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김윤희 충북문인협회 편집부장

▲ 김윤희 충북문인협회 편집부장

경칩(驚蟄)이다. 금방이라도 얼음장을 깨고 계곡물 재잘대는 소리가 들려올 듯 경쾌한 마음이다. 물오름의 달, 새로움의 태동을 몸이 먼저 느끼는 까닭이다.

등교 무렵 우연히 초등학교 앞을 지나치려니 쪼르르 꼬맹이들이 교문 안으로 들고 있다.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멀찍이서 아이들 뒷모습을 눈으로 좇고 있는 이들은 분명 아이를 갓 입학시킨 새내기 학부모일 게다. 아이를 낳아 학교에 보낸 것만으로도 대견해 보인다.

날로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 여성의 사회참여, 즉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 어려운 사회여건이 아닌가 싶다. 이제 여성의 사회 참여는 생계를 위한 수단을 넘어서 자아정립이 우선함을 보인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여성의 날 제정은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노동시간과 작업환경 개선,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이 발단이 됐다.

한국에서도 1985년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하는 등 여성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성만의 유일한 능력에 대해서는 오히려 외면하고 있는 모순점이 대두되고 있다. 사회참여를 위해 결혼을 기피하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 낳는 일을 꺼리는 일이 그 예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야말로 가장 신성하고 위대한 일이다. 그 일이 언제부터인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현실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젊은 엄마들의 모습이 어찌 곱게 보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양육의 문제는 짚어봐야 할 일이다.

진천이 낳은 김유신과 그 어머니의 훈육은 자식의 앞날을 밝혀 가는데 어머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 일화로 유명하다.

김유신의 어머니는 온실속의 꽃 같은 왕족이었지만 자기가 택한 사랑을 목숨 걸고 지켜낸 열정부터가 남달랐다.

젊은 시절 김유신이 사랑했던 여인 천관녀, 그의 애마조차 느낄 정도의 애절한 그들의 사랑을 단호하게 돌려 세운 어머니의 결단력은 그저 단순히 신분의 차이 때문만은 아닐 게다. 큰일을 함에 있어 취하고 버릴 것에 대한 과감함과 자신보다는 대의가 우선한다는 가르침이었으리라.

요즈음 어머니들이 자식사랑 역시 만명부인의 열정만 못하다 할 수는 없다. 단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삶의 조건을 모두 조절해 주며 키우느냐, 거친 세상을 스스로 다스려나갈 재목으로 혹독하게 단련시켜 키우느냐, 그 방법에서 확연히 다름이 있다.

자식이 꿈을 꾸게 만들고 그 꿈을 위해 절제하며 어려움을 헤쳐 가도록 당근과 채찍이 조화로운 훈육으로 대왕을 키워낸 만명부인의 역할이야말로 그 어떤 사회활동보다도 위대한 여성의 힘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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