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0%이상 전출학교 24곳…학습권 침해 우려
도교육청, “근무연한 규정 1년에서 2년으로”검토중

▲ 교사들의 한 학교의 근무연한은 최소 1년이다. 그러다보니 시골학교는 1년이 지나면 교사들이 대거 이동한다.

교사들이 1년이 지나 절반 이상 다른 학교로 옮긴다면 학교의 분위기는 어떨까. 도내에서 몇몇 학교는 교사들이 꺼리는 이른바 기피학교다. 교사들은 1년을 딱 채우고 떠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자 지난해 진천의 광혜원중학교 학부모들이 뿔이 났다. 이에 몇 차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충북도의회 이광희 의원은 지난 2월 충북도교육청에 ‘2014년 전체 교원의 50%이상이 전출된 학교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충북도교육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교사들이 한 해에 절반 이상이 다른 학교로 옮긴 것은 초등학교는 14개교, 중학교는 10개교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실제 학교 운영에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일단 학교 운영이 안정적이지 않고, 결국 신규교사들만 계속해서 받아 채우는 상황이니 학생들의 학습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광희 의원은 “1년만 근무하고 떠나겠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어느 정도 학교에 최선을 다할지 의구심이 든다. 학교 운영이 어느 정도 팀워크를 이뤄 안정적으로 가야 하는데 매해 사람들이 바뀌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문제가 있다”면서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학교 근무를 할 때 발생되는 집값문제, 거주문제 등을 면밀하게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구도심 지역 비선호해

교사들이 보통 정년까지 근무한다고 했을 때 3번 정도는 외곽 근무를 해야 한다. 13년 근무 연한을 채우면 한번은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 이른바 외곽학교들은 농업진흥지역으로 분류돼 근무하면 가산점을 받는다. 벽지학교도 마찬가지다. 제천지역은 따로 사회지역점수를 받는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러한 인센티브보다 정주여건이 좋은 도시 근무를 선호하고 있다. 청주시 내에서도 일부 학교는 인센티브 적용을 받는다. 청주 내곡초, 북일초, 서촌초의 경우 1년만 근무해도 2년 이상 근무한 것으로 간주해 교사가 전출을 신청할 때 우선순위자가 된다.

그런데 요즘에는 같은 도시 지역에서도 편차가 크다. 교사들이 청주나 충주 시내에 위치한 구도심 학교를 기피하는 것이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시내 한복판 학교가 이른바 작은 학교가 돼버리자 근무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학교들을 연구학교로 선정하거나 교생 실습학교로 지정해 가산점을 주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보통 교사들은 외곽근무를 놓고 많은 계산을 한다. 이른바 면 소재지냐 읍 소재지냐를 따지는 데 이는 학교 주소에 따라 가산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면 지역은 ‘가’등급, 읍 지역은 ‘나’등급이고 청원군 지역은 ‘다’등급이다. 예를 들어 도로가 새로 뚫려 거리가 가까워진 학교는 비선호 학교였다가 선호 학교로 바뀌게 된다.

괴산중학교는 ‘나’등급이고, 증평중학교는 ‘다’등급, 연풍중학교는 ‘가’등급으로 인근 거리에 있어도 점수가 달라진다. 교사들은 읍 지역 학교들을 대개 선호하지 않는다. 실제 읍과 면 소재지 학교는 거리가 비슷한데도 교사들이 근무환경에 있어 ‘차이’가 있다고 느낀다. 읍 소재지 학교는 면 소재지 학교보다 인센티브 점수가 적고, 또한 아무래도 면 소재지 학교아이들이 읍 소재지 아이들보다 다루기가 더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교원들이 50%이상 바뀐 학교들은 모두 인센티브가 있는 학교들이었다. 인센티브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교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교사들이 학교폭력, 연금 문제 등으로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교사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교사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읍’소재지 학교 제일 인기 없다

현재 교사들은 근무연한을 1년 채우면 다른 학교로 전출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이러한 내용이 상위법에 있어도 보통 2년을 채우지 못하면 전출을 시켜주지 않는 게 하나의 ‘룰’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해 사이 청주지역에서 명예 퇴직하는 교사들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나올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생겼다. 따라서 대부분의 신규교사들도 1년이 지나 전출 서류를 내면 청주지역으로 다시 나올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해 50%이상 전출한 학교 가운데는 충북형 혁신학교인 행복씨앗학교(영동 상촌초)와 준비학교(보은여중, 괴산중)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우선 교육청에서는 1년으로 제안한 전출 규정을 2년으로 늘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한 학교의 근무연한을 2년 이상, 5년 미만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도교육청은 초빙공모교장제, 초빙교사제 등을 이들 학교에 우선 적용할 방침이다. 초빙된 공모 교장이나 초빙 교사들의 경우 적어도 한 학교에서 4년 이상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벌 수 있다. 충북형 혁신학교인 행복씨앗학교의 경우는 자율학교에 속하기 때문에 일반 교원 가운데 50%를 초빙교사로 채울 수 있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근무연한을 늘리면 일선교사들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 지금 근무연한을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적어도 올해 9월 안에 매듭을 지어야 2016년도부터 추진이 가능하다. 근무연한 조정 외에도 비선호지역인 읍 소재지 학교들에 대한 지원책 등 다각도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교사들이 외곽 근무를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학교마다 교사들이 평가하는 기준이 다 있고, 대부분 공유하고 있다. 예전 그대로 방식이 아닌 달라진 시대에 맞게끔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당근과 채찍이 다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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