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영권 다툼 종지부 찍어…기존 경영진 퇴진
새경영진, 노동자자주관리 표명…기존 노조 반발

▲ 노동자들이 주식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주)동양교통. 노동자 자주관리를 표방한 새 대표가 선출되면서 제2의 우진교통이 탄생할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노동자들이 주식의 과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청주시내버스회사 (주)동양교통이 갈림길에 섰다. 노‧노 갈등의 주역으로 분류된 기존 경영진이 퇴진하고 새로운 대표이사가 선임되면서 구성원들 사이에는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으로 도약할 것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신임 한현태 대표이사는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인 우진교통을 모델 삼아 구성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겠다”며 “갈등을 종지부 찍어 내부 구성원들의 화합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경영진을 두둔해왔던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신임 집행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더 큰 갈등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회사 한국노총 소속 A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신임대표를 인정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노조는 이미 신임대표에 반대해 회사의 배차 명령을 거부하고 차량운행 거부라는 실력행사를 하기도 했다.

관리감독 기관인 청주시는 버스운행중단이라는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용납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난 3일 노조의 운행중단에 대해선 3000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가 주식의 다수를 보유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노‧노 갈등으로 극한 갈등을 빚은 동양교통. 새 대표 취임과 더불어 새롭게 도약의 계기를 찾을지 아니면 더 큰 갈등으로 빠질지 귀추가 주목 된다.(편집자 주)

 

두 개의 사무실은 채 4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건물 출입구 중앙 왼쪽에 위치에 있는 한국노총자동차노련 소속의 노동조합 사무실. 지난 20일 오전임에도 사무실에는 10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이 노조 위원장 A씨는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 하루 아침에 갑자기 들어와서 사장이라고 하는데 그걸 받아 들일 수 없다”며 “법적으로는 대표 일 수 있어도 우리는 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 사무실 옆에는 또 다른 노조 사무실이 있다. 이곳 노조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이다. 박종진 민주버스 분회장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그동안 잘못된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신임 대표가 잘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두 노조의 분위기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3월 2일 취임한 한현태 대표에 대한 반응은 정반대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한 대표의 취임을 반대하며 버스 운행까지 중지했다. 지난 3일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시내버스 23대의 운행을 중단했다. 이 여파로 대체 수단이 없는 미원면, 문의면 공영버스가 운행이 중단되면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기득권의 마지막 저항인가?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버스 운행까지 중단하면서 까지 신임 한현태 대표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국노총 노조 A 위원장은 “멀쩡하게 있던 사장 대신 갑자기 들어와 사장이라고 하니까 기사들이 생존권의 위협을 느낀다”며 “불안해서 새 대표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총 소속 관계자는 “노동자위에서 기득권을 누리던 사람들이 그걸 뺏길까봐 기사들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양측의 주장은 엇갈리지만 동양교통의 노‧노 갈등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장이 이런 저런 이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체불임금이 발생했고 그 금액만큼 주식을 노동자들에게 양도했다. 당시 노조는 50% 이상의 주식을 확보해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형식상 노동자 주주 기업이 된 것이다. 2007년 현 한현태 대표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하지만 채 1년 만에 50% 이상 주식을 확보한 전 대표측에 의해 해임된다. 2010년 3월에는 당시 노조위원장이던 L 모씨가 대표로 취임했다.

L씨가 대표로 취임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그동안은 노동자가 소액으로 나누어서 각자 주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 날 L 전 대표 앞으로 주식이 상당부분 명의가 변경돼 있었다.

이같은 사실은 동양교통 소속 기사들 앞으로 증권거래세를 납부하라는 고지서가 발부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싸우다 골병, 경영까지 악화

이때부터 양측 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진행됐다. L 전 대표 측은 합법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소송을 제기한 일부 버스기사들은 L 전 대표가 문서를 조작해 각자 가지고 있는 주식을 임의로 명의를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양측의 법정 공방은 2013년 11월경 L 전 대표 명의로 되어 있는 주식을 돌려주기로 하는 법원 조정이 성립되면서 마무리 됐다. 주식 문제가 마무리 되며 한현태 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이 주식 과반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L전대표에게 주총을 열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했다. 한 대표 등은 법원의 가처분 신청을 통해 올 2월 임시총회를 열고 경영진을 교체하며 그동안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주식 소유와 경영권을 놓고 법적 다툼이 벌어지는 동안 L 전 대표 반대 측에 섰던 노동자들은 부당해고를 당하는 등 여러 불이익을 당했다. 2010년 동양교통 L 전 대표는 밉 보인 김 모씨를 해고했다. 2년여의 긴 법정 다툼 끝에 법원은 김 씨가 부당하게 해고되었다며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결정으로 동양교통은 김 씨에게 2년여의 임금과 소송비용등 1억여원 안팎을 지출했다. 또 다른 버스기사 이 모 씨도 김 씨와 마찬가지로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씨에 대해서 부당해고라고 결정하고 해고 기간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동양교통은 이를 거부하며 소송을 이어갔다. 2013년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명령을 이행할 때 까지의 강제금인 ‘이행강제금’을 1차 500만원, 2차에 1000만원을 납부 할 것을 명령했다.

회사 경영진이 무리한 파벌싸움으로 인한 지출이 늘어나면서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동양교통 관계자는 L 전대표 시절에 “지금까지 예닐곱 명이 회사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부당 징계까지 포함하면 회사가 지출한 돈이 5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는 사이 임금도 체불 돼 그 액수만 약 6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10월에는 청주시 보조금 환수에 맞춰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청주시가 버스 기사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버스 운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지난 3일에는 법원 등기까지 마무리된 새 대표이사의 선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차량 23대 운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인사경영공개…우진교통을 모델로 삼겠다”

한현태 (주)동양교통 대표 "노사관계 안정 땐 좋은 회사 될 것"

동양교통 버스 기사 출신인 한현태 신임대표는 동양교통을 모범적인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양교통이 타회사보다 재정상태가 괜찮은 편”이라며 “노사관계만 안정되면 좋은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임금체불이 6억4000여만원 정도된다. 이를 해결할 재정이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 대표 시절에 발생한 노사 갈등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은 우진교통을 모델로 삼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경영공개와 인사 채용을 언급했다. 한 대표는 “직원 책용 때 인사위원회를 설치해 공개 채용하고 대표는 관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진교통처럼 경영상태를 공개하고 산악회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나 자신은 100여명의 버스 기사 중의 하나다. 단지 지금 기사들을 대표하고 있다”며 “소통과 화합을 통해 모범적인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버스를 임의로 세운 행위에는 타협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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