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민단체, 민간인 실형사건에 반발 상생 방안 요구
청주공항 활성화 발목잡혀, 비행단 이전 약속 이행해야

충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공군 비행장 피해와 관련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군비행장 피해민원이 다시 불붙은 계기는 군사법원의 민간인 실형선고 사건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전투기 소음에 항의하기 위해 제지하는 초병을 물리치고 공군 19전투비행단 정문을 통과한 최모씨(55)가 뒤늦게 군검찰로부터 기소당해 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군사시설로 인한 피해를 항의하러 간 민간인이 오히려 실형을 선고받자 지역 여론이 악화됐고 시민사회단체가 앞장서게 된 것이다.

충북환경운동연대는 16일 ‘군 비행장 피해 관련 대통령님과 시장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이들은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 정확한 피해 실태를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군용 비행장 보상법률 제정, 민·군 겸용 비행장으로 개편”을 요구했다. 충주시민연합도 성명을 내고 충주탄금호 내륙 수상비행장 유치,경제자유구역 충주에코폴리스 사업 원안개발 동의 등을 요구했다. 또한 공군 택견시범단과 공군 우륵국악예술단 등의 창단을 제안했다. 대체적으로 공군부대 이전 보다는 피해 보상과 지역 개발에 협력하는 공존의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민·군 겸용 비행장’으로 전환을 요구한 것이 이전과 다른 부분이다.

반면 ‘민·군 겸용 비행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청주공항의 경우 군 비행장 이전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 5공화국 때부터 논의됐던 군비행장 이전이 30년간 공염불이 되면서 민간공항 활성화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가 동남 신공항 건설을 확정한 데 이어 야당 대표가 전북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공언하자 지역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명색이 중부권 관문공항이지만 현재 해외 정기노선은 중국 한 나라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하루 서너편이 왕복하고 일본, 태국 노선은 잠시 생겼다가 운행중단됐다.

정부가 추진했던 공항 민영화는 백지화됐고 충북도가 요구해온 활주로 확장, 국제선 확충, MRO단지 조성사업은 제자리 걸음이다. 누가봐도 인천·김포공항 대체공항 역할은 요원한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새만금 국제공항 논란이 불거지자 청주공항의 순수 민간공항 전환 필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청주공항활성화대책위원회 이욱 사무국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제17 청주전투비행단 이전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하고 공군 참모총장에게 타 지역으로 이전토록 지시했었다. 이후 91년 충주지역에 제19 전투비행단을 신설하고 일부 부대가 이전, 소규모 비행부대만 남았다. 하지만 그 시점에 걸프전이 터지면서 17비행단이 그대로 청주공항에 머물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청주공항 주변 오근장동 등 주민들은 비행기 굉음으로 인한 소음과 항공유에 의한 토양오염 등을 피해를 겪어야 했다. 2004년 항공산업단지를 조성할 때도 공군부대가 제동을 걸어 지역의 반발여론이 분분했다. 남북관계가 호전되면서 2007년 백두산관광 직항로 개설을 앞두고 국방부가 청주공항을 대상지에서 빼도록 요구했다. 군 작전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당시 정우택 지사는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해 17전투비행단이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해선 안된다. 백두산 직항로와 17전비 이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의지를 내보였다.

공항 활성화라는 지역개발 측면 이외에 군용기에 의한 소음 피해도 이전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환경부의 ‘전국 공항 소음도 측정결과’에 따르면 청주공항은 전국 13개 공항 가운데 소음도가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공군 비행장 소음 피해에 대하여 134만명의 주민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법원은 주민들의 피해를 적극 인정하고 있고 정부는 해마다 약 1000억원의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2015년 소음피해 소송에 대비한 보상예산이 1300억원에 달한다.

재정부담이 가속화되자 국방부는 작년 5월 ‘군 공항 이전사업단’을 창설했다. 국회가 2013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후속조치다. 하지만 ‘기부 대 양여’라는 방식을 채택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일단 지방자치단체가 군 공항을 이전시키려면 다른 지역에 대체 공항을 만들어 기부하는 조건이다. 그러면 군에서 현재 갖고 있는 군 공항 기지를 양여하는 물물교환 방식이다. 공군기지를 짓기 위해선 최소 660만㎡(약 200만 평)의 부지 확보가 필요하다. 그만한 부지를 찾기도 어렵고 소음 피해 반대민원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나마 땅값이 높은 대도시 지역 대구·광주·수원이 대체 부지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수원시는 전국 최초로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국방부에 냈다. 2024년까지 6.3㎢(627만㎡)의 기존 부지를 주거와 상업 등의 ‘스마트 폴리스’로 개발해 7조1760억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광주·대구시는 기존 비행장 터에 상주인구 5만여명 안팎의 새도시를 만들어 이전 비용을 마련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청주시는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한 ‘기부 대 양여’ 방식의 군비행장 이전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동남-새만금 신공항, 영호남 나눠먹기 아녀유?
청주·무안·새만금 반경 2시간 거리에 3개 국제공항 ‘넌센스’

지난 4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가 새만금국제공항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지 주민을 위한 ‘립서비스’로 볼 수도 있지만 새만금 공항건설이 생소한 제안은 아니었다. 새만금 바다를 막아 엄청난 규모의 땅을 조성하지만 활용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대중국 교류 활성화를 위한 국제공항 건설안 제기됐었다. 현재 군산공항이 국내선 전용이다보니 국제공항이 지역 숙원사업이 되버렸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들여다 보자. 전남 무안공항에서 새만금까지 자동차로 가면 1시간반 정도 거리다. 청주공항에서는 2시간 남짓 소요될 것이다. 새만금 일대에 신공항을 지으면 반경 2시간 남짓 거리에 국제공항이 3개가 된다. 더구나 기존 2개 공항은 변변한 국제노선도 없이 십여년째 공항활성화를 외치고 있는 처지다. 대중국 수요 확대를 대비한다면 기존 2개 공항을 확대시키는 것이 정답이다. 새만금 신공항을 건설한다면 자칫 3개 공항 모두 자생력을 잃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국제공항은 8개인데 인천 김포 제주 김해가 메이저 공항이다. 대구 청주 무안 양양도 국제공항이지만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양양국제공항은 문을 연지 13년이 됐지만 일주일에 닷새는 쉬고 수요일과 토요일에만 딱 한 편씩 중국노선(양양-푸동)을 운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청주공항의 이용객이 매년 늘어나고 있고 민간 전용공항으로 확장할 경우 성장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대전권을 중심으로 세종시, 천안시를 모두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우리나라 지방공항은 정치적 사생아가 비유된다. 국토균형개발이나 중장기 항공발전이란 명분으로 포장했지만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잉태된 곳이 많다.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방공항의 문제점은 10여년전부터 신문방송이 문제제기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동남 신공항을, 야당은 새만금 신공항을 동시상영(?)하고 있다. 이것 또한 제논에 물대기식의 정치적 야합이라는 의심이 들게 한다. 영호남 출신으로 지방공항 신설 신중론을 외치는 정치인이 아무도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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