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과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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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과 안보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5.03.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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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표 청주마실 대표
▲ 이재표 청주마실 대표

출근길 네거리에 붙어있는 현수막을 통해 그때 그 사건을 떠올린다. 2010년 3월26일의 천안함 침몰사건이다. 현수막은 ‘천안함 46용사’를 잊지 말잔다. 다수의 언론들도 천안함 용사들에 대한 추모열기가 식었다며 안보의식의 부재를 꼬집는다. 경기도 평택에 천안함·서해수호관이 있는데 방문자 수가 2011년 25만25명에서 지난해는 12만1453명으로 51.4%나 줄었다는 것이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사람들이 희생됐으니 그들을 추모하자는 것은 백 번 옳은 소리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 뒤에 어떤 단어를 붙여야할지 헷갈린다. 사건발생 후 두 달여 만에 민군합동조사단은 이 사건을 북한잠수함이 쏜 어뢰에 의한 폭침으로 규정했다. 조사단은 침몰해역에서 건진 어뢰의 추진동력부품을 결정적 증거로 제시했다. 마침 그 부품에는 북한군이 번호를 매겼다는 ‘1번’이 파란색 매직으로 쓰여 있었다. 조사단의 발표대로라면 천안함은 폭침된 것이 맞다.

하지만 각종 패러디의 대상이 됐던 매직 글씨 말고도 북한의 기술력과 물기둥 관측여부, 선체와 시신들의 상태, 흡착물의 성분 등을 놓고 아직까지도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침몰의 원인을 놓고는 좌초를 비롯해 6·25때 설치한 기뢰에 의한 폭발, 선내 이상에 의한 폭발, 피로파괴, 심지어는 잠수함과 충돌설 등 각종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북한은 사건 직후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최근 ‘5·24 봉쇄조치 해제는 북한의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에 대해 “판문점이나 합의되는 임의의 장소에 천안호 침몰사건과 연계된 모든 물증들을 가져다놓기만 해도 우리가 그 즉시 세계 앞에 그 진상을 명쾌하게 해명해주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명한 것은 정부의 공식발표가 의혹의 눈초리로 보는 다른 주장들을 제압할 만큼 명쾌하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분단국가 남한에서 안보는 종종 통치논리로 이용돼 왔다. 북한이 자행한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심지어는 남북합작까지 시도하면서 말이다. 그 중에 하나가 1997년의 이른바 총풍(銃風) 공작이다. 총풍은 대선에 앞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비롯한 3명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고위인사와 만나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한 사건이다.

안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편안히 보전함’이라는 다소 모호한 주석을 달아놓았다. 그러나 휴전상태의 분단국가 대한민국에서 안보는 호전광(好戰狂)인 북한의 남침야욕에 맞서 전쟁을 억제하거나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라는 구체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북한이 우리의 주적(主敵)이라는 데서 안보를 이용한 통치논리가 출발한다.

가장 쉬운 것이 불안감 조성이다. 전쟁위협은 보수정당의 지지율을 높인다. 중동이 위험할수록 미국정치가 안정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전략에 따르면 중동과 북한은 더 위험한 나라가 돼야한다. 안보논리는 나아가 상대세력을 궁지에 모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3월 24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안보정당”이라고 주장한 것이 통치논리로 천안함을 이용한 사례다.

최고의 안보는 국민을 불안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능력이 있는 정권이다. 월등히 앞선 경제력을 앞세워 수십 년째 미국의 첨단무기를 사들이고도 전시작전권을 가져오면 위험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뭔가 다른 속셈이 있거나 무능한 자들이다. 군고위층에 있으며 군납비리를 저지른 자들이 대한민국 최대의 안보저해세력이다.

싸움이 일어나는 순간 이미 ‘편안히 보존함’은 깨지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안보의 마지막 단계가 통일이며, 과정은 남북관계에 안전판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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