 마쳤다. 그동안 학습 교구나 문구류도 전달하고 재학생과 졸업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해왔다. 도서관은 10년 약속에 일단락을 맺는 ‘화평의 리본’과도 같은 의미다.

충북민예총과 호아빈의 리본은 도서관을 짓고 책을 보급하기 위해 2013년 11월 서울에서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란 시·노래 콘서트를 열었고, 2014년 3월에는 청주예술의전당으로 무대를 옮겨 충청리뷰와 공동주최로 ‘3색 콘서트’를 열었다. 도종환 시인과 이철수 판화가 등은 시와 삶을 이야기했고, 정태춘·박은옥 부부와 이승환씨 등은 노래를 불렀다. 이렇게 10년 동안 민간에서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 1억3000여만원에 이른다.

도종환 의원은 이날 준공식 축사에서 “도서관을 짓기 위해 여러 차례 공연을 했고 수천의 관객들이 낸 기금으로 도서관을 짓게 돼 더욱 기쁘다”면서 “호아빈은 평화다. 평화로 가는 다른 길은 없다. 평화가 곧 길이다. 한국과 베트남이, 한국과 푸트군초등학교가 오래오래 평화롭게 교류하고 상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 의원은 또 아이들을 향해 “여러분들의 가슴에 어떤 꽃이 피고 어떤 나무가 자라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도종환 의원은 시인이라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온 듯 시 한 소절 같은 축사를 했다. 행사가 끝나고 ‘10년의 교류를 통해 어떠한 감격이 남느냐’고 물었다.

“몇 년 전 푸트군초등학교 교장에게 물었습니다. ‘건물도 짓고 운동장도 포장하고 조경도 하고…. 어떤 변화가 가장 와 닿습니까?’ 교장이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대답했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우리의 마음입니다.’ 그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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