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지역구 의원 8명 중 5명 3선 이상···경력 많은데 역할 제대로 하나
지역주민과 소통방법은 대부분 간담회·토론회, 어쩌다 하는 ‘들쭉날쭉’식

“지역 국회의원? 잘 모른다. 의원들은 지역민들에게, 지역민들은 의원들에게 서로 관심이 없다. 의원들은 선거 때 대단한 일을 할 것처럼 얘기하나 당선되면 재선을 위한 활동에 ‘올인’한다. 공약이나 정책을 펼 때는 지역민들의 여론을 수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의정활동을 혼자 열심히 하는 건 의미없다. 대의정치란 주민대표가 다수의 의견을 받아 정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의견에 항상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의원과 주민들간 소통이 부족하다. 그 소통의 장은 의원들이 마련해야 한다.”

“의원들은 상을 탔거나 정부예산을 따왔을 때 과도하게 자랑한다. 그리고 애·경사도 대단히 잘 챙긴다. 하지만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며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가장 큰 소명이다. 집행부를 무섭게 감시하고 국민들에게 필요한 법을 제정하는 등의 의정활동에 주력해야지 애·경사 잘 챙기고 개인민원 해결해주는 식의 의원활동은 그 다음이다. 하지만 우리지역 의원 중에는 후자에 강한 사람들이 몇 명 있다.”

충북지역 지역구 의원은 총 8명이다. 시민들에게 충북 지역구 의원들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대뜸 이런 말들이 나왔다. 일반 시민들은 지역에서 의원들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없다고 한다. 선거 때 아니고서는 이들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행사장 빠짐없이 다니고,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국회의원들이 들으면 서운할 소리이다. 어쨌든 당선되고 나면 중앙무대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거리감을 많이 느낀다는 게 지역민들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그래도 요즘은 행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을 종종 마주친다고 한다. 선거철이 다가왔기 때문이라는 것.

이해관계 집단과 여는 간담회가 대부분

그럼 국회의원들은 지역민들과 어떻게 소통할까. 도대체 하기는 하는 걸까. 의원들에게 질문하자 필요할 때 토론회·간담회 등을 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먼저 정우택 의원(새누리·청주상당)은 ‘아름다운 동행’과 ‘인증샷 릴레이’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아름다운 동행’은 나이·직업·지역·주제와 관계없이 직접 찾아가 지역민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도심공동화, 전통시장 활성화, 도시가스 공급문제 등의 주제로 만났다고 말했다. ‘인증샷 릴레이’는 2030 젊은 세대와 생활속 이야기를 나누고 인증샷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제세 의원(새정연·청주흥덕갑)은 지난 1월 산남동 두꺼비 생태계 보호를 위한 구룡산살리기 및 난개발방치 대책마련 간담회, 지난해 6월에는 건강마을만들기 수곡동 ‘수호천사 네트워크’ 간담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노영민 의원(새정연·청주흥덕을)은 전통시장 상인연합회 간담회, 산학융합지구 발전 세미나, 학원연합회 간담회, 한국노총충북지부 간담회 등을 개최했고 변재일 의원(새정연·청주청원)은 매주 금요일마다 한 주의 주요 의정활동 내용을 지역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발송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종배 의원(새누리·충주)은 당선 후 전통시장 서민경제살리기 국민운동본부 간담회, 충주어린이집총연합회 교직원 간담회, 충주기업도시활성화전략 토론회 등을 해왔다고 밝혔다. 송광호 의원(새누리·제천단양)은 왕암동 지정폐기물 매립장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대토론회를 열었다고 한다. 아울러 경대수 의원(새누리·진천음성괴산증평)은 귀농귀촌활성화대책 간담회와 음성읍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추진위·증평군 장이익어가는마을추진위 등과 간담회를 가졌고, 박덕흠 의원(새누리·보은옥천영동)은 지역구인 보은·옥천·영동에서 의정보고대회를 열고 지역민들과 소통했다고 말했다.

8명중 5명 3선이상···역할은 글쎄?

하지만 대부분 이해관계 집단과 소규모 간담회를 여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지역구 의원들의 활동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또한 현안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안 하는 식이어서 간담회 개최도 들쭉날쭉한 편이다. 의정보고대회는 엄밀한 의미에서 소통의 장이라고 볼 수 없다. 2012년 4월 취임이후 지역에는 수많은 현안들이 있었다. 이런 현안 해결을 위해 과연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하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나도 지역구 의원들 보기가 어렵다. 득표에 도움되는 행사만 다니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까지 시민사회단체에 먼저 와서 간담회를 하자는 의원도, 정례적으로 만나는 소통창구를 만들어 뭔가 일을 도모해보자는 의원도 없었다. 지역일은 대개 보좌관에게 맡겨놓고 만다”고 털어놓았다. 3선의원이면 1년 모자라는 12년간을 의원으로 활동해 온 것인데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아무런 네트워크가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지역현안에 관심 갖고 일하는 곳이 시민사회단체이기 때문이다.

2012년 4·11총선을 통해 충청권에서는 다선의원들이 많이 탄생했다. 그래서 경력으로 볼 때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는 평을 받았다. 서청원 의원(천안·새누리)이 7선, 이인제 의원(자유선진당·논산계룡금산)과 이해찬 의원(새정연·세종), 강창희 의원(새누리·대전중구)이 6선이다. 서 의원은 전국적으로 현역 중 최다선 의원이다.

그리고 박병석 의원(새정연·대전서구갑)이 4선이다. 충북에서는 송광호 의원(새누리·제천단양)이 4선, 정우택 의원(새누리·청주상당) 오제세 의원(새정연·청주흥덕갑) 노영민 의원(새정연·청주흥덕을) 변재일 의원(새정연·청주청원)이 3선 고지에 올랐다. 이에 따라 전반기 때는 강창희 의원이 국회의장, 박병석 의원이 부의장직에 올라 충청권 힘을 보여줬다는 소리를 들었다. 후반기 때는 재선의 홍문표 의원(새누리·홍성예산)이 예결특위위원장, 3선의 이상민 의원(새정연·대전유성)이 법사위원장, 3선의 정우택 의원이 정무위원장을 맡았다.

“예산 따오는 게 역할의 전부 아니지”

그렇지만 대전·충남에 비해 충북 의원들의 활동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 충북의 지역구 의원 8명 중 5명이 3선 이상이다. 역대 어느 때보다 경험많은 의원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충북의 최다선 송광호 의원은 지난 1월 30일 철도부품업체로부터 사업편의 청탁과 함께 6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법정 구속돼 충격을 던져 주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송 의원은 징역7년과 벌금 1억3000만원, 추징금 6500만원을 구형받았다. “현역 최다선 의원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뛰어도 모자랄판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다니, 참담하다”는 게 당시 지역민들의 반응이었다.

국회의원들을 평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입법실적이다. 충북의 의원들은 평균 3.8건의 실적을 냈다. 그 중 변재일 의원이 가장 많은 10건을 올렸다. 의원들의 평균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분발이 요구된다는 여론이다. 2012년 선거 때 약속한 공약은 약 3년이 지난 지금도 대부분 추진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사업이 있기 때문에 임기내에 결론이 나지 않는 것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는 의원들의 역할을 정확히 평가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한 지역인사는 “의원들의 역할이 예산 따오는 데서 그쳐서는 안된다. 하지만 대부분 예산 가져오면 다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부는 국가와 지자체에 기대 마치 본인이 한 것처럼 생색을 내고, 너무 과한 공약을 내세워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있다”며 “내년 선거 때는 치밀하게 평가해보자”고 강조했다.

지역구 의원들, 2012년 총선 때 뭘 공약했을까
대부분 세우고, 뚫고, 짓는 개발공약···임기내 마무리 과연 몇%?

지난 2012년 4·11 총선 당시 지역구 의원들의 공약을 기억하는가. 각 의원실에 주요 공약 5개와 추진상황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정우택 의원은 청주·청원 조기통합, 충북경제자유구역 조기 지정, 청주 단독·연립주택 도시가스 공급, 북일~남일간 국도대체우회도로 조기 건설, 동남택지개발지구 원안조성 등을 들었다. 이 중 청주·청원통합과 경제자유구역, 동남택지개발지구 원안조성은 완료됐고 나머지는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오제세 의원은 구 수곡동 법원·검찰 부지 활용방안 강구, 구 청주KBS 부지 미술관 건립, 모충 2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 (가칭)남부노인복지관 건립, 단독주택 도시가스 공급이라고 말했다. 이 중 법원·검찰 부지 활용방안은 마련됐고 단독주택 도시가스 공급도 완료됐다고 한다. 또 노영민 의원은 국가균형발전정책 부활, 청주의 서부 신도심 형성, 청주테크노폴리스 정상추진, 청주공단 정비 및 현대화 사업, 충북경제자유구역 지정을 들었다. 현재 완료된 것은 경제자유구역 지정.

변재일 의원은 오창~청주 테크노폴리스간 도로 조기완공, 무심동로~오창IC 간 연결도로 건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지구 활성화, 오송 자율형공립학교 선정, 오창복합문화센터 건립이라고 밝혔다. 이 중 오송고가 지난 2012년 8월 자율형 공립고로 선정됐고 나머지는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이종배 의원은 노인복지청 신설, 중부내륙선철도 건설 조기완공, 충청내륙고속화도로 조기완공, 미래융합의료센터 유치, 유네스코 산하 국제무예센터 설립 등을 내걸었다. 지난 2013년 7·30 보궐선거에 당선돼 채 2년이 안 된 이 의원은 5개 모두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경대수 의원은 증평노인회관 건립, 진천군 광혜원 중·고등학교 분리이전, 괴산 유기농엑스포 성공개최를 위한 지원, 음성군 동서고속도로 신니IC~음성읍 연결 4차선도로 확포장, 음성~괴산 37번 국도 확포장, 괴산~괴산IC 19번 국도 개량사업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증평노인회관과 광혜원 중·고 분리, 유기농엑스포 성공개최를 위한 예산 지원을 마무리 했다고 한다.

북부권의 송광호 의원은 청풍호 명소화사업, 제천 구도심 재개발, 일반농산어촌 개발사업 지속추진, 귀농·귀촌지원센터 제천 유치,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과 역외 탈세 등 방지추진을 들었다. 모두 추진중이라고 한다. 남부권의 박덕흠 의원은 대청호 규제완화, 보은소방서 신설, 웰리스단지 조성, 영동대 의과대 신설 추진, 임대아파트 500호 건설이라고 밝혔다. 이 중 보은소방서 신설이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지역구 의원들의 공약을 훑어보면 개발공약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설치·신설·건설·완공 등이 대부분 이런 내용들이다. 주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공약은 상대적으로 적다. 도로를 놓고, 건물을 짓고, 행사를 하는 등의 눈에 보이는 것에 너무 치중한다는 비판이 따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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