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장

▲ 육성준 사진부장

“그 사람한테 사진을 갖다 주면 사진공모전에 딱 맞게 사진을 만들어 주지, 결제는 나중에 입선하면 얼마 주고 그때그때 시상 결과에 따라 다르지… 그리고 그 현상소는 사진 좀 만들어 달라거나 조작 좀 해달라면 그런 건 안 만들어 준다고 해. 그래서 사진하는 사람들은 그 쪽 현상소 안 가고 그 사람한테 가지, 그럼 공모전 사진에 맞게 딱 만들어 주니까.”…

한 중견 사진작가의 푸념섞인 말이 이어진다. “그래서 아예 조작하지 않고 연출을 잘 해서 찍든지, 아니면 조작한 사진만 분야를 나눠 전시나 사진공모전을 하든지, 한 컷에 온 힘을 다해 찍는 작가들하고는 차별을 두어야지.” 저널리즘 사진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 이 중견사진작가의 말이 어이없게 다가왔지만 일부 사진작가 부류에서는 이미 이러한 일이 관행처럼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현실이 더 씁쓸하게 다가왔다.

그 관행의 기술은 이제 몇 개 밖에 없는 열기구를 수십 개로 만들어 한 컷의 사진인양 만들고, 일출에 갈매기가 한두 마리에서 떼지어 수십 마리로 비상하는 사진을 만드는 것쯤이야 ‘포토샵’ 기술로 누구나 손쉽게 만들게 할 수 있는 상황으로까지 오게 되었다. 외국에선 이미 이런 초현실적인 사진을 만든 사진작가들이 활동을 하고 나름 예술 작품영역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 외국에선 초현실적인 사진을 만든 사진작가들이 예술 작품영역으로 인정받고 있다.Robert Boesch

그림인 듯 아닌 듯한 사진이 언제까지 사진의 순수성을 흩뜨려 놓을지, 진정한 작가정신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 사진하는 사람들이 작가 점수를 따기 위해 주문을 걸고 또 이들이 요구한 대로 사진을 조작하는 데 가담하는 그 컴퓨터 기술자들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이런 관행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사진가 최민식씨는 말했다. ‘사진 창작은 사진가의 의식과 정신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예술가는 정직한 노동자들처럼 자신의 일에 온힘을 집중해야 한다’ 사진에는 그 사람의 혼이 담겨 있다. 우리 시대는 정직한 사진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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