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AI 사태속 7월 동남아 휴양지로 추진

충북시·군의장단협의회가 7월 해외연수를 떠나기로 잠정 결정했다.

구제역과 AI(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도내 농가가 시름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방문국가와 일정 등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의회는 2년 전 동남아 대표 휴양지인 '보라카이'로 외유성 연수를 다녀와 비판을 받기도 했다.

11일 청주시의회 등 도내 11개 시·군의회에 따르면 각 의회 의장과 부의장이 참여하는 충북시·군의장단협의회는 지난달 25일 증평군의회에 모여 수도권 규제완화 대응 방안과 함께 해외연수 일정을 논의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정하지 않았으나 의장단협의회의 외유 시점은 7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민체육대회 직후다. 연수 목적은 '선진 의정을 벤치마킹하고 지방의정 현장을 방문한다'로 정했다.

방문 국가는 향후 협의를 통해 5개 안 중 선택하기로 했는데, 2년 전 동남아를 다녀왔기 때문에 이번엔 유럽 쪽으로 가자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대부분 관광 일색이란 점이다. 연수 목적에 '문화 탐방'도 명시했지만 지나치게 관광지 방문으로 짜여졌다.

스페인·포르투칼 연수는 8박10일 일정이다. 세계 4대 미술관인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을 방문을 비롯해 메르다의 로마유적지, 알함브라 궁전, 발렌시아 대성당 등 방문이다. 사실상 관광 연수라 할 수 있을 정도다.

동유럽 4개 나라 연수도 마찬가지다. 7박9일 간 체코와 독일,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방문한다. 각 국의 주요 성당, 궁전, 박물관 관람이다. 특히 둘째 날 일정엔 '독일 뮌헨 시청사' 방문은 아예 '주말이라 외부 관람'이라고 명시했다.

미국 방문 계획은 도박과 휴양의 도시 라스베가스와 로스앤젤레스 일정이 대부분이다. 경비행기를 타고 그랜드 캐년의 신비를 감상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베트남(3박5일)과 북해도(3박4일) 해외연수 일정도 관광 일색이다. 이들 해외연수 계획안에는 선진의정 탐방 등을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연수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동유럽 4개 국 방문이 1인당 357만원이며 스페인·포르투칼 320만원, 미국 315만원 등이다. 그나마 북해도 135만원, 베트남 130만원이 싼 편이다.

협의회는 1인당 15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며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자부담으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협의회 운영 예산이 지방자치단체 지원 예산(매년 시·군별 2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결국 주민의 세금으로 의장단이 '해외 관광'을 떠나는 셈이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구제역과 AI 등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서 벌써부터 해외연수를 계획하는 것은 의원의 본분을 망각한 행동"이라며 "의정비 인상을 요구하면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지 이런 발상을 하는 의원들을 보면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협의회 관계자는 "해외연수 일정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며 "향후 논의를 통해 방문 장소와 일정 등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