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만 전국사무금융노조충북본부장

▲ 김원만 전국사무금융노조충북본부장

선거법을 흔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말한다. 이번 전국조합장 동시다발선거에서도 선거법이 액세서리가 되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위해 선거법이 엄격해야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이를 이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것은 문제다.

이런 문제가 되는 상황이 보은에서 일어났다. 보은 모 농협은 2013년부터 일부경영진에 의해 국고보조시설 편법운영과 절차를 무시한 편법경영진으로 4300여명의 농민 조합원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이로 인해 이 농협은 향후 수년간 경영정상화가 어려운 상황뿐만 아니라 파산의 위기까지도 염려스러운 지경에 처해 있다.

결국 2014년말 이 농협은 적자결산을 했고, 출자배당을 하지 못했다. 또한 일부 사업에서만 3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게 됐다. 농민 조합원들로서는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을 수 밖에 없었으며, 농협도 이 사건을 철저히 은폐했다.

10여 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출자배당(영농자재 이용권)이 지급되지 않자 농민 조합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사건의 전말이 속속 알려졌다. 농협이 해산될 수도 있다는 위기에 직면한 농협 관할지역 농민 조합원들은 사태의 진상을 정확히 밝히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행동에 돌입했다.

그들이 내건 요구는 부실경영 관련 경영책임자가 농민조합원들에게 사과하고 30억원에 가까운 손실에 대하여 책임지라는 것으로서 극히 당연하고 정상적인 요구였다. 또한 공대위의 활동도 이런 사실에 대해 상대적으로 진실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농민 조합원들에게 알려내는 일이었다. 그 수준은 현수막 게시와 전단지 배포 등 단순한 활동들이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전국동시다발조합장선거가 실시되었고 농협 부실경영이 이루어졌던 당시 조합장이 선거에 입후보하여 다시 출마한 것이다. 보은군 선관위는 농협부실경영 사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의 활동을 당시 조합장이었던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으로 규정하고 공대위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공대위는 즉시 선관위 항의 방문 과정에서 현수막문구 중 경영책임자라 하면 조합장선거에 입후보한 자를 지명한 것이라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판정했고 이를 토대로 고발을 결정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 판정에 대한 근거자료를 요구하자 자료는 없고 구두상 판정이었으며 보은군 선관위의 자위적 판단이었다고 말을 바꾸었다.

현재 경찰은 농협의 부실 경영 책임자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조사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권익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4300여명의 농민조합원의 피해와 알권리도 중요하다. 보은군 선관위의 행동은 부정한 행위를 한 사람들의 방패막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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