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 장연면 김오분 할머니 채식위주의 텃밭 식단
77세 아들 봉양받으며 집안청소·신앙생활 잔병도 없어

▲ 화로로 청국장을 끓이는 모습.

무병장수의 꿈은 너도 꾸고, 나도 꾼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오래살기를 기원하며 만 60세가 되는 해 생일에 환갑잔치를 벌이기도 하였지만 요즘엔 팔순잔치가 귀에 더욱 낯익다. 이는 의학 발달 덕택이다. 현재는 인간의 수명은 크게 증가하여 평균수명이 80세를 웃돌고 있다. 장수의 꿈은 이룬 셈이다.

그런데 평균수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수명 아닐까? 지난 2009년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부친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며 ‘9988’이 들어간 자동차 번호판을 선물했다. 99세까지 88(팔팔)하게 오래 장수라는 의미에서이다. 그 만큼 온갖 질병으로 골골대며 장수하기보다 팔팔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나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공통된 소망일 것이다.

▲ 한춘남씨(77세·아들)와 김오분 어르신(99세·장수어르신).

괴산유기농엑스포 장수마을 찾아

2015년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를 주최하는 괴산군에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고 계신 어르신이 계시다하여 열심히 달려갔다.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에 거주하고 계시는 김오분 어르신은 면 내에서 최고령자이며, 무병장수를 몸소 살고 계신 분이었다. 여태 살면서 병원을 가본 적도 없고, 약을 먹어본 적도 없다고 한다. “우와~ 진짜 한 번도 안가보셨어요?”라고 묻자, “작년에 다쳐서 한번 가봤지. 다쳤는데 병원을 아예 안 갈 순 없지 않느냐”고 농담도 주고받는 모습을 보니 충북 최고령자가 되기까지 더욱 장수 하실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르신의 댁은 풍수지리설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배산임수(背山臨水)지형에 위치하였다. 앞에는 자그마한 개울이 있고, 뒤로는 작은 언덕과 산이 있다. 사시사철(四時四-) 변하는 자연을 느끼며 마을사람들과 사는 재미는 매년 새로울 것이다.

인터뷰를 위해 문고리를 잡는데 방 안에서 흘러나온 노랫가락이 귓속을 간질인다. 자세히 들어보니 찬송가였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새벽기도를 다닐 만큼 종교생활에 충실하였는데, 이제는 건강을 위해 집에서 이렇게 노래를 즐겨부르신다고…. 박수는 따라오는 옵션이다. 벌써 왜 건강하신지를 넌지시 알 수 있었다.

아들에게 어머니가 이렇게 건강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물었더니, 집안 청소는 어머니께 맡긴다고 한다. 대게 부모의 건강을 위해 편히 있으라고 행동을 다그치지만, 이처럼 적당한 역할부여는 노후에 접어든 부모에게 특히 필요시 되는 부분이다.

방 한 켠에는 화로와 삼발이가 놓여 있었고, 안은 장작을 태우고 남은 불씨로 채워져 있었다. 필자가 어렸을 적 사용해본 이후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물건이었다. 삼발이 위에 구수한 청국장이 올려진다. 벌써 점심때가 된 것이다.

▲ 장수 어르신의 유기농 건강밥상.

입원중 식사량에 간호사 ‘깜놀’

병원에 잠시 입원하였을 때 간호사들이 놀랬다고 한다. 너무 잘 드셔서.

아들보다 잘 먹는다는 어르신의 밥은 고봉(高捧)을 이뤘다. 치아가 좋지 않아 반찬을 잘게 썰어서 드시는 것 외엔 가리는 반찬이 없다. 평소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즐겨먹으며, 국물보단 건더기 위주로 식사를 한다.

상 위엔 유기농음식들로 가득 들어섰다. 무병장수를 하게 된 이유를 직접 눈을 통해 확인한 순간이었다. 밥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육류는 놓여있지 않다. 가리는 건 없지만 채식위주의 식습관이 좋다 하셨다. 놓여진 반찬은 청국장, 고구마잎, 깻잎, 물김치 등으로 모두가 직접 길러 만든 음식이었다. 필자의 경우 아직 고구마잎을 절여 먹어본 적은 없었다. 한줄기를 집어 먹어봤는데 감칠맛이 입안을 사로잡았다. 그걸로 밥 한 공기 뚝딱해치우고, 나머지 반찬들로 밥 한 공기를 또 해치웠다. 너무 많이 먹는 건 아닌지 눈치가 많이 보였는데 어르신은 더 먹으라고 밥을 계속 퍼주셨다. 눈물이 날 뻔하였다.

후식은 알맞게 무르익은 홍시가 나왔다. 홍시 역시 직접 길러 만든 것이다. 아들은 군대소집해제가 있던 1961년도에 앞마당에 감나무를 심었다. 감나무는 올해로 55년째를 맞이하여 긴 세월동안 한자리에서 함께 자라온 것이다.

자연이 끊임없이 제공하여 주는 양식은 모두가 건강식품이다. 가공되지 않았으며 화학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아니하고 길러지는 채소들이 유기농식품들이다. 대형마트가 입점하여 구매가 익숙해진 요즘의 경우 직접 길러 만든 음식을 먹는다는 건 쉽지가 않은 도전이 되었다. 건강을 생각하는 구매자의 경우 조금 더 비싸더라도 친환경채소를 구매하고자 한다. 그만큼 유기농식품의 재배가 어려우며, 가치가 높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유기농으로 가득 찬 든든한 배를 움켜진 체 인터뷰는 끝을 맺었다. 모처럼 찾아와준 손자 같다며 잘가라 연신 인사를 한다. 문 앞까지 배웅을 나온 모습이 마치 필자의 할머니네 같다. “안녕히 계세요. 할머니. 책은 제가 직접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괴산군은 전입한 귀농·귀촌 인구가 2009년 이래로 6년째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청안면은 괴산군 면 단위 중 인구유입 인원이 2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병장수의 비결은 무엇인지 괴산군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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