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달 모두투어 사원

여행(旅行)의 사전적 정의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을 말한다. 말 뜻으로만 본다면 뭐 그리 대단할 것도 없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누구나 느낄 것이다.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행자 저마다 여행목적이 있을 테니 의미도 수만 가지가 될 것이다.

주변에 많은 지인들이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바빠서 못 한다’,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대가며 다시 본인을 정해진 틀 안에 가둔다. 그러나 그것은 본인들이 만들어낸 핑계에 불과하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여행을 못 갈 이유들보다, 여행을 가야 하는 이유들이 훨씬 많다. 출근길 쌀쌀한 아침공기도, 반갑지 않은 황사먼지도, 발을 조여 오는 구두도, 무거운 서류가방도, 하루 종일 목을 조이는 넥타이도, SNS에 올라온 친구의 여행사진까지 모두 내가 여행을 가야 하는 그럴싸한 핑계가 되어준다.

많은 사람들은 비상을 갈망하면서도 회사이든 가족이든 어느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강한 책임감과 동시에 부담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의무를 쉽게 저버리지 못한다. 여행은 이러한 사회에서 임시로 죽음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사회적 임사(臨死)라고 한다.

힘들게 결정한 여행에서도 우리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까지 내가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고 온 모든 것을 염려한다. 그러나 곧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부터 설렘은 시작된다. 그 설렘이 어찌나 강한지, 온갖 염려와 걱정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다시 돌아와서는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세상에 그럴 줄 알았단 생각이 들 것이며, 그동안 무겁게 짊어지고 있었던 부담감을 덜어 낼 수 있다. 그리고 다시금 떠나고 싶어진다. 여행을 시작하는 것은 힘들지만 그 이후엔 누가 가지 말라고 말려도 이미 다음 여행의 목적지를 찾고 있을 것이다.

지금 당신의 나이가 어떻건,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여행의 감동이 있다. 가령 대학교를 갓 졸업했던 나는 큰 배낭을 메고 유럽을 여행했던 적이 있다. 며칠밤낮으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지만 막상 도착하고 비행기에 내려서는 길을 잃은 듯 당황하고 긴장했다. 하지만 그마저 짜릿했다.

기차 안에서 잠을 자고, 유스호스텔의 작은 방 2층 침대에 몸을 뉘어도 전혀 불만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행복했다. 5km미만의 거리는 걸었다. 부족했던 여행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고민의 여지없이 내 시간과 체력을 헌납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나에겐 한껏 다듬어진 청춘이 존재한다. 비록 배낭보단 트렁크를 선택하겠지만 난 이렇게 변한 여행의 무게도 마음에 든다. 40대 혹은 그 이상이 되어 여행을 떠났을 때, 그 땐 여행이 나에게 어떤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지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여행을 망설이고 있는 당신, 과감히 떠나보길 바란다. 급박하게 살아오느라 지친 당신의 심신은 위로 받을 의무가 있다. 오늘 하루도 고생한 당신께 여행을 선물한다. 물론 착불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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