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8박 10일 중 공식 일정은 7시간뿐… 시민들 ‘부글부글’

▲ 제천시의회가 8박 10일의 북유럽 해외연수를 다녀왔으나, 일정 대부분이 관광성 여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근무 시간 중 해외 골프가 논란이 된 가운데 제천시의회 의원들이 외유성 관광에 가까운 해외연수에 올라 비난이 일고 있다.

제천시의회에 따르면 시의원 11명과 의회 사무국 직원 4명 등 15명은 지난 3월 22일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3개국을 견학하는 해외연수길에 올라 31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8박 10일로 짜여진 이번 연수 중 공식 일정은 3일, 그것도 단 7시간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회 사무국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공식 일정은 23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있는 ‘고령 근로자 인적자원 지원기관(CSP)’를 2시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다음날 오전에는 오슬로 노인 복지기업인 ‘ATTENDO NORGE AS’를 2시간 방문한 뒤 오후 국가 공인 창업지원기구인 ‘이노베이션 노르웨이’에서 1시간 가량 머무는 것으로 일정이 짜여 있다.

공식일정의 마지막 코스는 30일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지역 학교를 2시간 방문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들이 북유럽 외유에 나선 이후 대부분의 일정이 사실상 관광성 해외여행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지역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더욱이 홍 지사의 주중 해외 골프가 전국적 논란거리로 급부상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시민 A 씨는 “동남아시아나 중국·일본도 아닌 지구 반대편 북유럽 일정을 잡아놓고 단 7시간만 공식일정이고 나머지는 관광 여행이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시민들은 극심한 경제 침체로 가계가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는데, 어떻게 시민의 대표라는 시의원들이 시민의 혈세로 뻔뻔하게 북유럽까지 관광성 외유를 다녀올 수가 있느냐?”고 분개했다.

특히 민선 지방자치가 정착된 이후로 지방의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가 지속적인 논란거리가 되면서 대다수 지방의회에서는 해외연수 자체를 스스로 금지하거나 취소 또는 축소하는 등 자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에 벌어진 일이어서 시민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 해외연수에 참가한 B의원은 이에 대해 “해외연수의 공식 일정이 3일 7시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북유럽 국가들의 우수한 관광 인프라와 마인드를 벤치마킹해 제천시를 세계적인 관광 휴양도시로 발전시킬 아이디어를 많이 얻고 돌아왔다”며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해외연수를 보다 짜임새 있고 진지하게 준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겉으로 보인 모습만 보고 일방적으로 매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연수 비용의 절반 이상이 시비로 지원됐고 의회 사무국 직원까지 동행했다는 점에서 이번 해외연수가 관광성 여행 일정 중심으로 짜여진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그 대상지역이 인근 국가도 아닌 북유럽이라는 점에서 더욱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A씨는 “해외여행이 보편화한 요즘에도 북유럽을 다녀온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제천시의회가 평생에 한 번 방문하기도 어려운 곳을 연수지로 정해놓고 정작 대부분의 시간을 여행으로 탕진했다고 생각하니 시민으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해외연수에 들어간 비용은 1인 당 430만 원. 이 중 250만원은 제천시가 예산으로 지원했고 나머지 180만 원은 사비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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