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사회적기업·마을기업 등 다양한 형태 운영
공공의 이익·사회적 가치실현 위한 시스템 구축 관건

▲ 강릉 북동 한울타리마을은 폐교를 영화체험시설로 탈바꿈시켜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 또는 공동체로 번역되는 ‘커뮤니티(community)’. 그 커뮤니티를 통해 사업을 시도하는 것이 ‘커뮤니티 비즈니스(business)’다. 기업의 경영기법을 ‘우리 마을’ ‘우리 지역사회’에 적용해 여러 가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국내에도 이미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 기업 등 다양한 형태로 생겨나 운영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개인의 먹고사는 문제보다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조직을 통해 지역을 살려보겠다는 의지다. 비즈니스 원리를 도입해 생활공동체가 주인이 되는 지역순환경제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본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메카였던 강원도 원주시를 비롯해 강릉시, 횡성군, 춘천시 등 강원도내 사회적 경제 활동 현장을 방문 취재했다.

원주협동조합운동, 이젠 쇠퇴기(?)

강원도 원주시는 우리나라에 협동조합을 처음으로 태동시킨 역사적인 곳이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에 이어 천주교원주교구 초대교구장인 지학순 주교로 이어지면서 협동화가 추진되고 빈곤층들의 자립과 갱생도 함께 전개된다. 특히, 지학순 주교가 무위당을 만나면서 협업은 점차 사회화되고 민주화운동으로까지 확대된다. 특히, 1982년을 경유하면서는 생명운동으로 이어진다. 박수영 원주푸드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생명운동으로의 전환이 한국사,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중요한데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사회운동 문건이 바로 김지하 시인의 원주보고서 ‘생명의 세계관 확립 및 협동적 생존의 확장’”이라고 말했다.

2008년 3월 원주생협 친환경급식지원센터로 출발해 현재 원주시 관내 학교급식 등에 원주산 무농약쌀을 공급하고 있는 원주푸드협동조합은 이미 2년 전인 2006년부터 두가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학교급식과 로컬푸드가 그것. 박 사무국장은 “학교급식에 지역산 농산물이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이를 통해 로컬푸드운동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주민이 많이 먹는 것, 재배하기 쉬운 것, 친환경으로 전환이 시급한 것 등 3가지 원칙을 갖고 25가지의 전략농식품을 선정, 지역에서 순환되도록 해보자고 제안했다”면서 “하지만 물류시스템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시점에서 로컬푸드 운동을 고민하게 됐고, 안전성, 환경성·투명성을 보장해주는 공공조달체계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중앙물류센터를 두고 24개 농산물을 중심으로 농민들과 계약재배를 진행했고, 그 핵심조직으로 원주푸드협동조합을 기획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 내에 있는 사람들이 의식과 물질이 함께 교류하는 교류운동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박 사무국장은 “로컬푸드 운동이 활성화되면 국가가 없어도 운영되는 게 협동조합이지만 점점 운동적인 요소가 사라지고 경영적인 요소가 강화되고 있다, 이것이 협동조합의 취약성이다. 공공선이라는 협동조합의 이상이 사라지고 경영적 성과를 우선한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강릉 북동 한울타리마을 ‘체험 캠프’

민물고기인 ‘꾹저구’로 유명해 진 마을이 있다. 꾹저구 잡기 체험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마을이 몸살을 앓기도 했다. 바로 강릉 북동 한울타리마을이 그곳이다. 2012년에는 4600명의 체험객이 찾아 2억 5000만원의 매출도 올렸다. 마을회관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는 폐교를 활용해 숙박과 체험도 가능한 캠프체험학습장인 한울타리영화학교도 한 몫했다.

마을기업에서 탈피해 하나의 공동체 기업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는 한울타리마을은 주민등록상으로는 65가구 122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은 78명에 그친다. 그중에서도 노인회에 소속된 주민이 무려 58명에 평균연령은 74세다. 이 마을이 극복해야 할 시급한 문제가 바로 고령화다.

이 마을은 지난 2002년과 2003년 잇따라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루사와 매미의 직격타를 맞아 마을과 농경지가 초토화됐다. 큰 시련이었지만 주민들은 시련을 기회로 만들었다. 분란도 일었지만 시련은 주민들을 뭉치게 하는 원동력이 됐고, 마을은 활력을 되찾았다.

마을특산물인 친환경 우렁이쌀을 비롯해 북동마늘, 개두릅 등 산채류, 표고버섯을 재배했고, 폐교를 리모델링해 체험학습장으로 꾸몄다. 정보화교육장에서는 주민교육이 진행됐고,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홍보에도 나섰다.

특히, ‘패밀리가 떴다’ 등 전파도 탔다. ‘인간극장’ 방송은 이 마을을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2012년 극기캠프 운영준비를 완벽히 마치고 체험객을 받았는데 이듬해 태안에서 해병대 캠프 사고가 터진 것. 하지만, 한울타리마을은 ‘진로 창의력 인성교육 체험캠프’로 전환했고, 올해 방문객 3500명, 4억 2000만원 매출을 목표로 잡을 정도로 다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강릉 북동한울타리마을 이갑수 이장은 “안전사고 발생하면 즉각 조치가 가능하도록 마을대표부터 임원, 운영진들이 소방관자격증을 비롯해 인명구조, 청소년지도사, 농어촌체험지도사, 응급처치 등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며 “고령화로 인해 전략적 귀향인 유치 전략도 추진하고 있는데 올해 3명 정도가 귀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이장은 “하나의 공동체 기업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는데, 2007년부터 운영하면서 할 건 다해봤다”며 “이제는 공모사업에만 의존하지 말고 마을자체 프로그램을 운영, 활성화하자는데 마을주민들의 마인드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 춘천 게스트하우스 ‘봄엔’ 조한솔 대표가 운영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춘천 공정여행 게스트하우스 ‘봄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춘천 여인숙거리에 생기를 불어넣은 유쾌한 젊은이들이 있다. ‘관광’을 키워드로 시작한 이들의 유쾌한 반란은 지역문제로부터 접근했다. 이들의 반란이 시작된 곳은 춘천역과 지근거리에 위치한 중앙로 여인숙 거리. 25개 이상의 여인숙이 줄지어 있는 이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문을 닫는 여인숙들이 속출하고, 주변상권까지 침체일로를 걷자 이들은 여인숙을 임대해 게스트하우스로 꾸미면서 다시 사람을 모일 수 있다는 작은 가능성을 발견한다.

5500만원의 리모델링비가 들어갔다. 타겟도 20대로 정했다. 주변상가들과도 손을 잡았다. 이렇게 완성된 게스트하우스에는 올해 1, 2월에만 900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젊은이들의 유쾌한 반란은 성공적이었다. 더불어 주변 상권도 살아났다. 재래시장안에도 ‘궁금한 이층집’이라는 커뮤니티 카페도 열었다. 기존 상인들과 새로운 세대간 커뮤니티를 위해서다.

30대 젊은사장 조한솔 동네방내 협동조합 대표는 “도심 공동화현상보다 더 심각한 건 생각의 고착화다”라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협업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지만 협업업체를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소비주체도 함께 고민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잘 결합하느냐가 고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지금 당장 1~2천원 더 버는 것보다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며 “최종목표는 지역화폐까지는 아니지만 2호점을 늘려 지역상권과도 연계해 활성화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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