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롯데아울렛 등장, 서청주 중심상권 부상에 따른 ‘예고된 결과’
LS네트웍스, (주)건동에 매각…고용승계 등 향후 계획 베일에 가려져

▲ 흥업백화점이 결국 사라지게 됐다. 지난 4일 흥업백화점은 매각 소식을 알리며 6월 고별전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흥업백화점은 1991년 문을 연 마지막 향토백화점이다.

부침을 겪으면서도 백화점의 형태와 이름만은 유지해 온 흥업백화점이 작별을 고했다. 흥업백화점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매각 사실을 알리고 6월 경 고별전 행사를 끝으로 영업을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한때 청주시 최고 상권에 위치했던 최대 매장 흥업백화점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갑작스러운 매각을 놓고 지역 내에서는 먹튀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지만 성안길의 쇠락과 체급이 다른 경쟁업체 등장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성안길 상인들은 물론 지역민의 관심사는 흥업백화점이 떠나고 난 빈자리다. 흥업백화점을 인수한 (주)건동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흥업백화점 폐점이 성안길 상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싸게 산 LS네트웍스, 먹튀 논란

‘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 LS네트웍스는 큰 손실을 입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1년 법정관리 중이던 흥업백화점을 135억원이라는 헐값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흥업백화점을 인수한 (주)건동이 얼마에 매입했는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업계는 최근 평가된 흥업백화점의 자산가치가 160억원대였다는 것을 근거로 그 이상 가격에 거래됐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LS네트웍스는 인수 후에도 백화점 형태로 유지하면서 이렇다 할 시설투자를 하지 않았다.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지난 4년간의 노력에 대해 포인트 회원 확충, 제휴카드 도입, CF등 광고 강화 등이 주된 노력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인수업체인 (주)건동이 사실상 흥업백화점 인수를 위해 만들어진 신설 법인으로 베일에 가려져 있다. 7일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의류판매 전문업체로 리모델링 후 가을 시즌부터 의류 유통을 할 것이라는 게 전부다. 한 언론보도를 통해 건동의 자본금이 6억원이며 대표자는 30대 후반의 구 모씨라고 정도의 정보가 전해질 뿐이다.

상인들의 전망은 어둡다. 의류매장으로 전환할 경우 로드숍과 브랜드가 겹치고, 성안길 내 업체들과 경쟁관계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서청주권 쇼핑몰로 이동한 상권을 다시 가져올 만큼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부정적인 전망을 더욱 부채질한다.

LS네트웍스는 2000년 법정관리 중이던 국제상사를 인수해 세운 기업으로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를 론칭 종합스포츠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연매출 1억조원의 대기업이다. 반면 건동은 검증되지 않은 자본금 6억원의 신설 법인일 뿐이다.

 

성안길 상권 몰락의 신호탄?

이런 점에서 직원들의 불안함도 더욱 커지고 있다. 2011년 LS네트웍스가 인수할 당시에는 100% 고용승계와 2년간 고용 보장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고용과 관련해 어떤 내용도 전해 듣지 못했다. 한 중간 관리자는 “매각사실도 언론보도 후 알게 됐다. 백화점 형태가 아니라면 조직도 달라질 게 아닌가”라고 전망했다.

서청주권에 현대백화점과 롯데아울렛이 입점하면서 의류 중심이던 성안길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2012년 8월 현대백화점이 오픈했고 석달 뒤인 11월 롯데아울렛마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지난해 4월에는 현대백화점 맞은 편으로 세계 유명 SPA브랜드가 대부분 입점한 지웰시티몰Ⅱ까지 문을 열면서 서청주권에 의류상권이 집중했다.

가장 큰 타격은 성안길 로드숍이 입었다. 대형쇼핑몰 등장으로 30% 이상 매출이 급감한 성안길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그리고 충북 최고 상권이던 성안길에서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나타났다.

저녁 8시에도 문닫는 로드숍이 있는가 하면, 점포정리 현수막을 내건 상가들이 늘어났다. 흥업백화점이 6월 중 예고하고 있는 고별전 또한 점포정리다.

흥업백화점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흥업백화점이 위치한 성안길 상권이 고객의 급격한 감소로 쇠퇴하는 등 유통 공룡의 영토확장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 경영난을 겪어왔다. 성안길의 다른 점포들과 마찬가지로 매출감소라는 동변상련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 뒤 “현대백화점 충청점과롯데아울렛청주점이 들어오면서 기존의 단골고객들을 빼앗기게 되었고, 우수 매니저들과 유명브랜드들이 이탈함으로써 인력난과 함께 20%정도의 공실이 발생했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 결과 단독매장의 브랜드 유치 한계와 장기불황에 따른 소비부진까지 더해져 매각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향토 백화점으로써 충북지역민들과 청주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는데 이에 끝까지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14년 법정관리도 버텨냈건만…

2011년 11월, 흥업백화점은 법정관리라는 긴 터널을 14년만에 벗어났다. 법정관리시한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채권단과 인수희망자간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만약 당시 LS네트웍스가 채권단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면 4개월 후 흥업백화점은 청산절차를 밟았을 것이다.

채권단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인수금액이다. LS네트웍스가 제시한 인수금액은 135억 7200만원으로 당시 백화점 청산가치 96억 8000만원보다 40억 가량 많았다.

1991년 문을 연 흥업백화점은 1995년 부도 후 1998년부터 법정관리를 받았다. 창업주 박태순 회장은 흥업상호신용금고를 운영하던 금융인이었다. 도내에서 가장 많은 법인세를 내는 금고의 경영인이었지만 유통업 경험이 전무한데다 대출로 시작한 백화점은 금세 위기를 맞았다. 1995년 8월 16일 만기가 돌아온 2억 4000만원을 막지 못하고 결국 부도 처리됐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10년이 지난 2007년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5년 연장을 받아냈다. 당시 흥업백화점 관계자들은 경영정상화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영업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05년 80억원이었던 연매출은 2006년 급격히 상승해 200억원대를 기록하고, 2007년 320억원 2008년 350억원을 기록했으니 대단한 변화였다. 하지만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이 문제였다. 당시 흥업백화점이 갚아야 할 빚은 480억원(원금 160억원)에 이르렀다. 당시 임직원들은 이대로 10년 정도면 홀로서기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청주지법은 경영정상화보다 M&A를 통한 채무상환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M&A 성사 경험이 있는 이인선 대표를 법정관리인으로 임명했다. 이후 공격적인 M&A를 추진했고, LS네트웍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흥업백화점을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 후 매출은 상승세를 기록하지 못했다. 롯데영플라자로 시작된 경쟁업체의 등장은 다시 법정관리 이전으로 되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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