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 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연초제조창은 1946년 건립됐다. 많은 청주사람들이 이곳을 터전삼아 밥벌이를 했다. 산업의 변화로 연초제조창은 더 이상 사람들에게 밥을 먹여 주지 못했고, 2004년 공식적으로 폐쇄됐다.

이후 10년이 지난 지난해 연초제조창에 대한 계획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청주시가 국비 250억원, 지방비 250억원을 투입해 연초제조창을 선도지역으로 삼아 청주시내 전역의 도시재생을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을 발표했다. 많은 이들이 연초제조창의 새로운 변신에 기대를 품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용역이 시작됐다. 하지만 용역 기간은 불과 2개월이었고, 지역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한아도시연구소와 지역에서 각종 도시계획 관련 용역을 도맡아온 동명기술공단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진행했다. 용역비는 5억원이었다.

이 용역의 결과를 놓고 공청회가 지난 3월 초 열렸고 많은 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예술단체, 상인들의 반발이 거셌다. 뿐만 아니라 건축학자와 도시 재생에 관심 있었던 이들이 우려를 표했다.

그런데 정작 청주시는 이러한 반발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최를 제외하곤 빈 공간으로 남겨졌던 곳이 연초제조창이다. 그간 간간히 활용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지만 본격적으로 무대가 만들어진 적은 없었다. 민선 5기에서도 너무 덩어리가 큰 공간이라 함부로 손대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두 달 만에 나온 용역에 지역민이 잠잠히 수긍하라고 한다.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도시재생 사업은 당연히 잡음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한 잡음에 대해 청주시는 ‘그저 불편한 것’으로만 치부하고 있다. 그 태도가 정말 문제다. 오히려 이러한 문제제기가 지역민의 열정이라고 봐줘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세밀하게 설득해야 한다. 그러려면 용역내용이 탄탄했어야 했다. 적어도 어느 한쪽은 설득할만한 내용이 있어야 했다.

용역의 큰 골자는 동부창고를 옮긴 자리에 임대주택을 짓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연초제조창 건물 옆에 민자 투자 유치로 수익시설을 짓겠다는 것이다. 정작 무엇을 재생할지 지역민들은 얘기조차 한 기억이 없고 합의도 한 적이 없다.

그 일을 누가 해야 하는가. 청주시가 나서서 해야 했다. 용역 기관을 선정하는 것도 지역민의 합의가 전제됐어야 했다. 이러한 큰 공사에 국제공모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 자체로 마케팅이 될 수 있을 텐데 왜 알만한 지역 업체가 또다시 이일에 개입했을까.

상인들이 작성한 ‘도시 마피아’ 문건을 제쳐두더라도 용역만을 놓고 볼 때 부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공청회 한번으로 끝내는 청주시의 마인드 또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지난 10년간 미룬 숙제를 두 달 안에 뚝딱 나온 답안으로 해결하는 이 상황은 블랙코미디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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